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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 방빼는 신세계디에프, 면세 사업 수술대

강남서 방빼는 신세계디에프, 면세 사업 수술대

등록 2021.05.04 09:38

김다이

  기자

오는 7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폐점 결정강남점 철수로 시내점 명동·부산점만 남아 바잉파워↓ 경쟁력 감소 사업철수설까지

강남서 방빼는 신세계디에프, 면세 사업 수술대 기사의 사진

신세계면세점이 오는 7월 강남점을 철수를 결정하면서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야심 차게 시작한 ‘신세계 강남벨트’가 끊어졌다.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인 면세점 특성상 업계에서는 이번 폐점을 시작으로 신세계의 면세사업 철수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는 오는 7월을 끝으로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을 철수한다. 신세계디에프는 작년 매출 1조9030억 원으로 전년보다 42.4%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472억 원으로 적자 전환하면서 점포 정리에 나선 것이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국내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연결돼 있다. 2018년 7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센트럴시티에 문을 열면서 정유경 총괄사장은 백화점, 면세점과 관광지, 호텔까지 연결지어 ‘강남벨트’ 형성에 힘을 실었다. 오픈 당시 면세점 강남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와 함께 신세계백화점과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었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은 내국인 이용객과 개별관광객이 주 고객층이다. 코엑스 등 강남 일대를 관광하면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과 함께 자연스럽게 면세 쇼핑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자 강남점 매출은 급감했다. 강북에 있는 면세점들은 중국 따이궁(보따리상) 덕분에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강남점은 하늘길이 막히자 바로 매출 타격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신세계디에프는 임차료 부담이 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만 월 360억 원을 지불하면서, 연간 432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정부 지원으로 지난해 3~8월 임차료는 50% 감면됐지만, 사실상 공항 면세점의 매출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낸 임차료는 그대로 손실로 돌아왔다. 신세계디에프는 부담이 커지자 결국 강남점의 폐점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면세점이 나간 자리를 백화점 매장으로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단일 점포 최초로 연 매출 2조 원을 알짜 점포이기 때문이다. 보복 소비 현상이 백화점으로 쏠리면서 당장 높은 매출을 낼 수 있는 백화점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세계디에프, 강남점 철수로 ‘빅3’ 무너질까=신세계디에프는 2015년 후발주자로 시작해 면세업계 빅3 자리까지 올랐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면세점에 루이비통 등 명품을 유치하면서 면세점의 몸집을 키웠다.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 특유의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시내면세점으로 명동점과 강남점, 부산점 세 곳을 운영해왔으며, 2018년 인천국제공항에 입점하면서 2019년에는 점유율이 20%까지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신세계의 면세점 강남점 철수로 신세계면세점 자체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면세점 수익성 확보를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필수적이다. 제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면세점의 특성상 일정 수준의 규모가 돼야 바잉파워(구매 협상 능력)가 높아진다. 바잉파워가 생기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고, 명품 입점 협상이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신세계면세점 강남점 폐점에 이어 부산 센텀시티 면세점 규모를 축소 운영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세계가 치열한 점유율 싸움에서 밀려날 수 있다. 특히,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매년 적자 폭을 줄이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면세업계 판도가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다.

◇매월 최대실적 갱신하던 ‘황금알’ 면세업계 위기=작년 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상황은 면세업계를 궁지로 내몰았다. 공항 면세점은 아예 영업을 못 하게 되면서 제로에 가까운 매출을 내며 임차료만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사태 전 매월 최대 매출을 갱신하며 알짜사업으로 불리던 면세점 업계가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코로나 전에도 면세업계의 양극화 현상은 심각했다. 빅3로 불리던 롯데·신라·신세계 3강 구도로 재편된 업계에서 중소 면세점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었다.

2019년 한화 갤러리아 면세점이 백기를 들고 나간데 이어, 두산 두타면세점, 탑시티면세점, 에스엠면세점 등이 줄지어 특허권을 반납했다. 롯데와 신라 역시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정리하고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면세점에 자리를 내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언제 좋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빠르게 효율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옳은 선택일 수 있다”며 “대기업들도 줄줄이 손들고 나가는 상황에서 신세계의 강남점 철수가 당장은 손실 방지책이 될 수 있지만, 덩치 싸움이 중요한 시장에서 이번 결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독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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