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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응답하라 1994’ 속 ‘쓰레기’ 이름 듣고 반전 예상했다”

[인터뷰] 정우 “‘응답하라 1994’ 속 ‘쓰레기’ 이름 듣고 반전 예상했다”

등록 2014.01.27 15:16

수정 2014.01.27 17:34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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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배우 정우를 처음 본 기억은 2004년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에서였다. 지금은 ‘톱 오브 톱’이 된 공유의 동네 양아치 선배로 등장해 권상우와 코믹한 액션을 선보였다. 당시 기억이 강한 것은 개인적으로 학교 동문이란 점도 있었다. 같은 학교 같은 과 동문이기에 학창 시절의 모습이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정말 반가웠다. 이후 여러 영화에서 짧지만 강하고 꼭 필요한 역할로 자주 등장했다. 지상파 드라마에도 모습을 보였다. 대부분 양아치 건달 놈팡이 등 색깔 있는 캐릭터였다. 그의 범상치 않은 외모가 배우 정우의 캐릭터를 구축해 버린 것일 터. 그의 자전적 스토리를 그린 영화 ‘바람’을 보면 정우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왜 그런 색깔이 만들어 졌는지 조금은 알 수 있다. 이른바 잘 나가던(?) 짱 출신 학생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대한민국 여심을 들쑤셔 놓은 ‘쓰레기’가 됐다. 쓰레기가 여심을 들쑤셨다? ‘응답하라 1994’를 못 봤나? ‘쓰레기’를 모른다고? 당신은 간첩이 틀림없다. 아니 아마도 북한에서도 그를 알지 모른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 최고 잘 나가는 배우가 됐으니.

‘응사’가 막을 내린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모든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하지만 동고동락한 동료들과의 시간이 더욱 간절했던 정우는 사이판으로의 포상휴가를 먼저 택했다. 촬영 때문에 살갑게 대하지 못한 스태프들, 동갑내기 친구 ‘삼천포’ 김성균과의 회포를 풀고 돌아왔다. 이후에도 쏟아지는 화보 촬영 및 CF촬영 각종 행사로 하루 2시간 이상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지난 한 주는 오롯이 언론 인터뷰를 위해 모든 스케줄을 뺐단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의 인터뷰 강행군이 이어졌다. 그것도 일주일 내내.

“지금 이 관심이 솔직히 너무 겁이 나요. 전 그냥 평범한 배우란 직업을 가진 한 사람일 뿐인데, 저를 무슨 스타로 대접해 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물론 기분은 너무 좋죠. 열심히 한 일에 대한 결과이자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즐겨보려고 하지만 제가 생겨 먹은 게 이래요. 그냥 편하게 트레이닝 복 입고 슬리퍼 신고 길거리 돌아다니고 싶은 데 이젠 그럴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도 너무 커지고. 아무튼 그래요 지금 기분은.”

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의례 나오는 겸손함이라고 생각하면 오해다. 이미 여러 언론을 통해 보도된 정우의 트레이드마크인 ‘90도 폴더 인사’만 봐도 지금 그의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벼락스타’가 됐다면 그도 조금은 어깨에 힘을 주고 ‘스타의 그것’을 좀 누려볼 수 있을 것이다. 정우 역시 “아마 그랬다면 그랬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스타란 단어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고 있기에 그럴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올해로 데뷔 13년 차 긴 무명의 터널을 지나온 정우가 깨달은 한 가지다.

“내가 잘해서 된 게 있을까요. 절대 그건 아니에요. 한 작품을 만드는 데 수십명의 스태프가 움직이고 그에 맞먹는 숫자의 배우들 땀이 들어가요. 단순하게 나 하나 잘했다고 그 작품이 성공한다? 절대 그건 아닙니다. 나를 포함해 ‘응사’ 속 배우들은 그저 하나의 부속품이었을 뿐이에요. 그 부속품들이 모두 만나서 실력 좋은 엔지니어를 만났기에 ‘명품’이 탄생한 것입니다. 절대 나 뿐만 아니라 누구의 공도 아닙니다. 그래서 어깨의 힘을 줄 수도 떴음을 즐길 수도 없어요. 정말 부질 없는 것이거든요.”

