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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전선은 무풍지대···LS, 글로벌 리스크에도 '순항'

산업 재계 위기를 기회로 | 파이팅 Korea

전선은 무풍지대···LS, 글로벌 리스크에도 '순항'

등록 2025.10.15 08:02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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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수주 릴레이···전력 인프라 사업 '버팀목'전력망 교체, 초대형 데이터센터 수요에 기대감↑구자은 "미래 두려워 말고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LS그룹이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주요국 보호무역 강화 등 복합 리스크에도 순조로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력 계열사 LS전선을 필두로 친환경 에너지와 초대형 데이터센터 등 미래 산업 영역에서 수요처를 선점한 결과다. 적극적인 투자로 신시장에 대비한 구자은 회장의 혜안이 위기 속에도 그룹에 기회를 가져다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선·전력기기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으로 국내외 수주 행진



LS의 저력은 전력 인프라 사업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계열사가 전선·전력기기 제조부터 설치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 영역에 걸쳐 입지를 굳히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도 눈여겨볼 만하다. 각 계열사가 국내외 주요 시장에서 국가적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어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먼저 LS전선은 지난달 대만 '포모사 4' 프로젝트에 1600억원 규모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포모사 4'는 대만 해상풍력 개발사 시네라 리뉴어블 에너지(SRE)가 서부 18km 해상에 조성하는 495MW급 단지로, 대만 정부의 해상풍력 상용화 2단계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LS전선은 2019년 대만에서 첫 해저케이블 계약을 체결한 이래 1단계의 모든 프로젝트에 동참했고 2단계 과정에서도 연속 수주에 성공했다.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전력청(EVN)의 송전망 구축 사업에 합류했다. 지난 5월 작년 매출의 5.2%에 해당하는 총 3300만달러(약 454억원) 규모 계약을 맺고 220kV급 초고압 케이블을 공급하기로 했다.

또 LS마린솔루션은 LS전선과 '한일 해저통신망 구축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하는 이 프로젝트는 부산과 후쿠오카를 잇는 총 260km 구간에 광케이블을 깔아 통신망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된다.

데이터센터 분야에서의 실적도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일례로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생산법인을 통해 인도네시아 바탐에서 건설 중인 50MW급 하이퍼스케일(초대형) IDC에 버스덕트를 납품한다. 베트남 내수에 머물던 버스덕트 사업을 동남아 전역으로 확장한 첫 사례라는 데 의미를 지닌다.

사진=LS에코에너지 제공사진=LS에코에너지 제공

신기술 확보에 설비 투자 지속···사업 경쟁력 '껑충'



동시에 LS는 사업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신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국내외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다.

세부적으로 LS일렉트릭은 국내 첫 500MW급 전압형 HVDC(고전압직류송전) 변환용 변압기 개발의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다. 개발시험에 거래처 검수시험까지 끝내면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는 전언이다. 해당 기기는 국내에서 개발된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중 가장 큰 용량을 자랑한다. 추후 인전 지역 HVDC 변환소에 적용될 예정이다.

아울러 LS일렉트릭은 약 1008억원을 들여 부산사업장에 제2 생산동을 증설하고 있다. 4분기 중 준공과 함께 생산에 돌입하는데, 가동을 시작하면 사업장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능력은 연간 1800억원에서 6000억원 수준으로 뛴다.

LS전선은 지난 7월 강원도 동해시 해저케이블 공장 내 5동을 준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4배 이상 키우고 아시아 최대 수준의 설비를 갖춤으로써 경쟁력을 보강했다.

이밖에 LS에코에너지는 베트남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추진한다. 동남아 주요 국가 간 송전망 구축과 현지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조력하려는 취지에서다. 그 일환으로 베트남 국영 에너지기업과의 공동개발협약으로 조인트벤처 설립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인허가 절차와 투자 규모, 지분 구조 등의 협의만 순조롭게 끝나면 올해 안에 JV의 문을 열 것으로 점쳐진다.

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사진=LS전선 제공LS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사진=LS전선 제공

친환경 에너지 전환,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호재' 올라탄 LS



LS의 공격적인 행보는 글로벌 트렌드에 기인한다. 노후 전력망 교체와 초대형 IDC 구축 등에 따른 니즈가 맞물리면서 전선과 전력기기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공급망 재편의 흐름에도 LS는 오히려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화 과정에서 고품질 케이블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이를 받쳐줄 기업이 몇 곳 되지 않아서다. 미국만 봐도 현지 전력망의 절반 이상이 평균 수명(케이블의 경우 30~40년)을 넘겨 교체가 필요하나, 자급 여력이 크지 않아 한국 기업에 맡겨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정부 주도의 친환경 재생에너지 사업이 가시화했다. 대표적으로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신해남부터 태안·서인천을 연결하는 430km 구간과 새만금에서 영흥으로 이어지는 190km 구간 등에 총 620km 길이의 해저 송전망을 매설하는 사업이다. 이재명 정부는 준공 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6년 앞당김으로써 'RE100'(재생에너지 100%) 실현에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업계에선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LS처럼 전력용 케이블과 변압기, 매설 등 토털 솔루션을 갖춘 기업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에 대한 확신과 강한 실행력으로"···구자은 회장 경영철학 주목



이와 맞물려 구자은 회장의 경영철학도 재조명되고 있다. 전력 인프라 산업이 호황을 맞기 전부터 경영 전면에서 연구개발과 설비 확충을 진두지휘한 인물이어서다.

평소 구 회장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임직원을 독려해왔다. 설정한 목표와 방향에 대해 스스로 확신을 가져야만 일에 집중하고 성과도 창출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속도 조절은 있어도 축소는 없다'는 발언에서도 이러한 견해를 확인할 수 있다. 3월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5' 참관차 현장을 찾은 구 회장은 투자 기조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에 이 같이 답했다. 특히 "LS가 배터리 소재 투자를 결정한 뒤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왔다"며 "공장이 완공될 시기엔 캐즘이 없어진다고 본다"며 자신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이에 LS는 그룹 총수가 펼친 청사진 아래 본업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구 회장은 2023년 창립 20주년 당시 주력 분야에 이차전지 소재, 전기차 솔루션 등 신사업을 더해 자산 50조원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 2030'의 목표를 제시했다.

최근에도 구 회장은 그룹 내 우수 아이디어 공유회 'LS 퓨처데이'를 맞아 임직원과 소통하면서 지금을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강대국의 탈세계화, 자국 우선주의 등 세계 질서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산업 질서 속에서 LS의 성패(成敗)도 지금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산업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LS 퓨처데이에서 공유된 AI, 양자기술 등을 접목한 우수 아이디어가 새로운 국제 정세 변화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하고 그 파도를 올라타 미래로 나아가는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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