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빅파마, 한국서 답 찾는다···K-바이오, AACR 2026서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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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파마, 한국서 답 찾는다···K-바이오, AACR 2026서 시험대

등록 2026.03.18 17:11

이병현

  기자

AACR 2026, K-바이오 기술력 검증 무대로슈·릴리 등 빅파마, 한국 시장에 대규모 자본 투입글로벌 임상 R&D 허브로 부상하는 국내 바이오산업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글로벌 제약업계가 올해 성장 둔화와 특허절벽에 직면하면서, 오는 4월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가 한국 바이오산업의 실질 경쟁력을 가늠할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로슈와 일라이 릴리가 한국에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 안팎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노바티스도 국내 협력 확대를 추진하면서, 한국은 더 이상 단순 판매시장이 아니라 글로벌 임상과 오픈이노베이션, 위탁개발생산(CDMO)을 연결하는 아시아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재평가받는 분위기다.

특허절벽 앞두고 글로벌 투자 확장세



배경에는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의 뚜렷한 감속이 깔려 있다. 각 사 실적 발표에 따르면 최근 분기 매출 20억달러(약 2조9726억원) 이상 글로벌 기업 25곳 가운데 올해 매출 증가율이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제시한 곳은 애브비를 포함해 5곳에 그쳤다.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바이엘, 바이오젠, 테바 등은 오히려 역성장을 예고했다. 미국 정부의 약가 인하 압박, 백신 수요 둔화, 주력 품목 특허 만료가 동시에 겹치면서 빅파마가 외부 파이프라인 확보와 새로운 성장축 발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특허절벽 규모는 더 크다. 업계에서는 향후 10년간 약 4000억달러(약 594조6000억원) 규모 의약품 특허가 만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인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2028~2029년 미국·유럽 핵심 특허 만료가 예정됐고, 존슨앤드존슨 계열 얀센의 다잘렉스는 미국 2029년, 유럽 2031년 특허 만료가 거론된다. 사노피와 리제네론의 듀피젠트 역시 2031년 전후 특허 종료가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2026~2030년 특허 만료 예정 의약품 매출 규모가 2300억달러(약 341조895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틈에서 바이오시밀러와 차세대 항암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겨냥하는 한국 기업 입지는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10일 바이오시밀러 개발 절차를 간소화하는 지침 초안을 내놓으며 PK(약동학) 시험 부담과 대조약 요건을 완화했다. 연구 비용 절감 효과는 최대 50%까지 기대되는데, 셀트리온 측은 특히 면역항암제 영역에서 전체 임상 비용을 최대 25%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11개인 포트폴리오를 2038년까지 41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고,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상용화 제품을 늘리며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빅파마의 한국 투자도 이 같은 변화와 맞물린다. 로슈는 향후 5년간 약 71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임상과 오픈이노베이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릴리는 5억달러(약 7432억원)를 투자해 국내 바이오 생태계 협력과 연구 인프라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릴리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인천 송도에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를 조성해 유망 바이오텍을 발굴·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어 노바티스도 보건복지부와 앞선 두 기업과 유사한 규모의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빅파마가 한국을 아시아 내 전략 자산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다.

AACR서 기술검증 이뤄질까


이제 관심은 실제 기술 검증 무대로 쏠린다. 다음 달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AACR 2026은 오는 5월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전까지 올해 K바이오의 실력을 가장 먼저 가늠할 무대가 될 전망이다. AACR은 17~18일 교육 세션으로 막을 올린 뒤 19일 개막식과 오프닝 플레너리를 열고, 22일 하이라이트 플레너리로 마무리된다. 기초·전임상과 초기 임상 데이터가 대거 쏟아지는 행사 성격상, 이곳에서 이뤄지는 발표는 단순 홍보보다 후속 파트너링과 기술수출 가능성을 가르는 시험대에 가깝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참가 기업의 스펙트럼이 확연히 넓어졌다는 점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첫 신약 파이프라인인 ADC(항체약물접합제) 후보물질 'SBE303' 전임상 데이터를 처음 공개하고, 알지노믹스는 간암 유전자치료제 'RZ-001' 임상 1b/2a상 중간결과를 구두 발표한다. 오름테라퓨틱은 CD123 표적 DAC(항체분해약물접합제) 'ORM-1153' 전임상 데이터로 임상 진입 근거를 제시하고, 와이바이오로직스는 멀티앱카인 기반 AR170·AR166으로 삼중타깃 면역항암 플랫폼의 확장성을 검증한다. 국내 바이오텍이 ADC, RNA 치료제, DAC, 다중면역항암제까지 모달리티 전반으로 전선을 넓히는 모습이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AACR 2026의 한 축은 단연 ADC 진화 경쟁이다. 지놈앤컴퍼니는 CNTN4 표적 'GENA-104 ADC', ITGB4 표적 'GENA-120'과 함께 ITGB4·TROP2 이중항체 ADC 'GENB-120'을 처음 공개해 단일 타깃에서 이중 타깃으로 넘어가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운다. 리가켐바이오는 BCMA ADC 2종을 통해 기존 BCMA 치료제의 안구독성 한계를 낮추면서 효능을 끌어올리겠다는 '바이오베스트(BioBest)' 전략을 제시했고, 오름테라퓨틱은 세포독성 약물 대신 단백질 분해 기전을 결합한 DAC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같은 접합체 계열 안에서도 무엇을 겨냥하느냐보다 얼마나 정밀하게 독성을 줄이며 치료지수를 넓히느냐가 경쟁 포인트로 옮겨가고 있다.

