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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얼하게 맵다’ 마라에 중독된 한국인

[천진영의 푸드파이터]‘얼얼하게 맵다’ 마라에 중독된 한국인

등록 2019.07.25 09:25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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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중독적인 매운맛으로 중국 대륙을 평정한 ‘마라’가 최근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 잡았습니다.

길거리엔 마라탕, 마라샹구 등 외식 전문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식품업계는 과자, 라면, 소스 등 마라로 만든 각종 제품들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몇 년 전만해도 캡사이신의 알싸한 매운맛을 선호하는 한국인들에게 외면 받던 마라가 이토록 트렌드의 선봉장에 선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 쓰촨(四川)지역에서 시작된 마라는 매운맛을 내는 향신료입니다. ‘저리다, 마비되다’라는 뜻의 마(麻)와 매울 라(辣)를 씁니다. 한자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혀가 저릴 정도로 맵고 얼얼한 맛’이네요. 이 마라는 고추, 육두구, 화자오, 후추, 정향, 팔각 등 향신료를 배합해 만듭니다. 마취를 한 듯이 얼얼하면서 독특한 매운맛을 내는데, 습하고 더운 쓰촨 지역에서 음식이 상하는 걸 막기 위해 탄생했다고 하네요.

각종 향신료가 모여 새로운 맛을 냈기 때문에 한국의 매운맛과는 전혀 다릅니다. 한국은 고추에 들어있는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만든 칼칼하고 얼큰한 맛에 익숙한 반면, 마라는 주원료인 화자오(산초, 사천후추)의 영향으로 알싸한 매운맛을 냅니다.

이 때문의 마라의 맵기 정도를 객관적 수치로 나타내기 어렵다고 하네요. 고추에 포함된 캡사이신 농도를 매움 단위로 계량화한 것이 스코빌지수(SHU)인데, 마라의 스코빌지수가 낮다고 해서 맵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는 거죠. 스코빌지수를 따져가며 매운맛을 찾아다니던 마니아층에겐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셈이네요.

무엇보다 마라의 얼얼한 맛은 산초 오일에서 나오는 겁니다. 가루로 내면 이 맛을 느끼기 어려운데, 혀와 입술 등 입주변을 마비시키는 성분이 공기 중으로 증발해 특유의 맛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이색 매운맛으로 트렌드의 주역이 된 마라 요리는 사실 2000년대부터 국내 일부 음식점에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중국 여행 수요가 늘어나고 각종 유튜브나 TV 예능프로그램의 ‘먹방’ 열풍으로 중국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조금씩 국내 소비자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경기 불황으로 매운맛을 찾는 소비심리가 더해져 인기 메뉴로 급부상한거죠. 중국 현지 맛을 그대로 구현한 외식 전문점부터 마라를 활용한 각종 제품들까지 연이어 출시되고 있습니다.

그럼 영양학적으로는 어떠한지도 살펴볼까요? 우선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입니다. 음식물을 섭취했을 때 혀와 입안의 점막이 고통이 느끼는 자극을 우리가 최종적으로 매운맛으로 인지하게 되는 거죠.

매운맛은 일반적으로 식욕을 높여주고 음식의 맛에 긴장감을 더해주기도 합니다. 매운맛이 통증으로 뇌에 전달되면, 뇌에서는 자연 진통제인 엔드로핀을 분비합니다. 엔드로핀은 기쁨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로, 실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고 하네요.

매운맛의 척도인 캡사이신이 체지방을 연소하고 에너지 대사를 촉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캡사이신 다이어트’가 유행한 적도 있는데요, 오히려 매운맛 위주의 식단이 과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매운맛은 소화 기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매운 음식에는 고춧가루 외에도 설탕, 소금 등이 많이 들어있습니다. 밥 등 탄수화물이 더해질 경우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게 되겠네요. 게다가 너무 매운 음식을 한꺼번에 먹게 되면 설사, 항문 질환, 역류성 식도염 등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현재로선 캡사이신의 섭취 권고 기준이 없지만, 최근 국내 연구에선 성인 남성 70kg 기준으로 하루 청양고추 20개 미만으로 제시했네요. 캡사이신에 각종 유용한 성분이 많더라도 과잉 섭취 시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가능성 있다는 점 기억해 놓으면 좋겠습니다.

뉴스웨이 천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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