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이 ‘로컬’?···봉준호 “처음 켐페인인데 도발씩이나”

아카데미 시상식이 ‘로컬’?···봉준호 “처음 켐페인인데 도발씩이나” 사진=연합뉴스 제공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면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높인 영화 ‘기생충’의 주역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오스카 캠페인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와 제작자들은 19일 오전 11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봉 감독 이외에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 등 배우들과 제작자인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 등이 참석했다.

봉 감독은 “캠페인 당시 북미 배급사 네온은 설립된 지 얼마 안 된 중소 배급사였고, 우리가 처한 상황은 마치 ‘게릴라전’ 같았다”며 “거대 스튜디오나 넷플릭스 이런 회사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예산으로, 열정으로 뛰었다. 그 말은 저와 강호 선배님이 코피를 흘릴 일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인터뷰만 600차례 이상, 관객과의 대화도 100회 이상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작들은 LA 시내에 광고판이 있고, 신문에 전면광고가 나왔다. 우리는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CJ와 바른손, 배우들이 팀워크로 물량의 열세를 커버하면서 열심히 했다”며 “한때 저뿐 아니라 노아 바움백, 토드 필립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바쁜 창작자인데, 왜 일선에서 벗어나서 시간 들여서 캠페인을 하는지, 스튜디오는 왜 많은 예산 쓰는지, 낯설고 이상하게 보인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이런 식으로 작품들을 밀도 있게 검증하는구나,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점검해보는 과정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이것이 아카데미 피날레를 장식하게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로컬'이라고 말한 게 아카데미를 도발하기 위해 계획한 것이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제가 처음 캠페인을 하는 와중에 무슨 도발씩이나 하겠냐”며 웃었다.

'기생충'이 세계적인 조명을 받은 이유에 대해 그는 “이번 이야기는 동시대 이웃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인 데다, 뛰어난 앙상블의 배우들이 실감 나게 표현한, 현실에 기반한 분위기의 영화여서 더 폭발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짐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