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빅파마가 바꾼 게임··· K-바이오, '수혜' 아닌 '증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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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가 바꾼 게임··· K-바이오, '수혜' 아닌 '증명'의 시간

등록 2026.04.30 11:14

이병현

  기자

유한양행·알테오젠, 시장 존재감 입증바이오시밀러, 오리지널 대응 전략 직면신약·플랫폼, 빅파마 수준 데이터로 차별성 강조

그래픽=이찬희 기자(제미나이 활용)그래픽=이찬희 기자(제미나이 활용)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1분기 실적 발표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새 평가 기준으로 떠올랐다.

과거에는 국내 기업의 파트너사가 호실적을 냈는지, 기술수출 자산이 실적 발표에서 언급됐는지가 주된 관심이었다면 올해는 분위기가 다르다. 빅파마의 실적콜은 국내 기업이 보유한 자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선행 지표로 기능하고 있다.

빅파마의 '방어 전략'


2028년 전후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대거 만료되는 이른바 '특허절벽'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약가 인하 압박이 맞물리면서 실적콜에 드러난 빅파마 전략은 더 명확해졌다. 기존 블록버스터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고, 처방 전환을 막으며, 병원과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투여 편의성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이 흐름은 국내 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유한양행처럼 해외 파트너 매출이 로열티와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기대감으로 이어지는 기업은 본격적인 수익화 단계에 들어섰다. 알테오젠처럼 빅파마의 제형전환 전략에 올라탄 플랫폼 기업은 특허절벽 방어의 핵심 도구로 재평가되고 있다. 반면 셀트리온·종근당·삼천당제약·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시밀러 기업은 한층 정교해진 오리지널 방어 전략을 돌파해야 한다. 에이프릴바이오·아이엠바이오로직스·리가켐바이오·한미약품·동아에스티 등 신약·플랫폼 기업에는 빅파마의 임상 데이터가 타깃 검증 신호이자 더 높은 비교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빅파마 실적 시즌의 핵심은 '수혜 기업 찾기'를 넘어서 국내 기업이 가진 기술이 빅파마의 생존 전략 안에서 얼마나 필요한 자산인지, 또 글로벌 시장의 높아진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글로벌 제약사의 1분기 실적을 직접적인 연결고리로만 파악하면 국내 기업과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J&J는 폐암 병용요법 매출을 키웠고, 로슈는 졸레어·바비스모·폴라이비 성장을 확인했으며, 사노피는 듀피젠트 고성장을 이어갔다. 노바티스와 바이오젠, 아스트라제네카, GSK도 각각 핵심 포트폴리오 중심의 성장세를 강조했다.

하지만 이 숫자를 하나로 묶는 공통분모는 분명하다. 빅파마는 더 이상 단순히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보강하는 데 만족하지 않는다. 이미 거대한 시장을 만든 제품을 오래 방어하고, 약가 인하와 바이오시밀러 공세를 피하며, 의료 현장에서 처방 전환이 어렵도록 진입장벽을 쌓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 과정에서 국내 기업의 자산도 새롭게 재분류된다. 기술수출에 성공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글로벌 파트너가 해당 자산을 얼마나 핵심 포트폴리오로 키우는지, 피하주사(SC) 제형이나 병용요법처럼 시장 방어에 실질적으로 쓰이는지,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오리지널 제품의 방어 전략을 넘어설 가격·처방·편의성 논리를 갖췄는지 꼼꼼하게 따질 필요가 생긴 것이다.

렉라자, 글로벌 매출 검증 단계로


국내 기업과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사례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 파트너사 J&J(존슨앤존슨)는 지난 1분기 매출 240억6200만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9% 성장했고,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했다. 혁신의약품 부문 성장 요인으로는 다잘렉스, 카빅티, 얼리다와 함께 리브리반트·라즈클루즈 병용요법이 언급됐다.

