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글로벌 바이오 투자, '선별·공조' 시대로···"두 단계 앞 자본 전략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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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 투자, '선별·공조' 시대로···"두 단계 앞 자본 전략 짜야"

등록 2026.04.28 16:25

이병현

  기자

기술력만으론 부족, 차별화 전략 중요해한국 바이오, 국경 넘는 협력 확대 절실

바이오코리아 2026이 서울 코엑스에서 28일 개최됐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대표(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제약바이오 혁신을 위한 글로벌 투자 지형 Part. 1'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병현 기자바이오코리아 2026이 서울 코엑스에서 28일 개최됐다.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대표(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제약바이오 혁신을 위한 글로벌 투자 지형 Part. 1'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병현 기자

글로벌 제약·바이오 투자 시장이 단순한 침체가 아니라 '선별 투자'와 '국경 간 협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투자 자금은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지만, 글로벌 투자자는 우수한 기술력을 넘어서 임상 단계별 위험 관리, 후속 자금 조달 계획, 글로벌 시장 진입 전략, 엑시트 가능성까지 더 엄격하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28일 열린 바이오코리아 2026 '제약바이오 혁신을 위한 글로벌 투자 지형 파트 1' 세션에서는 글로벌 벤처캐피털과 투자·사업화 전문가가 참여해 바이오 R&D 투자 환경 변화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세션은 '글로벌 파트너십 기회와 전략적 R&D 펀딩 모델'을 주제로, 민간 VC(벤처캐피탈)의 투자 관점과 공공·전략 자본의 역할을 함께 조망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좌장은 허경화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 대표가 맡았다. 패널로는 케리 리 싱클레어 오스바이오텍(AusBiotech) 투자 부문 디렉터, 제이슨 힐 버티컬(Vertical) 최고전략책임자, 장크리스토프 르농댕 베살리우스 바이오캐피털(Vesalius Biocapital) 매니징 파트너, 바수데브 베일리 아노말리(Anomaly) 최고경영자, 프랭크 양 블루 오션 캐피털(Blue Ocean Capital) 창립 파트너 겸 최고경영자가 참여했다.

허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글로벌 바이오 투자 지형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며 "자본 전략은 더 이상 나중에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 초기부터 논의해야 할 핵심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모델 역시 "단일 투자자 중심에서 국경을 넘는 신디케이트 협력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며, 투자와 바이오텍의 개발·글로벌화 전략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 투자 까다로워져···'가치 스토리' 중요"


세션 중엔 현재 투자 환경을 두고 '자본이 사라진 시장'이 아니라 '더 까다롭게 선별하는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싱클레어 디렉터는 "자본은 여전히 투입되고 있으나 투자자가 훨씬 더 선택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창업자는 과거보다 훨씬 더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바이오기업이 현재 개발 단계만 설명해서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싱클레어 디렉터는 "과거에는 기업이 자신이 있는 단계에 맞춰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투자자가 미래 자본이 어디서 올 것인지, 현재 단계에서 어떻게 위험을 낮출 수 있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1상 단계에 있다면 상업화 전략과 다음 자금 조달까지 두 단계 앞을 생각해야 한다"며 "자본이 없는 것이 아니라 선택적인 자본이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힐 최고전략책임자도 투자 환경 변화가 일시적 조정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고 봤다.

그는 북유럽 시장을 예로 들며 "2023년과 2024년에는 자본이 크게 줄었지만, 2025년에는 AI 기반 헬스케어를 중심으로 반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에는 기술 중심의 피치와 기술적 매력만으로도 주목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업이 어떤 가치를 시장에 가져갈지 설명하는 '가치 스토리'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르농댕 매니징 파트너는 유동성 부족과 엑시트 시장의 부진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그는 "시장은 유동성이 낮고, 펀드와 바이오기업 모두 자본 조달에 과거보다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수익 회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LP 자금이 다시 순환되지 않는 악순환이 생긴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은 플랫폼보다 명확한 개발 자산을 더 많이 본다"며 "언제, 누구에게, 얼마에 매각할 수 있을지를 훨씬 앞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의 중요성도 거론됐다. 베일리 최고경영자는 "미국 전략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미국 시장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시장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좋은 과학만으로 투자 유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며 "좋은 회사는 언제나 자금을 조달한다"면서도 "이제는 흥미로운 전임상 데이터만으로 VC가 움직이기를 기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일리 최고경영자는 초기 바이오기업이 공개시장에 있는 임상 자산과도 경쟁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투자자는 공개시장에서 임상 2상 자산을 가진 기업도 볼 수 있다"며 "민간 시장의 초기 기업은 실제 임상 자산을 가진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장 좋은 데이터가 항상 가장 많은 돈을 끌어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누가 그 이야기를 믿고 함께할 것인지도 벤처캐피탈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투자 환경에 대해서는 라이선싱과 파트너십 확대가 주요 흐름으로 제시됐다.

양 창립 파트너는 중국과 홍콩 시장을 언급하며 "지역별 차이가 뚜렷하다"며 "중국과 홍콩에서는 라이선스 거래와 파트너십이 매우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AI 기반 신약개발, 디지털 치료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분야에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기업은 국제 협력과 라이선싱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국경 간 투자와 협력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베일리 최고경영자는 "지난 12년 동안 영국과 아시아, 특히 싱가포르와 일본 등에서 여러 국경 간 투자를 했다"며 "최근에는 중동에서도 미국 파트너를 찾고, 인도·한국 등의 인재와 제조 역량을 현지로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한국, 일본, 중동이 바이오 투자와 협력의 한 축으로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점은 흥미로운 변화"라고 평가했다.

