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아중은 다른 여러 배우들에 비해 ‘판타지’를 자극하는 무언가를 갖고 있다. ‘광식이 동생 광태’ ‘미녀는 괴로워’ ‘나의 PS파트너’ 그리고 ‘캐치미’까지 모두가 그랬다. 남자들의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그런 어떤 이미지 말이다. 김아중은 이 말에 파안대소하며 “진짜”를 연발했다.
“우선 이번 ‘캐치미’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인물 아닌가요. 죄 의식 없이 물건을 훔치는 여 도둑? 무슨 명랑 만화 속 캐릭터도 아니고. 그런데 영화란 문법 자체가 상상을 그리는 것이기에 크게 개의치 않고 시나리오를 봤죠. 내가 전작들에서 보여 준 비슷한 이미지의 변주가 가능할 것 같았어요. 사실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앞선 생각이 들자 다시 읽어봤죠. 그랬더니 ‘어 이거 재미있겠는데’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데뷔 후 지금까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는 단 4편이다. 꽤 오랜(?) 연예계 생활로 느껴졌는데 “왜?”란 의문이 들었다. 4편 모두가 공교롭게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좋게 말하면 ‘잘하는 것에 집중’이고, 비딱한 시선으로 보자면 ‘가려서 선택’한 것이 된다. 김아중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제가 그럴 처지가 되나요(웃음). 사실 가려서 했다는 지적도 수긍이 가요. 저를 필요로 하는 캐스팅 제의 작품 가운데 ‘내가 정말 가장 잘 쓰일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움직인 게 사실이고요. 그러다 보니 공교롭게도 같은 장르만 한 것 같아요. 다음 작품부터는 다른 장르에 도전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김아중은 ‘캐치미’ 이후 자신의 색깔과는 좀 다른 작품의 출연을 고려중이다. 아직은 ‘고려 중’이지만 출연이 성사되면 ‘가려서’란 말은 쏙 들어갈 것 같다. ‘흥행’에 대한 생각도 달라지고 있다고. 자신이 잘하는 것만 해왔던 지금까지의 ‘선구안’에서 좀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을 느낀 것이다.
“아마도 ‘나의 PS파트너’를 찍고 나서부터 같아요. 흥행에 대한 부담감과 긴장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란 생각도 했던 것 같구요. 하지만 ‘캐치미’를 찍으면서 좀 해탈을 한 것 같아요. 그 흥행이란 게 나 혼자 할 수 있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여러 스태프들의 노력도 있잖아요.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어가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 예전만큼 몸이 안 따라 준다니깐요.(웃음)”
그런 편안한 생각이 ‘캐치미’ 전체에 묻어 있었다. 시종일관 연기를 하는 듯 또는 하지 않는 듯 김아중은 유려한 톤을 유지해 나갔다. 그의 상대역인 ‘대세’ 주원과의 찰떡 호흡으로 이어지며 색다른 ‘로맨틱 코미디’로 영화는 재탄생됐다. 김아중은 “실제로 정말 편하게 찍었다. ‘캐치미’는 꼭 그래야만 했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설명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워크샵’ 분위기였다고.
“감독님도 동의했고, 원이와도 그러자고 의향을 물었더니 흔쾌히 승낙하더라구요. 우선 동갑내기 설정이니 말도 놨어요. 원이가 워낙 형 누나들과 격이 없이 지내서 그게 별로 티도 안났지만요(웃음). 촬영을 하면서 각 씬 별로 서로 의논을 해가면서 찍었어요. ‘이번에는 이렇게 해볼래?’ ‘아니 이건 어때?’ ‘내 생각엔 이게 더 좋을 듯 한데?’ 이러면서요. 가끔씩은 감독님이 그냥 큐 사인만 내고 가만히 지켜보기도 하셨어요. 저희 둘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했죠.”
그런 편안함이 영화의 특이한 코드 가운데 하나인 ‘미스터리’를 살려내며 맛을 더했다.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진숙’(김아중)의 정체가 한 꺼풀씩 벗겨지는 모양새가 묘한 쾌감을 전달했다. 김아중과 주원의 ‘주거니 받거니’ 호흡이 색다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낸 셈이다. 김아중은 “이 영화 출연을 한 이유 딱 하나를 꼽자면 그 부분 때문이다”고 ‘콕’ 찍어 말할 정도였다.
아쉬움도 있다. 극중 호태(주원)와의 키스신이 편집에서 잘려 나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수위가 한 층 낮아진 점이다. 원래 ‘아련’하면서도 ‘발랄’한 느낌이 살아야 하는 데 묘하게 ‘에로틱’한 느낌이 강조됐다고.
“그게 아마 새벽 5시 쯤 찍은 장면이에요. 막바지 촬영이고, 저나 원이나 스태프들 모두 거의 비몽사몽이었어요. 거의 자면서 찍은 기분이에요. 실제로 정신도 좀 나간 상태에서 찍었는데 모니터일을 해보니 글쎄(웃음). ‘캐치미’가 순간 에로영화 인줄 알았다니까요.(웃음)”
영화 속에선 매번 달콤 쌉싸름한 사랑을 즐기는 그는 2013년 연말과 2014년 초를 솔로로 보내야 한다. 애기를 나눠보면 영화 속 그가 맡아온 배역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 더 없이 살갑고 더 없이 착한 김아중이다. ‘왜 이런 여자 솔로일까?’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건 김아중의 눈이 높거나 아니면 주변 남자들이 진짜 문제다.
“하하하, 그러게요. 왜 내가 솔로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영화 속에서만 그렇게 사랑을 해봐서 실제 사랑에선 좀 서툰 감이 있나? 연애를 해본 지도 언제인지 에휴, 2014년에는 백마 탄 왕자님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웃음)”
착한 배우 김아중, 착한 여자 김아중, 영화 ‘캐치미’ 그리고 ‘나의 PS파트너’ ‘미녀는 괴로워’ ‘광식이 동생 광태’. 그녀는 항상 사랑스러웠다. 지금도 그리고 다음에도 ‘쭉’ 그럴 것 같다. 왜? 김아중이니깐.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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