리브리반트·라즈클루즈의 1분기 글로벌 매출은 2억57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억4100만달러 대비 82.7% 증가했다. 미국 매출은 1억7500만달러, 해외 매출은 8200만달러로 집계됐다. 라즈클루즈는 유한양행이 얀센에 기술수출한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미국 제품명이다.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수출 상당수가 임상 진입, 권리 반환, 파트너 우선순위 조정 등의 변수에 노출된 것과 달리, 렉라자는 이미 J&J의 폐암 프랜차이즈 안에서 상업화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J&J는 리브리반트와 라즈클루즈 매출을 묶어 공시하고 있어 렉라자 단독 매출이나 유한양행이 받을 로열티 규모를 단순 역산하기는 어렵다. 유한양행의 오는 1분기 실적에서 구체적 규모가 드러날 예정이다. 한편 병용요법의 시장 침투 속도, 국가별 출시 일정, 보험 등재, 처방 가이드라인 반영 여부에 따라 실제 수익화 속도도 달라질 수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J&J가 해당 병용요법을 얼마나 큰 폐암 치료 축으로 키울 수 있느냐다. 기술수출 자산의 가치는 계약 규모가 아니라 파트너사의 글로벌 프랜차이즈 안에서 실제 매출을 만들 때 비로소 재평가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J&J의 피하주사 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 J&J는 리브리반트의 SC 제형인 리브리반트 파스프로에 대한 FDA 승인을 확보했는데, 라즈클루즈 병용 요법에도 해당 제형을 활용할 수 있다. 이는 항암제 경쟁이 효능 중심에서 투여 시간, 병원 운영 효율, 환자 편의성까지 포함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렉라자의 글로벌 성장은 단일 약물 경쟁이 아니라 병용요법과 제형전환이 결합된 프랜차이즈 경쟁 안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알테오젠, 특허절벽 방어 '핵심 축' 부상


알테오젠은 빅파마의 특허방어 전략에서 중요도가 높은 플랫폼 기업으로 꼽힌다. 직접적인 제품 매출을 보유한 기업은 아니지만, 빅파마가 블록버스터 수명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ALT-B4 플랫폼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연결고리는 MSD의 키트루다 큐렉스다. 미국 FDA는 2025년 9월 펨브롤리주맙과 베라히알루로니다제 알파 SC 제형인 키트루다 큐렉스를 승인했다. 알테오젠은 베라히알루로니다제 알파가 자사 ALT-B4 기반 인간 히알루로니다제라고 설명한 바 있다.

키트루다는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최대 블록버스터 중 하나다. 2028년 전후 물질특허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MSD가 SC 제형을 도입한 것은 단순한 편의성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 정맥주사 대비 투여 시간을 줄이고 병원 운영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기존 제품의 처방 기반을 유지하려는 생애주기 관리 전략으로 해석된다.

알테오젠의 기업가치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키트루다 전체 매출이 크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키트루다 SC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처방 현장에 침투하느냐다. SC 제형 채택률이 높아질수록 알테오젠의 마일스톤과 로열티 기대감도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처방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면 플랫폼 가치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조정될 수 있다.

알테오젠과 빅파마 간 연결고리는 MSD에 그치지 않는다. 바이오젠은 ALT-B4를 활용해 2개 바이오의약품의 피하주사 제형을 개발·상업화할 수 있는 독점권을 확보했고, 계약금 2000만달러와 최대 5억4900만달러 규모의 마일스톤·로열티 구조를 포함했다. 바이오젠은 최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총매출 24억78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ALT-B4 적용 후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지난 29일 1분기 매출 152억8800만달러를 발표하며 항암 포트폴리오 성장을 이어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알테오젠과 ALT-B4 기반 복수 항암 자산의 피하주사 제형 개발·상업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GSK 자회사 테사로 역시 ALT-B4를 활용해 PD-1 항체 도스탈리맙의 피하주사 제형을 개발·상업화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GSK는 올 1분기 매출 76억파운드를 기록했고, 항암 부문은 CER 기준 28% 성장했다.