그의 말처럼 ‘응사’는 신원호PD-이우정 작가 콤비의 절묘한 캐스팅이 빚어낸 ‘명품 드라마’란 소문이 자자했던 작품이다. 전작 ‘응칠’의 성공 후광을 등에 엎고 출발했다고 하지만 이 정도의 성공은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정우 역시 “꽤 괜찮은 드라마가 나올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의 관심을 끌 것이라고는 몰랐다”면서 “아니 대체 누가 알았겠나”라고 웃었다.

캐릭터 이름 ‘쓰레기’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이건 누구라도 그렇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 사상 이처럼 도발적인 이름은 없었다. “‘쓰레기’라고? ‘쓰레기’라니···”란 헛웃음에 정우 역시 박장대소를 하며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기는 나도 마찬가지다”며 특유의 웃음보를 터트렸다.

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21회 마지막회가 끝난 뒤 ‘에피소드’ 방송에서도 잠시 나왔었죠. 제작진과 만났는데 대뜸 이름이 ‘쓰레기’라고 하는 거에요. 진짜 황당했죠. 근데 사실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어요. 머릿속에 떠오른 게 ‘그럼 어떤 반전이 있겠군’이란 생각이 번뜩 들었죠. 천재 의대생이고 이름이 ‘쓰레기’ 그런데 ‘응칠’의 연장선에 있는 드라마? 캐릭터 성격까지 만약에 쓰레기라면 이건 매치가 안되잖아요. 당연히 어떤 복선이나 반전이 있겠구나란 생각부터 했어요.”

하지만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또 궁금한 부분은 따로 있단다. 자신에게 의사역할을 맡긴 이유를 모르겠다고. 매번 양아치 건달 또는 형사, 건달 똘마니, 놈팡이가 전부였던 자신에게 의사라니. 정우는 곰곰이 생각하다가 “예전에 의사 역할을 한 번 한 적은 있다”면서 “뮤직비디오에서 의사를 한 번 했는데 그때 모습을 기억하고 계신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1994년 ‘블랙펄’이란 가수의 뮤직비디오에서 황정음과 함께 출연한 적이 있었어요. 당시 의사로 출연했는데 꽤 괜찮은 완성도를 자랑한 뮤비였어요. 드라마 형식으로 파트1,2로 나뉘어서 공개가 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뮤비 속 모습과 ‘응사’ 속 ‘쓰레기’ 모습이 좀 비슷한 구석이 많아요. 그냥 막연한 생각인데, 신(원호) 감독님이 뮤비를 보시고 절 컨택 하신 게 확실한 것 같아요. 아님 누가 절 보고 의사를 떠올리겠어요. 하하하.”

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신원호 PD의 절묘한 연출력에 이우정 작가의 완벽한 대본이 ‘응사’의 성공 밑바탕이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정우 역시 ‘모두의 공’이라고 말을 돌렸지만 두 사람의 능력에 대해선 이견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이들을 ‘천재’라고 표현했다.

“이 작가님은 이미 국민 예능 ‘1박2일’을 쓴 분이잖아요. ‘응사’ 자체가 드라마이면서 예능적이고 시트콤적인 복합 콘텐츠로 소개된 것도 이 작가님의 공이죠. 여기에 신 감독님의 연출력은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했어요. 사실 우리에게 특별하게 주문하신 것은 없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배우들로서는 참 불편한 감독님이에요. 어떤 정확한 디렉션을 주신게 없어요. ‘그냥 놀아봐’ 이런 식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그의 말대로 마냥 배우들을 풀어 놓는 방목형 감독은 아니었단다. 각각의 캐릭터들 조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응사’ 속 누구 하나라도 튀어 보인다면 그것을 잡아내 ‘눌러주는’ 역할을 했다고. 정우는 “밸런스를 맞춘다고 할까”라며 “전체의 톤과 색깔을 유지하는 것은 오롯이 감독님의 몫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잠시 뜸을 들이던 정우는 “이제 끝났어도 한 참 끝났으니 말하겠다”며 “사실 몇 몇 장면에선 감독님이 약간의 힌트 비슷한 것을 주신 것도 있다”고 말했다. ‘쓰레기’와 ‘나정’의 로맨틱한 장면, 혹은 전체 스토리에 임팩트가 있는 부분에선 하나부터 열까지 신 감독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고.

