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를 넘어서는 차세대 항암제 기술문제 단백질 타깃, 치료 한계 돌파 가능성
제약바이오 기사에 나오는 ADC라는 말에 익숙해질 즈음, 또 다른 약어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바로 DAC(항체-분해약물접합체)다. 이름도 비슷하고 구조도 비슷하다. 둘 다 항체를 이용해 약물을 원하는 세포에 보내려는 기술이다. 다만 다시 택배 비유를 들자면, 상자 안에 담긴 내용물이 다르다.
ADC가 암세포에 세포독성 항암제를 실어 보내는 기술이라면, DAC는 암세포 안의 특정 단백질을 없애는 단백질 분해제를 실어 보내는 기술이다. 쉽게 말하면 ADC가 '항암제 택배'라면, DAC는 '단백질 청소부 택배'에 가깝다.
DAC는 영어로 Degrader-Antibody Conjugate의 줄임말이다. 우리말로는 항체-분해약물접합체라고 부를 수 있다. 국가신약개발재단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은 DAC를 ADC와 TPD(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를 결합한 차세대 신약개발 모달리티로 설명한다.
DAC의 구조
DAC를 이해하려면 먼저 ADC의 구조를 떠올리면 쉽다. 직전 기사에서 설명했듯 ADC는 항체, 링커, 페이로드로 구성된다. 항체는 암세포를 찾아가는 주소표이고, 링커는 항체와 약물을 이어주는 포장끈이며, 페이로드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내용물이다. DAC도 큰 틀은 비슷하다. 항체와 링커를 활용해 특정 세포로 페이로드를 보낸다. 차이는 이 페이로드에 있다.
ADC의 페이로드는 보통 암세포를 죽이는 강력한 세포독성 약물이다. 반면 DAC의 페이로드는 단백질 분해제(degrader drug)다. 이 물질은 세포 안에서 질병과 관련된 특정 단백질을 찾아내고, 그 단백질이 세포의 분해 시스템으로 끌려가 사라지도록 유도한다. 바이오인(BioIN) 자료에 따르면 DAC는 항체가 종양 관련 항원을 인식해 세포 안으로 들어간 뒤 링커가 분해되고, 방출된 단백질 분해제가 표적 단백질과 E3 유비퀴틴 리가제를 연결해 표적 단백질의 유비퀴틴화를 유발한다. 이후 해당 단백질은 프로테아솜으로 이동해 분해된다.
조금 더 쉽게 풀면 이렇다. 기존 표적치료제가 문제 단백질의 기능을 '막는' 방식이라면, 단백질 분해제는 그 단백질 자체를 '치우는' 방식이다. 문이 고장 났을 때 문고리를 잠가두는 것이 억제제라면, 아예 고장 난 문짝을 떼어내는 쪽이 분해제에 가깝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은 TPD 기술이 생체 내 단백질 분해 시스템을 이용해 병리 단백질 자체를 분해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이 차이 때문에 DAC는 ADC의 단순한 변형이라기보다, ADC와 TPD의 결합형 기술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항체는 특정 세포를 찾아가는 능력을 제공하고, 단백질 분해제는 세포 안에서 문제 단백질을 없애는 역할을 맡는다. 즉 DAC의 핵심은 "어떤 세포로 보낼 것인가"와 "세포 안에서 어떤 단백질을 없앨 것인가"를 동시에 설계하는 데 있다.
전망과 한계
이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표적 단백질 분해제는 기존 약물로 공략하기 어려웠던 단백질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단백질 분해제를 몸 안에 투여했을 때 원하는 조직이나 세포에 충분히 보내는 일은 쉽지 않다. DAC는 이 전달 문제를 항체의 표적성을 이용해 풀어보려는 시도다. DAC는 ADC와 TPD 두 모달리티를 결합해 세포 내 특정 표적에 약물을 전달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당장 DAC를 'ADC보다 좋은 기술'이라고 단정하긴 곤란하다. DAC는 아직 ADC처럼 승인 의약품이 다수 쌓인 성숙한 시장이 아니여서다. 아직은 전임상과 초기 임상 단계에서 가능성을 검증하는 분야에 가깝다. 약물을 세포까지 보내는 문제, 세포 안에서 충분히 분해제를 방출하는 문제, 원하는 단백질만 분해하는 문제, 독성을 관리하는 문제를 모두 넘어야 한다.
국내 기업 사례도 기대와 리스크를 동시에 보여준다. 오름테라퓨틱은 DAC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4월 HER2 표적 GSPT1 DAC 후보물질 ORM-5029의 추가 임상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임상·전임상 데이터를 검토한 뒤 개발 중단을 결정했으며, 차세대 DAC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사례는 DAC 기술 자체가 실패했다는 뜻이라기보다, 초기 플랫폼에서 치료역(안전성)과 안전성 검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DAC도 결국 약물이다. 항체가 표적 세포를 찾아간다고 해서 독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페이로드가 강력할수록 원하는 세포 안에서만 작동하도록 설계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다.
정리하자면
정리하면 DAC는 항체에 단백질 분해제를 붙인 약물접합체다. ADC가 암세포에 독성 약물을 배달하는 기술이라면, DAC는 암세포 안의 문제 단백질을 치우는 분해제를 배달하는 기술이다. 그래서 DAC는 '항암제 택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단백질 청소부 택배'라고 설명할 수 있다.
아직은 익숙한 용어가 아니다. 상업화 성과도 ADC보다 훨씬 초기 단계다. 하지만 ADC가 항암제 개발의 중요한 문법이 된 것처럼, DAC는 그 문법에 표적 단백질 분해라는 새로운 내용을 넣으려는 시도다. 앞으로 DAC 관련 기사를 볼 때는 다음을 기억해보자. "어디로 보내는가, 무엇을 싣고 가는가, 세포 안에서 무엇을 없애는가." 이 세 질문이 DAC를 읽는 가장 쉬운 출발점이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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