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오름은 DAC·리가켐은 링커···차세대 ADC 경쟁서 K-바이오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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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은 DAC·리가켐은 링커···차세대 ADC 경쟁서 K-바이오 조명

등록 2026.04.27 17:08

이병현

  기자

표적 항암제 한계 넘어선 차세대 기술 각광오름테라퓨틱스, 단백질 분해제 기반 DAC로 주목리가켐바이오, 독성 제어 링커 플랫폼으로 확장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항체-약물접합체(ADC) 시장의 경쟁 축이 '표적'(Target) 발굴에서 '페이로드'(Payload)와 '링커'(Linker) 기술 혁신으로 이동하고 있다. 승인된 제품과 임상 후보물질이 늘어나면서 내성과 누적 독성 문제가 새로운 병목 현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ADC, 암세포 정밀 타격 물질


27일 암 연구 전문 학술지 '네이처 캔서'(Nature Cancer)는 최근 특집 기사를 통해 "2024년 임상에 진입한 ADC의 60%가 토포이소머라제1 억제제를 탑재했다"며 특정 페이로드에 대한 쏠림 현상을 지적했다.

이들은 모히트 라왓(Mohit Rawat) 마이릭스 바이오(Myricx Bio) CEO의 말을 인용해 "페이로드는 ADC의 효능과 독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재발의 주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ADC는 쉽게 말해 암세포만 정밀 타격하는 '유도 미사일'이다. 표적을 찾아가는 내비게이션(항체), 목표 도달 전까지 약물을 꽉 쥐고 있는 뇌관(링커), 그리고 암세포를 파괴하는 강력한 탄두(페이로드)로 구성된다.

ADC는 정상 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컸던 기존 화학항암제의 한계를 극복할 기술로 불리며 제약·바이오 투자의 최대 화두로 자리 잡았다. 과거에는 미사일이 어떤 암을 찾아가는지(항원 표적)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면, 이제는 더 안전하고 파괴력 있는 탄두(신규 페이로드)와 오폭을 막는 정밀한 뇌관(링커) 기술이 차세대 접근법으로 떠오른 셈이다.

네이처 캔서는 특히 신규 작용기전의 단백질 분해제나 정밀 링커 기술이 주목 받고 있다고 진단하며, 국내 기업 중에서는 오름테라퓨틱스와 리가켐바이오를 주요 선도 사례로 조명했다.

오름, DAC로 새로운 기전 제시


오름테라퓨틱스는 기존 세포독성 페이로드 대신 표적 단백질 분해제를 결합한 분해제-항체접합체(DAC)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암세포 표면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가 분해제를 세포 안으로 전달해, 질병을 유발하는 특정 단백질만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차별화된 기전이다.

네이처 캔서는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GSPT1(G1-to-S-phase transition 1) 단백질 표적 분해제-항체접합체(DAC)는 지난 2023년 한국의 오름테라퓨틱스에서 인수됐으며, 급성골수성백혈병 및 고위험 골수이형성증후군에 대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오름은 최근 자체 파이프라인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AACR(미국암연구학회) 2026에서 공개한 CD123 표적 DAC 후보물질 'ORM-1153'의 전임상 데이터를 통해 강력한 활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며 2026년 하반기 임상 진입을 예고했다.

다만 네이처 캔서는 "치명적인 간 독성 사례가 발생한 후 2025년에 임상 1상 유방암 프로그램을 중단"한 과제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ORM-1153이 실제 임상 용량에서 전임상 수준의 안전성을 재현할 수 있을지가 차세대 DAC 플랫폼 성공의 핵심 관문이 될 전망이다.

리가켐, 고독성 제어하는 '링커 플랫폼'


리가켐바이오는 강력한 페이로드를 제어해 암세포 내부의 특정 환경에서만 약물이 방출되도록 설계하는 링커 기술의 대표 사례로 부각됐다. 특히 독성 관리가 까다로워 많은 제약사가 개발에 실패했던 피롤로벤조디아제핀(PBD) 계열 고독성 페이로드를 어떻게 길들이는지가 기술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처 캔서는 기존 펩타이드 기반 링커와 대비해 "리가켐의 접합 플랫폼은 베타-글루쿠로니드를 사용하는데, 이는 위치적 및 화학적 특이성을 가진 베타-글루쿠로니다아제 효소에 의한 분해를 필요로 한다. 이 효소는 암세포 리소좀에서 과발현되며 산성 환경에서만 활성화된다"고 그 차별성을 짚었다.

실제로 영국의 익수다(Iksuda)와 중국의 씨스톤 파마슈티컬스(CStone Pharmaceuticals)는 리가켐 기술을 도입해 PBD를 탑재한 ADC 임상을 진행 중이다.

리가켐은 기술 수출에 그치지 않고 최근 토포이소머라제1 억제제인 엑사테칸을 결합한 CLDN18.2 표적 ADC 'LCB02A'의 글로벌 임상 1/2상 시험계획을 제출했다. 특정 페이로드에 묶이지 않고 다양한 조합을 구현하는 링커 플랫폼 '콘쥬올'의 확장성을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리가켐바이오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ADC 시장은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Enhertu)' 성공 이후 Topo1 저해제 기반 ADC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상황"이라면서 "리가켐바이오는 이번 LCB02A를 통해 페이로드 다변화에 성공했음을 입증함과 동시에, 혈중 안정성이 뛰어난 고유 링커 기술을 결합해 기존 치료제 대비 우수한 안전성과 강력한 효능을 동시에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차세대 패러다임 전환···핵심은 임상적 입증


초기 ADC 시장이 항원 표적과 단순 세포독성 약물의 결합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링커의 안정성, 종양 내 약물 방출 조건, 내약성까지 모두 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되고 있다.

네이처 캔서 기사에 따르면 올해 4월 초 길리어드가 투불리스(Tubulis)를 선불금 31억5000만달러(약 4조6346억원)와 마일스톤 최대 18억5000만달러(약 2조7219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시장이 페이로드와 접합 플랫폼 자체에 얼마나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는지 방증한다. 투불리스는 고도의 접합 화학(conjugation chemistry) 전문성을 갖춘 기업으로, 지난 2024년 말부터 길리어드와 공동 연구를 진행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텍이 국제 학술지 트렌드 기사에 핵심 원천 기술 기업으로 나란히 등장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도 "두 회사가 제시한 기술이 향후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가치를 증명할 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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