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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현대차·기아 향한 美 IRA 우려 지나치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현대차·기아 향한 美 IRA 우려 지나치다

등록 2023.04.21 09:08

박경보

  기자

reporter
지난해 말부터 무서운 기세로 상승해 온 현대차의 주가가 20만원 문턱에서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13일부터 6거래일 동안 하루 빼고 모두 하락 마감했는데요. 미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투심에 반영된 결과입니다.

미국 정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부 지침에 따라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16개 전기차 차종을 발표했습니다. 테슬라 모델3‧모델Y 쉐보레 볼트EV‧이쿼녹스, 포드 E-트랜짓‧머스탱 등 미국 차들만 보조금을 받게 됐죠.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5만8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던 현대차와 기아는 조지아주 신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 보조금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미국 소비자들 입장에선 현대차 아이오닉5과 기아 EV6보다 미국 전기차를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한풀 꺾인 주가가 증명하듯 현대차와 기아에 대한 시장 안팎의 우려는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를 제대로 팔지 못한다면 수익성이 크게 위축될 테니까요.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 톱3에 오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직면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에 쏠린 우려감이 과도하게 높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가 16종 밖에 없다는 건 대부분의 완성차 제조사가 현대차·기아와 같은 입장이란 뜻입니다. 각 브랜드의 전기차 신차들은 내년부터 본격 출시되기 때문에 신공장이 완공되는 내년 말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겁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미 지난해 8월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 들어 판매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1월~3월 기준 두 회사가 미국에서 기록한 전기차 판매량은 각각 8623대, 6080대인데요. 지금 추세를 그대로 이어간다고 가정하면 올해 판매량은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게 됩니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리스 판매 비중을 끌어올린다면 올해 판매 목표인 7만대, 5만5000대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약 30%를 차지하는 리스 판매에 소극적인 편이었습니다. 리스는 리테일 판매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목표대로 리스 비중을 30%까지 올린다면 일단 급한 대로 점유율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겠죠.

다르게 생각해 보면 미국의 IRA는 오히려 현대차와 기아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미국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토요타, 혼다 등 일본 브랜드들은 현대차·기아보다 전동화 전환 속도가 늦으니까요. 하이브리드차 중심의 판매 전략을 이어가고 있는 일본 브랜드들을 제칠 수 있는 판이 깔린 셈입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주인공이 될 순 없겠지만 경쟁에서 밀린 '패자'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제조사마다 보조금을 지급받는 전기차 신차를 쏟아내는 내년 이후부터가 진짜 승부처이니까요.

콧대 높던 테슬라까지 가격 할인에 나선 상황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전기차 패권 경쟁에 뛰어들 준비가 돼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전용 전기차들을 잇따라 출시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주행 성능·편의사양·전기효율·디자인 등 상품성 측면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가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죠.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승기를 꽂기 위해선 막연한 우려보다 내실 강화에 집중해야 합니다. 국내 부품 협력사들의 미국 진출을 적극 지원하는 등 전기차 밸류체인 조성에 힘쓰고, 배터리 핵심 광물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노력도 필요해 보입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기술개발 노력이 맞물린다면 조급해 하지 않아도 좋은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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