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선별수주 접고 '물량전'으로···삼성물산, 도시정비 전략 급선회

부동산 건설사

선별수주 접고 '물량전'으로···삼성물산, 도시정비 전략 급선회

등록 2026.02.02 15:22

주현철

  기자

강남·성수·여의도 등 시장 주도조직 재정비·인력 확충전년比 50% 상승 수주 목표

선별수주 접고 '물량전'으로···삼성물산, 도시정비 전략 급선회 기사의 사진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도시정비사업 전략을 전면 수정하며 수주 확대에 나섰다. 선별수주 기조를 유지해왔던 삼성물산이 최근 들어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참여에 나서면서 시장에서는 전략 변화의 배경과 지속 가능성을 두고 엇갈린 시선이 나오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인재 확충과 조직 재정비를 병행하고 있다. 지난해 9조원 이상이라는 역대급 도시정비 수주 실적을 기록한 이후 올해는 영업력 강화와 사업지 관리 체계 고도화를 내세워 조직을 다시 손질하는 모습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미 2023년부터 관련 인력을 늘려온 만큼 이번 재정비가 '체질 개선'이라기보다 물량 확대를 위한 사전 포석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강남권 상급지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두드러진다. 최근 대치동 쌍용1차 재건축 사업이 수의계약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삼성물산은 대치 일대에서 이른바 '래미안 벨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시공권을 확보한 은마아파트 재건축과 래미안대치팰리스까지 더해지며 대치역 일대가 삼성물산 브랜드로 사실상 포위되는 구도다.

하지만 대치에서의 '래미안 벨트' 완성은 단순한 브랜드 확장 이상의 부담을 안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향후 재건축이 예정된 대치미도아파트 등 인근 사업지 수주 경쟁에서 브랜드 집적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지만 동시에 특정 권역에 사업 리스크가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권역 단위 브랜드 장악 전략이 오히려 선택지의 유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의 시선은 강남권에만 머물지 않는다.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도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업비만 7조원에 달하는 압구정3구역을 비롯해 압구정4구역, 성수전략정비구역 3지구, 여의도시범아파트 등은 삼성물산이 수주를 검토하거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대표적 대형 사업지다. 다만 이들 사업지 대부분이 경쟁 강도가 극도로 높은 곳이라는 점에서, 무리한 확장에 대한 경계론도 함께 제기된다.

연초부터 도시정비 시장 전반의 수주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삼성물산 역시 '알짜 사업지 선점'을 내세워 실적과 브랜드를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지난해 역대 최대 수주 실적을 기록한 이후에도 성장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을 방증한다는 시각도 있다.

래미안 브랜드는 여전히 삼성물산의 핵심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서울 핵심지 공급을 통한 희소성 관리 전략으로 브랜드 가치를 유지해왔다는 점도 사실이다. 다만 최근 주택시장에서 브랜드 선호도가 수주 경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면서, 브랜드 의존도가 과도해질 경우 가격·조건 경쟁에서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올해 도시정비 수주 목표로 전년 대비 50% 이상 늘어난 7조7000억원을 제시했다. 목표치 확대 자체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동시에 시장 환경과 사업 추진 속도를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서울 핵심지 중심 전략이 성과로 이어질지 아니면 리스크 확대의 출발점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브랜드와 재무 여력에서 강점을 가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처럼 경쟁이 과열된 상황에서는 인력 보강과 조직 정비만으로 모든 리스크를 상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측은 "대형 정비사업지가 다수 예정돼 있어 수주 목표를 전년 대비 50% 이상 확대했다"면서도 "사업 추진 속도와 경쟁 상황을 고려해 목표는 보수적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압구정, 여의도, 목동, 성수 등 주요 사업지를 중심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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