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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美 출장 시 2주 내 귀국"···조지아 사태에 밤잠 설치는 기업들

산업 에너지·화학

"美 출장 시 2주 내 귀국"···조지아 사태에 밤잠 설치는 기업들

등록 2025.09.08 15:59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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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보호 방안, 출장 관리 지침 전면 재점검 현대차와 LG엔솔은 '미국 출장' 잠정 보류키로 재계 "정부, '전문직 비자 신설' 등 대응책 마련해야"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미국 이민당국이 현지 공장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을 대거 체포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하자 산업계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회사를 위해 해외로 나간 직원의 안전과 사업을 위협하는 민감한 사안이어서다. 이에 각 기업은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관련 내규를 점검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는 모양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은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배터리회사)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며 주재원 보호 방안과 출장 관리 지침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먼저 LG에너지솔루션은 거래처 미팅을 제외한 미국 출장을 전면 중단했다. 이미 출장을 나가 있는 직원에 대해서도 업무 성격에 따라 즉시 귀국하도록 했다. 부득이 현지에서 추가로 업무를 봐야 한다면 일단 숙소에서 대기할 것을 주문했다.

현대자동차도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출장을 보류하라고 권고했다. 동시에 현대차 미국법인은 이번 단속으로 구금된 사람 중 다수가 협력사 직원이라는 점에 주목해 협력사 고용 실태 조사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들 두 회사로서는 미국 조지아에 대형 공장을 짓고 있어 인력 파견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사건의 당사자로서 모든 우려가 해소되고 직원의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다른 기업도 분위기는 비슷하다. 특별한 방침을 공유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태가 일시적 해프닝에 그치지 않고 광범위하게 확산될까 우려하며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는 눈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특별한 지침이 내려온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출장보다 주재원 중심의 업무 체제로 움직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라면서 "만일 미국이 체류 제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다면 현지 공장 증설 일정과 생산 안정화 과정에 적잖은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토로했다.

선제적으로 지침을 마련해 운영 중인 기업도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6월 일찌감치 임직원에게 관련 사항을 권고했다. ESTA(전자여행허가제)나 B-1(상용 비자) 등을 활용해 미국에 방문한다면 2주 안에 귀국하고, 그 기간을 초과한다면 담당자에게 문의할 것을 공지했다. SK온 역시 출장 시 ESTA가 아닌 B-1 비자를 취득하도록 했으며, 주재원도 L-1 비자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산업계 내부에선 이러한 방안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니 정부 차원의 해법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문직 취업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E2)' 등을 취득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뒤따르는 만큼 '전문직 비자(E4)'을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도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화학, HD현대, 환화솔루션, LS 등은 박종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 주재로 열린 긴급 간담회에서 이 같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우리 정부가 발 빠르게 움직이는 가운데, 미국 측도 비자 문제 개선을 시사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부족하다면, 능숙한 사람(외국인)을 불러들여 일정 기간 머물게 하고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양국 정부가 일련의 메시지를 내놨으니 어떤 식으로든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을가 싶다"면서 "가뜩이나 관세 문제로 뒤숭숭한 현재 이번 사태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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