표적단백질분해(TPD)와 난공불락 표적을 겨냥한 연구도 올해 AACR의 또 다른 핵심 축이다. 제넥신은 SOX2를 직접 겨냥하는 bioPROTAC 후보 'GX-BP1'을 내세워 폐편평세포암 모델에서 항암 효능과 병용치료 가능성을 제시하고, mRNA 기반 약물을 폐까지 전달하는 LNP 기술도 함께 부각한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라스모티닙과 메닌 저해제 병용에서 c-Myc 발현을 87.8% 낮추고 동물모델에서 최대 93.9% 종양 억제 효과를 제시했으며, 차세대 메닌 저해제 'PHI-601'으로 내성 변이 극복 가능성도 내놨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네수파립'으로 소세포폐암 세포실험에서 올라파립 대비 최대 133배 강한 성장 억제, 췌장암 모델에서 젬아브락센 병용 시 79% 종양 감소를 제시하며 적응증 확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신약 후보 못지않게 주목할 부분은 '누가 약에 반응하는가'를 가려내는 정밀의료 데이터다. 루닛은 8년 연속 AACR에 참가해 6편의 연구초록을 공개하며 HER2 저발현 분석, c-MET와 종양미세환경 연관성, TIL 정량 평가, 이중특이항체용 단백질 공동발현 탐색 등으로 AI 바이오마커의 적용 범위를 넓힌다. 에스티큐브는 BTN1A1 기반 복합 바이오마커로 면역항암제 '넬마스토바트' 반응 예측을 정교화하려 하고, 현재 대장암·비소세포폐암 임상 2상을 병행 중이다. 올해 AACR에서는 새 약을 얼마나 많이 가져왔는지보다, 어떤 환자군에서 얼마나 선명하게 효능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기업 가치의 더 직접적인 변수로 읽힌다.

세포치료와 면역항암 분야에서도 존재감이 커지는 추세다. HLB그룹은 베리스모 테라퓨틱스의 고형암 CAR-T 'SynKIR-110' 임상 1상 중간결과가 4월 20일 플레너리 구두 발표로 잡혀 있어 주목도가 높다. 같은 그룹의 'SynKIR-310' 전임상과 엘레바의 FGFR2 표적 항암제 데이터도 함께 공개된다. 앱클론은 스위처블 CAR-T 플랫폼 'zCART'와 PSMA·4-1BB 이중항체 'AM109'를 공개해 고형암 독성 제어와 전립선암 공략을 동시에 노리고, 신라젠은 BAL0891을 활용한 위암 오가노이드 및 삼중음성유방암 병용 연구 2건으로 전임상 확장성을 넓힌다. AACR 무대가 이제는 후보물질 단일 발표가 아니라 플랫폼 경쟁력 전체를 보여주는 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은 올해 AACR 2026에서 계열 내 최초 혹은 계열 내 최고를 뒷받침할 데이터의 밀도, 병용전략과 환자 선별 바이오마커 그리고 곧바로 IND 진입이나 기술수출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준비도가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제약사의 가장 큰 고민은 기존 블록버스터 제품의 특허 만료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수익원이 절실하다"면서 "항암제는 플랫폼과 파이프라인 게임으로 내부 R&D보다 라이선싱과 M&A를 통해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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