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렌트푸어 지원 공약으로 내걸었던 ‘목돈 안 드는 전세’를 이달 말 출시한다. 전세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나온 터라 환영받을 법도 한데, 실효성 논란에 뒷말이 무성하다.
집주인이 과도하게 올리는 전셋값은 제재하지 않겠다면서, 오히려 세입자에게 돈을 빌려줄 테니 전셋값을 충당하라고 한다. 결국 하우스푸어의 위험이 더 약자인 세입자에게 전이되는 꼴이다.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 4조9138억원에서 올해 7월 9조2435억원으로 88.1%나 늘어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경매로 넘어가도 전셋값을 충당하지 못하는 ‘깡통주택’이 넘쳐나 세입자들의 불안감은 가중된다. 작년 경매로 팔린 주택 1만3694건 중 임차인이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사례는 올 1월 현재 5804건(42.4%)에 달한다.
세입자 상당수가 전세금을 떼일 위험이 커진 상황인데도 정부가 나서서 대출을 유도하니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당연한 결과다. 집값 하락이 지속할 전망이어서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최소한의 주거권을 위한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 대부분 복지국가에서 시행 중인 전월세 상한제와 세입자의 계약 갱신 청구권이 바로 그거다.
일각에서는 공급을 줄여 전셋값이 단기에 폭등할 수 있다고 반대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이 법이 최초 제정되던 당시에도 전셋값은 폭등 중이었다. 오히려 제정 전후로 특별한 폭등은 없었다고 한다.
단기간에 전세 폭등을 잡는 게 세입자들에 가장 좋은 정책이지만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최소한 전세금 떼일 걱정 안할 정책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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