향후 알테오젠의 핵심 투자 포인트는 파트너 수의 단순 확대가 아니라, 각 파트너가 실제로 어떤 품목에 ALT-B4를 적용하고 어느 단계까지 개발을 진행하느냐로 갈릴 전망이다.

SC 제형, 빅파마의 에버그리닝 무기


유한양행과 알테오젠 사례는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빅파마의 같은 전략을 관통한다. J&J의 리브리반트·라즈클루즈 병용요법과 MSD의 키트루다 큐렉스는 모두 기존 치료 패러다임 안에서 시장 방어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SC 제형은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기술로 설명되지만, 빅파마 입장에서는 훨씬 더 전략적인 의미를 갖는다. 병원 입장에서는 주입 시간이 줄어 운영 효율이 개선되고, 환자 입장에서는 방문·투약 부담이 낮아진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기존 정맥주사 제품과 차별화된 제형을 통해 처방 유지력을 높일 수 있다.

이 때문에 SC 제형은 특허절벽 이후 빅파마의 에버그리닝 전략에서 중요한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에버그리닝은 기존 의약품의 특허·시장 독점력을 제형, 용법, 적응증, 병용요법 등을 통해 연장하려는 전략을 뜻한다. 최근에는 의료 현장의 효율성과 환자 경험 개선을 결합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알테오젠의 ALT-B4 플랫폼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플랫폼을 통해 개발한 SC제형이 빅파마가 블록버스터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인 기술적 진입장벽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독자 신약을 끝까지 개발하거나 특정 후보물질을 수출하는 것만이 아니라, 빅파마의 수익 방어 전략에 들어갈 수 있는 플랫폼 기술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한 사업모델이 되고 있다.

로슈·사노피 방어전···시밀러 기업, 기회이자 부담


바이오시밀러 기업에는 빅파마의 블록버스터 실적이 양면적 신호다. 오리지널 의약품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은 목표 시장이 크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오리지널 기업의 방어력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해서다.

로슈는 1분기 그룹 매출이 147억스위스프랑으로 CER 기준 6% 성장했고, 제약 부문 매출은 114억6900만스위스프랑으로 7% 성장했다. 로슈는 졸레어, 피스고, 헴리브라, 바비스모, 오크레부스, 폴라이비를 주요 성장 품목으로 제시했다.

국내 기업 중 셀트리온과 직접 연결되는 품목은 졸레어다. 로슈는 졸레어 1분기 매출이 7억800만스위스프랑으로 CER 기준 26% 증가했고, 음식 알레르기 수요가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출시 시점을 2026년 하반기로 예상했다.

셀트리온의 옴리클로는 졸레어의 바이오시밀러다. 유럽과 미국에서 퍼스트무버 지위를 확보했고, 미국에서는 75㎎·150㎎에 이어 300㎎ 용량 허가도 받았다. 특히 졸레어와 상호교환성을 인정받은 첫 바이오시밀러라는 점에서 시장 진입 조건은 유리하다.

문제는 허가 이후다. 졸레어가 여전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은 시장 규모를 확인시켜 주지만, 오리지널 제품에 대한 처방 관성과 적응증 확장 효과도 강하다는 뜻이다. 바이오시밀러의 성패는 허가가 아니라 보험 등재, 가격 전략, 의료진 전환 의지, 환자 접근성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사노피의 듀피젠트도 같은 구도다. 사노피는 1분기 매출 105억900만유로, CER 기준 13.6% 성장을 기록했다. 듀피젠트 매출은 41억7000만유로로 30.8% 증가하며 사노피의 핵심 성장축임을 재확인했다.

종근당은 듀피젠트 바이오시밀러 CKD-706을 개발 중이다. CKD-706은 유럽 임상 1상 승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리지널 제품과 약동학·약력학·안전성·면역원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듀피젠트 매출 확대는 종근당에 분명한 기회다. 하지만 사노피가 듀피젠트의 고용량, 투여 간격 확대, 신규 적응증, 제형 개선 등을 통해 방어 전략을 강화할수록 후발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침투 난도도 올라간다. 바이오시밀러가 단순히 더 저렴한 제품이라는 논리만으로 블록버스터 시장을 흔들기는 어려운 환경이 된 것이다.