르농댕 매니징 파트너는 "헬스케어는 정의상 글로벌 시장"이라며 "기업은 글로벌 시장 안에서 포지셔닝해야 하고, 글로벌 투자자가 경영진에 가치를 더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도 "한국 바이오파마와 바이오텍 시장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왔다"며 "잠재적인 공동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자본 활용, '시스템' 관점 필요"


자본의 종류와 활용 방식에 대해서는 '시스템' 관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싱클레어 디렉터는 "생명과학에는 임상, 환자, 규제, 생산 등 수많은 시스템이 있고, 자본도 하나의 시스템"이라며 "자본 시스템에도 마찰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을 만들어놓고 마지막에 '이제 자본을 달라'고 찾아가면 작동하지 않는다"며 "초기 비희석성 공공자금, 이후 민간자본, 상장 이후 공공시장 자금 등 각 단계에 맞는 자본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싱클레어 디렉터는 "망치를 들고 있으면 모든 것이 못처럼 보인다는 말이 있다"며 "자본을 단순히 때려서 얻어내는 대상으로 보면 성공하기 어렵다"고도 분석했다.

이어 "기업의 현재 단계에 맞는 자본이 무엇인지 알고, 오늘 같은 자리에서 만나는 관계를 미리 쌓아야 한다"며 "준비가 됐을 때 투자자가 기꺼이 대화하고 싶어 하는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엑시트 전략에 대해서는 지역별 인식 차이도 드러났다. 르농댕 매니징 파트너는 "우리는 회사를 매각 가능하도록 설계하려고 한다"며 "IPO는 진정한 엑시트가 아니라 공모 자금 조달"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개시장의 변동성 때문에 수년간 묶일 수 있고, 투자자에게 현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다"며 "초기부터 언제, 어떻게 엑시트할지 투자자와 경영진의 생각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싱클레어 디렉터는 M&A 과정에서도 지정학적 변수와 규제 장벽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는 "누군가 회사를 사는 이유는 가치가 만들어졌고 앞으로도 가치가 생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면서도 "각국 정부는 자국의 중요한 자산이 해외로 이전되는 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업은 인수자가 누구인지뿐 아니라 실제 거래가 성사되는 과정에서 어떤 규제 절차가 필요한지도 알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속한 임상, 정부도 조력···아시아에 기회 있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회도 부각됐다. 싱클레어 디렉터는 한국과 호주가 임상시험 및 규제 체계 측면에서 협력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는 "호주와 한국은 임상시험 프레임워크가 유사하고, FDA와도 잘 작동하는 강한 규제 체계를 갖고 있다"며 "특히 호주는 초기 임상시험이 빠르고 정부 보조도 있어 자본 효율성 측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일리 최고경영자는 아시아 기업이 미국 투자자를 설득하려면 과학적 설명을 넘어 팀, 자본 여정, FDA 전략까지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 투자는 긴 여정이고, 투자한 회사의 이사회에서 빠져나오는 것은 이혼보다 어려울 수 있다"며 "팀이 장기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학 이야기를 잘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자본 여정과 자본 효율성, 글로벌 개발 경로를 투자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했다.

힐 최고전략책임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고령화와 의료 접근성 문제를 투자 기회로 제시했다. 그는 "디지털 헬스 기업이라면 첫날부터 글로벌 기업"이라며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한국·중국·일본처럼 인구 구조가 빠르게 바뀌는 시장에서 고령화와 만성질환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국내 기업, 차별화 전략 필요"


패널은 모두 한국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투자 유치를 위해 차별화된 전략과 명확한 데이터, 설득력 있는 사업화 스토리를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르농댕 매니징 파트너는 투자 판단 기준으로 "팀, 과학, 기술, 지식재산권, 위험 식별과 완화 가능성, 그리고 결국 언제 어떻게 얼마의 수익을 낼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그는 "가치를 만들되 결국 엑시트해야 한다는 관점을 초기부터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일리 최고경영자는 "나는 불공정한 우위가 있는 회사를 좋아한다"며 "예를 들어 강력한 전략적 파트너가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구조가 있다면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힐 최고전략책임자는 "좋은 과학은 좋은 과학"이라면서도 "성공하는 기업은 자신들이 왜 이 일을 하는지, 어떤 가치를 만드는지 설득력 있게 말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짚었다.

싱클레어 디렉터는 투자의 궁극적 목적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제대로 맞물리면 고통받는 환자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과학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와 환자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를 함께 설득력 있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양 창립 파트너는 마지막 조언으로 "혁신뿐 아니라 깊이 있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여러 회사 중 하나가 아니라 독특한 회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바이오텍은 가능한 한 이른 시점에 데이터를 확보하고, 글로벌 협력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대표는 세션을 마무리하며 "투자 지형은 분명히 변화하고 있고, 훨씬 더 경쟁적이면서도 선택적인 시장이 됐다"며 "자본은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확보할지는 전혀 다른 게임이 됐다"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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