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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그룹 방산부문 통합 추진···'한화시스템' 빠진 진짜 이유?

한화그룹 방산부문 통합 추진···'한화시스템' 빠진 진짜 이유?

등록 2022.07.25 16:15

이세정

  기자

한화에어로 주축 ㈜한화·한화디펜스 합병 검토한화시스템은 제외, 기존 4개사→2개사로 재편무기제조 아닌 전자통신 주력, UAM 등 신사업도우주사업 강화 일환, 한화시스템 배제시 완성도↓향후 3형제 승계 재원 마련 창구, 지분가치 희석 우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화그룹이 방산 계열사 통합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가운데, 한화시스템이 합병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은 ICT(정보통신기술) 부문과 신사업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다른 방산 부문과는 결이 다르다는 판단이다. 한편에서는 한화시스템이 오너 3세의 승계 재원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합병 이후 지분가치 하락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5일 재계와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다음달 중 이사회를 소집해 방산부문 3개사를 합병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이번 통합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축이 돼 실질 지주사 ㈜한화의 방산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한화그룹의 방산 계열사 통합은 경영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다. 그룹 내 흩어져 있는 방산부문을 합쳐 규모를 키우고, 사업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21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방산부문 물적분할과 관계사와의 합병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화는 방산부문을 분할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적분할의 경우 방산부문을 떼내 자회사로 설립하고, 신설된 법인 지분 전량은 ㈜한화가 가지게 된다. 존속회사 주주들이 신설회사 지분을 받는 인적분할과 달리 시장 반발이라는 리스크가 있지만, 분할 과정이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한화그룹이 ㈜한화 방산부문을 분할하더라도, 신설 통합법인에 대한 지배력은 기존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현재 방산 계열사는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디펜스'의 지분구조를 그리고 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34%를 가진 최대주주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분할이 완료되면 '㈜한화→방산부문 신설회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디펜스'가 된다.

한화디펜스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100% 자회사인데다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통합 절차에 걸림돌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 방산부문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준시가와 자산가치를 근거로 합병 비율을 산정해야 한다. 최종적으로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는 기존 4개사에서 통합법인과 한화시스템 2개사로 재편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합병에서 한화시스템이 빠진 배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ICT사업과 신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타 방산 계열사와 한 데 묶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한화시스템 방산부문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약 72%를 차지한다. ICT부문이 28%이다. 한화시스템은 2017년까지는 방산부문 매출만 발생했지만, 이듬해부터 ICT부문과 기타부문에서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방산부문 매출 비중도 100%에서 80%대를 거쳐 2020년 60%대까지 내려오기도 했다. 특히 UAM(도심항공교통)와 위성통신사업 등 신사업이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선 만큼, 방산부문 매출 비중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 방산부문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전통적인 무기 제조에 집중하는 반면, 한화시스템은 레이다와 지휘통제통신, 전투체계 등 전자통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도 합병 대상에서 빠진 주요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방산부문 통합은 그룹이 신성장동력으로 낙점한 '항공우주 사업'과도 맞닿아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3월 그룹 우주사업을 전반에서 지휘할 '스페이스 허브'를 조직했다.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쎄트렉아이 등이 참여하는 스페이스 허브의 총괄 팀장에는 '차기 후계자'이자 김승연 회장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맡았다.

하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주축으로 우주사업 관련 각 사 인력들이 차출되는 형식인 만큼,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합법인 중심에 앉히는 것도 우주사업 주도권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한화디펜스의 경우 우주사업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발사대 제조 등 미래 먹거리 확장이 가능하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한화시스템이 투자한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이나 우주인터넷 기술은 장기적으로 한화그룹의 우주사업 밸류체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형 위성과 지상 기지국을 잇거나, 글로벌 어느 지역뿐 아니라 항공기에서도 끊기지 않는 우주 통신망을 구축하는 식이다. 이 같은 이유로 한화시스템이 방산부문 합병에서 배제되는 것은 다소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화시스템의 지분 구조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다. 한화시스템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최대주주(지분율 47%)로 두고 있다. 2대주주는 지분율 13%의 한화에너지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와 함께 또다른 이중 지주사 역할을 하는 회사로, 김동관 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상무가 지분 전량을 들고 있다. 사실상 오너 3세 개인 회사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화시스템은 일찍이 3세들의 승계 자금을 마련할 창구가 될 것이라고 주목 받았다. 특히 한화에너지 전신인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시스템 지분에 대한 보호예수가 작년 5월 만료됐다. 하지만 이를 현금화하지 않았고, 김 사장 3형제가 한화시스템 지분 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란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한화시스템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게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한화시스템이 방산 계열사 통합에 포함될 경우,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지분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지분율 희석은 물론, 한화시스템 자체적인 신사업 역량을 그대로 인정받기 힘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3형제가 확보할 수 있는 현금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업은 미래 성장성보단 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민간 우주사업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룹 지배구조 재편이 한창 이뤄지는 상황인 만큼, 속단은 금물이다. 하지만 한화에너지가 한화시스템 지분 정리를 완료한 이후 방산 통합법인으로 흡수되는 그림도 예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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