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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의 마법은 현재 진행형

[무비게이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의 마법은 현재 진행형

등록 2015.09.21 09:25

김재범

  기자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의 마법은 현재 진행형 기사의 사진

홍상수 감독의 세계는 기이하다. 사실 그렇다. 영화 자체가 기이함을 다룬다는 전제 속에서 해석을 하자면 이상해야 정상이다. 일상성을 배제한 채 흘러가는 가상의 세계는 판타지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도화선과도 같다.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홍상수의 영화 속은 더욱 이상하다. 이른바 ‘홍상수 월드’로 불리는 그의 영화적 시공간은 항상 일상성을 담보로 한다. 흘러가고 지나고 스쳐간 ‘찰나’가 모두 영화가 되고 스토리가 되며 재미로 탄생한다. 그래서 ‘홍상수 월드’는 항상 기기묘묘한 순간의 연속으로 다가온다. 그가 발표한 16편의 영화 모두가 결코 평범하지 않지만 경험 속에서 분명 평범할 수밖에 없는 ‘찰나의 법칙’을 따른다. 17번째 연출작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어떻게 보면 ‘홍상수의 찰나’가 빛을 내는 또 하나의 엔터월드가 된다.

영화는 홍상수 감독 작품답지 않게 무려 2시간에 걸쳐 흘러간다. 상당히 길다. 하지만 길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다. 사실 같은 영화를 반으로 쪼개서 두 번을 상영한다. 이유는 이미 영화 제목 안에 다 나와 있다. ‘지금’과 ‘그때’의 차이를 각각의 관점에서 보여준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의 마법은 현재 진행형 기사의 사진

영화의 내용은 사실 별다른 스포일러를 언급하기에도 불필요하다. 찌질한 남자가 있다. 이름은 함춘수(정재영)다. 영화감독이다. 수원에서 GV와 특강이 있다. 홀로 수원에 내려왔다. 하릴없이 숙소 근처를 배회하던 그는 화성행궁에 들른다. 그곳에서 우연히 한 여성을 만난다. 그림을 그리는 윤희정(김민희)이다. 어색한 대화로 인사를 나눈 그들은 차를 한 잔 마시고, 술을 한 잔 마시고 또 다른 모임에 참가해 연거푸 술을 마시게 된다. 남자는 여자에게 원하는 게 분명 있어 보인다. 사실 여자도 그런 남자의 의도를 알고 있는 듯하다. 일이 벌어질 듯 벌어지지 않을 듯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은 다음 날 아무 일도 없이 다시 만나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영화는 제목처럼 ‘지금이 맞을까’ 아니면 ‘그때가 맞을까’ 그것도 아니면 ‘지금은 틀릴까’ ‘그때가 틀릴까’를 고민한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전체적인 톤 자체가 지금까지 그래왔다. 이건 보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것인지’ ‘영화가 아니라 경험을 투영시키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일종의 ‘심리 실험 참가’를 유도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 정도의 흡입력을 전달시킨다. 사실 보고 있는 중간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함춘수가 되고 윤희정이 된다. 춘수의 어설프고 찌질해 보이는 추파에 묘한 줄타기를 하는 희정의 감정이 궁금해진다. 희정의 알듯 모를 듯한 ‘밀당’에 춘수는 몸만 더욱 달아오른다. “혹시 그때가 맞았다면 지금은 내가 틀린 것인가”란 감정의 솔직함이 연출이란 미명으로 그려지지 않은 채 완벽한 날것으로 스크린에서 그려진다. 전편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가 끝을 맺는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의 마법은 현재 진행형 기사의 사진

영화 시작과 함께 조금 다른 타이틀이 화면에 등장한다. 약간 당황스럽다. 하지만 홍상수의 영화 세계에서 ‘다름’과 ‘틀림’의 개념은 사실 무의미하단 것쯤은 관객들이 더욱 잘 알 것이다. 조금 다른 타이틀 제목에서 홍상수의 의도는 완벽하게 관객들의 심리를 뒤흔든다.

그리고 두 번째 혹은 후편 그것도 아니면 다음 챕터쯤으로 보일 진짜가 등장한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상영된다. ‘그때가 맞고 지금이 틀렸다’면 이번에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이유를 전달해야 한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의 마법은 현재 진행형 기사의 사진

완벽하게 같은 설정이고 같은 인물이 등장하고 같은 톤의 상황이 반복된다. 하지만 같지는 않다. 춘수와 희정은 좀 더 솔직하다. 앞서 등장했던 전편에서 ‘지금이 틀렸다’면 이번 후편에선 ‘지금이 맞아야 한다’는점 정도. 전편의 실수를 반면교사 삼은 춘수는 더욱 적극적으로 들이댄다. 길고 긴 술자리에선 술에 취한 눈으로 뜬금없이 희정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결혼을 하자고 막무가내로 달려든다. 하지만 이내 “애가 둘이다. 결혼했다”며 자신의 처지를 고백한다. 이 남자 정말 이상하다. 이상한 이 남자의 고백에 희정은 당황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받아들인다. 자신을 좋아한다는 감정은 전달이 된 듯하다. 주머니에서 꺼낸 반지를 끼워주는 대도 넙죽 받아든다. ‘조금 전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터무니없는 둘러댐은 사실 애교로 봐주기에도 민망하다. 그래도 희정의 눈에 춘수의 고백은 가식이 없다. 거짓이 없는 고백은 그저 진실 되고 순수한 남자로 보인다.

분명 홍상수는 같은 세계의 얘기를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완벽하게 다른 두 세계의 얘기처럼 다가온다. 집중의 문제고 선택의 갈림길이고 감정의 순수함에 대한 논거다. 감정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물음표의 존재다. 홍상수는 즉흥적인 영화 연출자로 이미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는 감독이다. 그의 세계는 이번 영화에서 또 하나의 불가능한 진화를 이룩한다. 감정의 본질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게 되는 얘기는 스스로도 예측하지 못한 의외성으로 번지게 된다. 그의 영화가 지금까지 말하고 또 말해온 부분이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의 마법은 현재 진행형 기사의 사진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가 정답인지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가 진짜인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홍상수는 두 가지의 선택과 우연의 결과물을 제시하고 관객들에게 뻔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은 맞는 것인지’ ‘그때가 틀린 것인지’ 아주 간단한 질문이다. 이 두 가지 질문은 ‘홍상수 월드’ 세계 속에서 또 하나의 마법을 일으키며 ‘찰나의 법칙’에 대한 강의를 마친다.

정재영 김민희 그리고 고아성 윤여정 기주봉 최화정 서영화 유준상 등이 출연한다. 사실 이 들 모두가 배우이면서 배우가 아닌 것 같은 착각마저 든다. 홍상수의 또 다른 마법일 것이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의 마법은 현재 진행형 기사의 사진

제목의 표기법에 대해 홍상수 감독은 “길고 긴 글자를 띄어쓰기가 불편해 붙였다”고 한다. 이것도 홍상수 답다. 개봉은 오는 24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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