안과 시장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로슈의 바비스모는 1분기 10억2400만스위스프랑 매출을 기록해 CER 기준 13% 성장했고, 미국 시장 성장 복귀와 글로벌 점유율 확대가 확인됐다. 바비스모는 아일리아와 동일 제품은 아니지만 황반변성·당뇨병성 황반부종 시장에서 처방 흐름을 바꾸는 차세대 약물이다.

이는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를 준비하는 셀트리온, 삼천당제약,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간접 부담으로 작용한다. 셀트리온은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의 미국 FDA 허가를 확보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오퓨비즈를 통해 미국 안과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삼천당제약의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비젠프리는 미국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안과 시밀러 기업이 맞닥뜨린 경쟁 상대는 기존 아일리아만이 아니다. 투여 간격과 치료 지속성을 앞세운 바비스모, 더 나아가 차세대 후보물질이 시장의 처방 기준을 바꿀 수 있다. 시밀러 기업에는 가격 경쟁력과 함께 의료진이 처방을 전환할 명분을 제공하는 전략이 필요해졌다.

신약, 빅파마가 비교선···바이오텍 검증 압박


차세대 신약 전선에서는 빅파마가 제시하는 데이터의 질적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국내 신약 개발 기업에 빅파마 데이터는 타깃 검증 신호이면서 동시에 더 까다로운 비교 기준이다. 대표 분야가 아토피 피부염이다.

사노피는 OX40L 표적 항체 암리텔리맙의 COAST 1, COAST 2, SHORE 3상 결과를 공개했다. 암리텔리맙은 4주 또는 12주 간격 투여에서 24주까지 효능 개선세를 보였고, 사노피는 글로벌 허가 제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에이프릴바이오와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비교선에 오른다. 에이프릴바이오가 에보뮨에 기술이전한 APB-R3/EVO301은 IL-18 결합 단백질 기반 후보물질로, 중등도~중증 아토피 피부염 2a상에서 주요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에보뮨은 12주차 EASI 감소와 IGA 0/1 달성률 개선을 발표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발굴한 NAV-240은 OX40L과 TNFα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항체다. 파트너사 내비게이터 메디슨은 NAV-240의 화농성 한선염 2a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해당 물질은 OX40L 축에서 사노피 암리텔리맙과 간접 비교될 수 있다.

아토피 시장에서 듀피젠트는 이미 막강한 기준점이다. 여기에 암리텔리맙이 Q12W 투여 가능성과 후기 임상 데이터를 앞세우면 후발 또는 차세대 후보물질의 차별화 과제는 더 뚜렷해진다. 새 기전이라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기존 치료제 대비 어느 환자군에서 더 나은지, 투여 간격과 안전성에서 어떤 이점이 있는지, 장기 치료 시장에서 처방 전환을 이끌 만한 근거가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는 국내 바이오텍의 개발 전략에도 영향을 준다. 초기 임상에서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글로벌 파트너링을 설득하기 어렵다. 빅파마가 이미 대규모 후기 임상 데이터를 쌓고 있는 분야에서는 환자군 설정, 바이오마커, 투여 편의성, 장기 안전성까지 포함한 개발 논리가 필요해졌다.

비슷한 상황은 비만 치료제 분야에서도 연출되고 있다. 최근 빅파마의 비만 파이프라인은 국내 비만 신약 기업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중이다. 로슈는 페트렐린티드의 비만 2상 긍정 결과와 에니세파타이드(코드명 CT-388)의 비만 3상 ENITH-1·2 개시를 1분기 업데이트로 제시했다. 관련 데이터는 오는 6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계열 메타비아, 유한양행, 셀트리온 등이 비만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HM15275는 비만과 심혈관·신장·대사질환을 겨냥한 장기지속형 삼중작용제다. 메타비아의 DA-1726은 GLP-1 수용체와 글루카곤 수용체를 겨냥하는 주 1회 피하주사 이중작용제다. 셀트리온도 GLP-1 기반 다중표적 주사제와 경구제 개발 계획을 밝힌 상태다.

