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중국이 끌고 미국이 당긴다···HK이노엔, 글로벌 확장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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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끌고 미국이 당긴다···HK이노엔, 글로벌 확장 본격화

등록 2026.05.01 12:07

이병현

  기자

중국 로열티 확대·미국 허가 절차 진전미국·유럽 시장 진출 본격화비만·희귀질환 신약 개발 박차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HK이노엔의 주력 신약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 수익 창출 구조가 '해외 로열티' 중심으로 본격 전환하는 변곡점을 맞았다. 오는 5월 공개될 케이캡 미국 임상 3상 데이터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도약을 가를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케이캡, 중국 로열티 본격화


1일 HK이노엔에 따르면 회사의 올해 1분기 별도 기준 매출은 2587억원, 영업이익은 332억원으로 집계됐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6%, 30.7% 증가한 수치다.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은 311억원으로 49.1%, 당기순이익은 259억원으로 48.9% 늘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기준 컨센서스와 비교하면 매출은 소폭 밑돌았지만 영업이익은 12% 이상 웃돌며 수익성 측면에서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개선의 중심에는 ETC(전문의약품)가 있다. 1분기 ETC 매출은 23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31억원으로 40.4% 늘었다. 반면 컨디션, 헛개수 등이 포함된 H&B 부문은 매출 196억원, 영업이익 1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4%, 영업이익은 94.2% 감소했다. 신제품 집중 발매에 따른 광고선전비 증가가 수익성을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력 품목인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은 처방 실적 기준 1분기 58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3.9% 성장했다. 주목할 부분은 사용량 연동 약가 환급금의 회계처리 방식이 비용 처리에서 매출 차감으로 바뀌면서 국내 매출은 412억원으로 5.4% 감소한 점이다. 같은 시기 수출은 44억원으로 11.5% 늘어 국내외 합산 매출은 456억원을 기록했다. 외형보다 실제 처방 증가와 해외 확장이 두드러진 셈이다.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에서 P-CAB 비중은 1분기 28%까지 올라왔고, 케이캡의 시장점유율은 15% 안팎으로 집계된다. 출시 7년차에 접어든 제품이 여전히 처방액을 키우고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동시에 HK이노엔이 케이캡 한 품목에 기대고 있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케이캡 외 주요 ETC 품목도 고르게 성장했다. 수액제 매출은 3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했고, 영양수액제는 137억원으로 16.7% 늘었다. 카나브와 로바젯 등이 포함된 순환기 부문은 약 739억원으로 9.7% 성장했고, 항암제 매출은 292억원으로 34.4% 급증했다. 지난해 의료 공백 여파로 주춤했던 수액 사업이 회복세를 보인 점도 1분기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해외에서는 중국 성과가 가장 먼저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케이캡(중국 제품명: 타이신짠)은 올해부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요법이 국가보험목록(NRDL)에 적용되면서 적응증이 확대됐다. 이는 기존 미란성 식도염, 십이지장궤양에 이은 세 번째 보험 적용 적응증이다. 지난해 말 타이신짠이 현지 경쟁 제품을 제치고 처방액 기준 선두권에 올라선 것으로 알려진 만큼, HK이노엔이 수취하는 중국 로열티도 본격적인 확대 구간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H&B는 여전히 아픈 손가락이다. 1분기 H&B 매출은 196억원으로 8.4%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억원으로 사실상 손익분기점 수준에 머물렀다. 컨디션 매출은 139억원으로 크게 무너지진 않았지만, 숙취해소제 시장 자체가 예전만 못하다는 점이 더 문제로 꼽힌다. 회사는 신제품 출시와 광고선전비 증가를 이유로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음주문화 변화와 소비 둔화 속에서 H&B가 예전 같은 이익 기여도를 회복할 수 있느냐를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꼽는다.

美 허가 도전···'넥스트 케이캡'은 숙제


미국 진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파트너사 세벨라 파마슈티컬스의 소화기 의약품 전문 자회사 '브레인트리 래버러토리스(Braintree Laboratories)'는 지난 1월 케이캡의 신약허가신청서(NDA)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업계는 오는 5월 열리는 미국 소화기질환주간(DDW 2026)에서 미국 임상 3상 상세 데이터가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가 기대에 부합한다면 2027년 미국 허가와 출시 일정이 한층 구체화할 전망이다.

이번 발표는 케이캡이 '숫자로 검증받는 무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금까지 시장진출에 대한 기대는 대체로 탑라인과 파트너십 스토리에 기반했는데, 미국에서 임상 데이터가 어떻게 읽히느냐에 따라 케이캡이 보케즈나의 뒤를 잇는 상업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판단이 갈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파트너사가 이미 위장관 질환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보지만, 실제 제품 경쟁력은 학회 발표 이후 더 냉정하게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의 케이캡 유럽 파트너십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활용해 유럽은 물론 중동까지 판매 지역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중국에서 실적 기반을 다지고 미국과 유럽으로 외연을 넓히는 흐름이 맞물리면서 케이캡의 글로벌 가치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비(非) 케이캡 사업부 가운데 수액제 회복도 의미가 크다. 수액제는 병원 진료 정상화와 입원 수요 회복의 수혜를 직접 받는 품목이다. 최근 원자재 시장에서 불거진 나프타 수급 불안 우려도 정부의 의료제품 우선 공급 방침으로 일정 부분 완화된 상태다.

HK이노엔은 케이캡에 이은 후속 성장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와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NXC680'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11월에는 카인사이언스와 근감소증 치료제 후보물질 'KINE-101' 공동개발 계약을 맺었다. 희귀질환과 노인성 질환으로 연구개발 범위를 넓히며 '넥스트 케이캡'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셈이다.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기술도입과 R&D 협력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에서 도입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IN-B00009'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해당 후보물질은 해외 임상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또 지난 27일 아토매트릭스와도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개발을 체결해 새로운 기전의 저분자 후보물질 발굴에 나섰다.

이외에 미국 FDA에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IN-115314', 면역질환 타깃 신규 후보물질 등도 중장기 성장축으로 거론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ETC 성장을 토대로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확대됐다"며 "H&B 영업이익이 줄어든 건 신제품 집중 발매에 따른 광고 선전비 증가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HK이노엔은 지난해 케이캡 처방 확대와 수출 증가에 힘입어 매출 1조632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제약사 가운데 여덟 번째로 '1조원 클럽'에 입성했다. 1분기 실적 흐름과 케이캡의 국내외 모멘텀을 감안하면 올해도 1조원대 매출 수성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HK이노엔의 올해 연간 매출액은 1조1211억원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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