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관리법 개정으로 임상 리드타임 단축파트너사 실적 및 기업가치 직접적 영향1~2상 및 반복 심사에 수혜 전망
업계에 따르면 이번 시행규정의 핵심은 임상·허가 체계의 예측 가능성 제고다. 승인된 임상시험의 스폰서 변경에 대해 접수 후 20영업일 내 심사·결정을 명시했고, 당국 기준에 부합하는 해외 연구 데이터의 등록 신청 활용도 허용했다. 여기에 돌파치료제, 조건부 승인, 우선심사, 특별심사 등 신속 심사 경로를 법령에 새겨 넣었다. 단순 심사 건수 확대를 넘어 개발과 허가를 잇는 촘촘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시장 관심이 집중된 대목은 '20영업일 내 승인' 규정이다. 20영업일 조항은 임상시험 스폰서(신청인) 변경 승인에 국한된 특화 규정이다. 기술이전이나 인수합병, 공동개발 구조 조정 과정에서 스폰서 변경이 클로징 조건으로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래 절차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주는 변화로 볼 수 있다.
별도로 운영되는 30영업일 심사 트랙 또한 일정 요건을 갖춘 1류 혁신약과 시범 프로젝트에만 한정 적용된다. 실제로 2025년 NMPA(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 공지를 보면, 기술적 사유로 30일 내 처리가 어려울 경우 기존의 60일 묵시허가 체계로 회귀한다고 명시됐다.
국내 수혜 대상을 판가름할 기준점도 이 지점에 있다. 중국 내 기술이전 자산을 보유했다는 사실 자체가 일괄적인 호재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현행 약품등록관리규정상 약물 임상시험 신청과 임상 중 보충 신청의 법정 심사 시한은 여전히 60영업일로 유지되고 있다. 임상시험 기간 중 변경 역시 피험자 안전성 영향에 따라 변경 신청과 보고 방식으로 나뉜다. 단계 전환, 코호트 확장, 용량 조정, 적응증 추가 등을 단순한 '반복 IND'로 묶어보기보다는 앞으로 스폰서 변경, 신규 IND 신청, 중대한 보충 신청 등의 이벤트가 실제로 얼마나 남아있는지가 가치 평가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통상 중국 파트너가 주도하는 기술이전 딜은 통상 IND 승인, 첫 환자 투약, 코호트 확장, 적응증 추가, 1b·2상 진입 같은 이벤트가 반복되고, 계약서에는 이 구간마다 마일스톤이 촘촘히 걸리는 경우가 많다. 스폰서 변경 같은 거래형 절차나 반복적인 행정 리드타임이 짧아지면 파트너의 임상 전개 부담이 낮아지고, 국내 기업이 받아야 할 데이터와 마일스톤 캘린더도 그만큼 앞당겨질 여지가 생긴다.
이 때문에 중국에서 막 1~2상 전개를 설계해야 하는 초기 기술수출 자산의 수혜 가능성이 거론된다. 살루브리스에 지난 2021년 중국 권리를 이전하고 2024년 12월 현지 1상 IND 승인을 받은 디앤디파마텍의 'DD01', 2021년 3D 메디슨에 중화권 권리를 넘긴 뒤 2022년 1상 IND 승인을 획득한 이뮨온시아의 'IMC-002'가 대표적이다. 해당 자산은 현지 파트너사가 후속 적응증 확보나 병용 전략, 추가 시험 설계를 추진할 때 규제 예측 가능성이 높아져 긍정적 체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파트너사의 임상 전략 수립 및 신청 타이밍 조정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될 수 있어서다.
아직 임상 초입 이전인 전임상·옵션 계약도 영향권으로 묶인다. 올릭스는 중국 한소제약에 기술이전한 GalNAc-asiRNA 기반 후보물질과 관련해 첫 개발 마일스톤을 수령한 바 있는데, 통상 이 단계는 독성시험과 CMC를 거쳐 IND 제출로 이어진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역시 면역항암제 GI-101의 중국 권리를 심시어에 이전한 케이스로, 중국 파트너가 중화권 IND를 제출해 임상에 진입하는 시점부터는 심사 리드타임이 곧 개발 일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중국에서 임상을 돌리며 적응증 확장이나 단계 전환을 진행 중인 기업은 '반복 IND'에서 체감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티움바이오는 중국 파트너 한소제약이 메리골릭스 관련 임상 2상 IND를 승인받고 적응증 확대를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번의 승인보다 이후 확장·추가 임상이 더 중요한 구조에서는 심사 리드타임 단축이 곧 개발 일정 단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도 시행 전 사례를 살펴보면 후기 임상으로 갈수록 속도는 곧 마일스톤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 리가켐바이오가 중국 파트너 포순제약의 LCB14 3상 진입에 따라 지난 2023년 마일스톤을 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앞서 온코닉테라퓨틱스 역시 중국 파트너 리브존이 3상 IND 승인 후 비교적 짧은 기간 내 3상을 마치고 허가 신청까지 진행한 사례로 평가되는데, 중국 트랙이 빨라지면 임상뿐 아니라 상업화 일정도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될 수 있다는 점을 시장에 보여준 예다. 현재 앱클론 역시 중국 파트너 헨리우스가 HLX22 적응증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개발 진척에 따라 국내 수취 이벤트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중국 제도 변화가 곧바로 국내 기업의 호실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환자 모집, 시험기관 계약, 현지 운영 역량, 윤리위원회 심사 등 임상 현장에서 실제 시간을 잡아먹는 변수는 여전히 많다. 제도상 심사 기간이 줄어도 실행력이 뒤따르지 않으면 체감 속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20영업일 규정이 어느 범위까지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보완 요구 없이 실제 승인 사례가 얼마나 축적되는지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또 다른 변수는 경쟁 심화다. 중국이 규제 절차를 간소화할수록 수혜를 보는 것은 국내 기술수출 기업이 아닌 중국 바이오텍이다. 중국 바이오텍은 제도 수혜를 통해 더 빠르게 임상에 진입하고 적응증을 넓히며 빅파마와 거래를 확대할 수 있다. 국내 기업 입장에선 중국 파트너를 통해 일정이 앞당겨지는 호재와 중국 기업 자체의 경쟁력이 더 강해지는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의 인프라를 단순한 '위협'이 아닌 전략적 '활용'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규제 간소화와 풍부한 환자 풀, 밀집된 임상수탁기관(CRO) 생태계를 갖춘 중국의 이점을 우리 기업의 임상 속도를 끌어올리는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막대한 자본과 시간이 드는 신약 개발 초기 단계(1~2상)에서 중국의 빠르고 저렴한 임상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개념증명(PoC) 데이터를 신속히 확보한 뒤, 이를 무기로 글로벌 빅파마와 대규모 기술이전 협상에 나서는 전략인 셈이다.
업계에서도 이번 중국의 제도적 변화가 글로벌 R&D 지형에 미칠 파급력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이번 중국의 의약품관리법 개정은 비임상·임상·제조·시판·안전관리 등 신약 개발 전 주기에 걸친 성숙된 규제 시스템을 향한 전환을 의미한다"며 "더 빠른 규제 검토는 글로벌 R&D 네트워크에서 중국의 매력을 높이고, 초기 단계의 다국적 협력을 촉진하며 라이선스 및 자금 조달 협상에서 교섭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바이오 기업은 이미 (국내 기업의) 경쟁자라기엔 격차가 상당한 상태"라면서 "추격 대상으로 여기는 것보다도 중요한 건 중국 기업과 협업을 늘리는 식으로 활용하거나 벤치마킹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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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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