비만 치료제 시장은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초기에는 체중감량률이 핵심 경쟁력이었지만, 이제는 내약성, 근손실 방어, 병용 가능성, 심혈관·신장·대사질환 동반 효과, 투여 편의성까지 함께 평가된다. 로슈가 페트렐린티드와 CT-388 병용 가능성을 제시한 것도 시장이 단일 기전·단일 제품 경쟁에서 환자군별 조합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기업에는 기회와 부담이 동시에 존재한다. 비만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술수출과 파트너링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후발주자로서 개발 완료 시점에 시장 상황이 이미 달라졌을 가능성도 크다. 단순히 GLP-1 계열이라는 키워드만으로는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만 관련 키워드만 들어가면 주가가 반응을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후발 주자로서는 새로운 파이프라인 도입 결정도 쉽지 않다"며 "이미 차세대 비만약 경쟁이 치열해져 확실한 차별화 요소가 없다면 개발 완료 시점에는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ADC, 상업화 기준 높아져···'임상 실행력' 시험대


ADC 분야에서는 로슈 폴라이비가 기준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폴라이비는 1분기 4억700만스위스프랑 매출을 기록해 CER 기준 26% 성장했고, 1차 DLBCL 미국 환자 점유율이 39%까지 확대됐다. 로슈는 폴라이비가 1차 DLBCL에서 강한 침투율을 보이고 있으며 글로벌 치료 환자가 9만5000명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폴라이비의 성장은 국내 ADC 기업에 직접 수혜라기보다 시장 검증의 의미가 크다. ADC가 혈액암 1차 치료 영역에서도 상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리가켐바이오와 같은 ADC 플랫폼 기업의 가치평가에도 영향을 준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가치평가 관점에서 글로벌 상업화 사례의 영향을 받는다. 리가켐바이오는 현재 소티오에 기술이전한 LRRC15 표적 ADC SOT106의 개발 진척에 따른 마일스톤을 수령할 예정이며, 소티오는 2026년 하반기 글로벌 IND 제출을 계획하고 있다.

ADC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플랫폼의 기술적 완성도뿐만이 아니다. 어떤 타깃을 선택했는지, 링커와 페이로드 조합이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적인지, 파트너사가 임상을 지속할 의지가 있는지, 실제 적응증에서 상업성이 있는지가 함께 평가된다. 폴라이비 같은 상업화 사례가 늘어날수록 국내 ADC 기업에도 더 구체적인 임상 진입과 개발 지속성 입증이 요구될 전망이다.

노바티스·바이오젠, '직접 언급 부재'


이번 주 새로 발표된 노바티스와 바이오젠 실적도 국내 기업과 연결된다. 다만 두 회사 모두 1분기 발표에서 국내 기술수출 자산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역설적으로 이 역시 중요한 체크포인트다.

노바티스는 1분기 순매출 131억1300만달러를 기록했고, 키스칼리, 플루빅토, 케심프타, 셈블릭스, 렉비오 등 우선순위 브랜드 성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종근당이 기술수출한 HDAC6 저해제 CKD-510, 노바티스 코드명 PKN605는 실적 발표 자료에서 별도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PKN605는 노바티스 임상 정보상 심방세동 환자 대상 2상 연구로 확인된다. 연구는 24주 치료 기간 동안 심방세동 부담 감소 등을 평가하는 구조다. 종근당 입장에서는 실적콜 직접 언급보다 임상 진행과 후속 마일스톤 이벤트가 더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오젠도 마찬가지다. 바이오젠은 1분기 매출 24억78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알테오젠 ALT-B4 적용 후보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알테오젠의 바이오젠 계약이 단기 실적보다 향후 개발 개시, 품목 공개, 두 번째 제품 마일스톤 발생 여부로 평가될 사안임을 보여준다.