“여러 번 소개됐지만 배경음악으로 ‘행복한 나를’이 흘러나오는 ‘쓰레기’와 ‘나정’의 첫 데이트 장면 속 내 모습은 완벽하게 감독님의 주문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어요. 헤어스타일부터 상의와 하의 의상 색깔과 재질 그리고 운동화까지 모든 것을 감독님이 주문하셨죠. 그런 장면이 몇 장면 있어요. 그럴 때마다 우리도 속으로 유추를 해봤어요. ‘이러니깐, 이렇게 되면 나정이 남편이 누구겠구나’라고. 물론 마지막회 대본이 나올때까지 그 어떤 배우들도 진짜 남편이 누군지 몰랐으니까요.”

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응사’란 드라마 한 편으로 대한민국 대세가 된 정우다. 우스갯소리를 넘어 실제 방송가와 충무로 모든 캐스팅 제의가 정우에게로 쏠리고 있다. 정우 역시 인정했다. “솔직히 많이 들어온다”면서 “전에도 제의는 많았다. 물론 ‘응사’ 전에는 조연 혹은 단역급 조연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주연”이라며 쑥스러워 한다. 다른 ‘응사’ 멤버들이 모두 차기작을 확정했지만 정우는 방송 종영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 차기작이 감감 무소식이다.

“들리는 소리로는 ‘정우 콧대가 높아졌다’ ‘정우가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등의 말들이 들려요. 하지만 절대 사실이 아닙니다. 전 변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역 시절의 배우 김정국과 지금의 정우는 같은 사람이에요. 작품 선택도 마찬가지고요. 단 한 장면이 나와도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냥 인기에 휩쓸려 나 자신을 소모시키는 그런 선택은 하기 싫어요.”

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사진 = 김동민 기자 life@newsway.co.kr


영화 ‘바람’에서도 나오지만 그의 부모님은 부산에서 ‘서점’을 운영하고 계신다. 하지만 6개월 전 서점을 접으셨단다. 그러자 정우가 성공해 돈을 많이 벌었다고 소문이 났다. 정우는 “내가 얼마나 싼지 몸값을 밝힐 수도 없고”라며 웃으며 손사래다. 그는 “이제 좀 벌어보려는 데 도와달라”며 다시 박장대소다.

“주변에서 너무 큰 성공이 오히려 배우에겐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말들을 많이 해주세요. 빨리 ‘쓰레기’에서 벗어나라고. 그런데 꼭 그래야 하나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지워질 일인데. 13년 전 데뷔 때도 그랬어요. 포기하지 말자고.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은 적 정말 많았죠. 그런데 포기 안하니 이렇게 웃는 순간이 오잖아요. 물론 또 눈물 흘릴 날도 오겠죠. 하지만 그 순간도 기다려져요. 작품을 통해 웃는 웃음이나 흘리는 눈물은 제겐 다 똑같은 값진 결과니까요.”

인터뷰가 끝나갈 쯤, 잠시 개인적인 인연을 들이대며 학창 시절의 기억을 서로 되새겼다. 영화 ‘바람’ 속 짱구와 ‘응사’ 속 쓰레기의 모습이 그에게서 오고갔다. ‘너무 고맙다. 반가웠다’며 포옹을 해왔다. 이 배우, 왜 사람들이 대세라고 하는지 여심이 흔들리는 지 알 것 만 같았다. 당장 ‘응사’ 다시보기에 돌입해야겠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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