빅파마 실적콜에서 언급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곧바로 부정적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 초기 임상 또는 내부 개발 단계의 자산은 실적 발표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술수출 이후 실제 개발 우선순위에 올라 있는지, 파트너사가 어느 시점에 해당 자산을 공개적으로 설명하는지가 중요한 추적 지표가 된다.

CNS·진단 장기 변수···환자 선별 인프라 핵심


로슈는 신경질환과 진단 영역에서도 국내 기업에 간접 변수를 던졌다. 로슈는 신경미세섬유 경쇄(Elecsys NfL) CE 마크와 알츠하이머 pTau217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출시 계획 등을 제시했다. 혈액 기반 진단이 확대될 경우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다발성경화증 등 CNS 신약 임상에서 환자 선별과 조기진단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에이비엘바이오와 오스코텍·아델, 알지노믹스 등이 CNS 영역에서 거론된다. 에이비엘바이오의 ABL301은 BBB 셔틀 플랫폼 Grabody-B를 활용한 파킨슨병 후보물질로 사노피에 기술이전됐다. 최근 사노피가 ABL301의 개발 우선순위를 조정한 점은 기술수출 이후에도 파트너사의 전략 변화가 국내 기업에 큰 변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스코텍과 아델은 아세틸화 타우를 표적으로 하는 알츠하이머 후보물질 ADEL-Y01을 사노피에 기술이전했다. 알지노믹스도 RNA 교정 플랫폼을 기반으로 CNS와 유전질환 영역에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CNS 분야에서 빅파마의 관심은 단순한 후보물질 확보를 넘어 환자 선별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처럼 질환 진행이 길고 환자군이 이질적인 영역에서는 임상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바이오마커와 진단 기술이 필수적이다. 국내 CNS 기업에도 물질의 기전뿐 아니라 어떤 환자군을 대상으로 어떤 진단 체계와 함께 개발할 것인지가 핵심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K-바이오, '수혜'보다 '검증 지표' 봐야


빅파마 실적콜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에 무조건적인 호재가 아니다. 유한양행처럼 글로벌 매출이 실제로 잡히는 기업도 있고, 알테오젠처럼 빅파마의 제형전환 전략에 올라탄 플랫폼 기업도 있다. 하지만 다수 기업은 오히려 더 높은 기준선 위에서 기술력을 다시 검증받아야 할 수 있다.

셀트리온, 종근당, 삼천당제약,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블록버스터 시장 진입 기회를 잡았지만 오리지널 기업의 적응증 확대, 제형 개선, 처방 방어 전략과 맞서야 한다.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시장에서는 마케팅 전략, 가격, 보험, 심지어 차세대 약물의 등장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에이프릴바이오,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리가켐바이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등은 빅파마가 제시한 후기 임상·상업화 데이터를 비교 기준으로 삼아 차별성을 입증해야 한다. 새 기전, 신규 플랫폼, 대형 시장 진입 가능성은 출발점일 뿐이다. 글로벌 파트너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시장을 바꿀 수 있는 데이터와 방어 가능한 기술적 진입장벽이다.

K-바이오의 높아진 위상은 역설적으로 올해 빅파마 실적 발표 기간을 일회성 이벤트보다 국내 기업에 대한 냉정한 검증 국면으로 읽게 만든다. 호재의 폭은 넓어졌지만, 실질 수혜로 이어지는 길은 더 좁아졌다. 이제 시장이 국내 기업에 묻는 질문은 더 이상 "어느 빅파마와 연결됐는가"에 그치지 않고, "보유 기술이 실제 매출, 처방 전환, 임상 성공, 기술 장벽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로 향하고 있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기술력은 특정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인정을 받는 수준"이라면서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영역에서는 개발이 끝났을 때 시장 기준이 이미 바뀌어 있을 수 있다"라고 짚었다.

이어 "글로벌 진출은 단순히 해외에 제품을 파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바이오 기업은 처음부터 글로벌 기업으로, 파이프라인도 처음부터 글로벌 파이프라인으로 설계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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