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첫 종합 부동산정책이 윤곽을 드러냈다. 정부가 이달 들어 공급과 금융, 세제 분야별 정책 토론회를 잇달아 개최한 데 이어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민 대토론회와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2차 토론회까지 마무리하며 정책의 큰 방향도 보다 선명해졌다.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정책의 중심축으로 삼되 새로운 공급 계획을 내놓기보다 기존 사업의 속도를 높여 실제 공급을 앞당기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여기에 금융과 세제를 함께 손질해 실수요자는 보호하고 투기수요는 억제하는 방향으로 시장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가 이번 정책 마련 과정에서 이례적으로 공급과 금융, 세제를 분야별로 나눠 공개 토론을 진행한 것도 시장과 전문가, 국민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취지다. 지난 2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민 대토론회에 이어 27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 2차 토론회에서는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세제 개편 등을 둘러싼 다양한 제안이 쏟아졌고, 정부도 상당 부분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새 공급보다 속도전···병목 해소에 초점
이번 대책에서 공급 정책의 핵심은 '속도'다. 과거처럼 신규 택지나 공급 물량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미 발표한 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 방점이 찍혔다. 3기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와 정비사업, 비아파트 공급까지 인허가와 금융 지원을 동시에 추진해 공급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택지 지정과 인허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심사 등을 병행 처리하는 방식으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급사업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실 상가와 사무실, 지식산업센터를 청년·신혼부부 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에도 통합 심사 방식을 적용해 공급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비아파트 활성화도 주요 축이다. 정부는 빌라와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공급 확대를 위해 건설금융 지원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HUG 보증 확대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비아파트 공급 활성화와 기업형 임대사업자 육성 방안을 금융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언급했다.
수도권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장관은 "필요하다면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라도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재개발·재건축은 용적률 일괄 상향보다는 사업성 낮은 구역에 대한 금융 지원과 인허가 기간 단축, 공사비 검증 등 사업별 맞춤형 지원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실수요자 지원·투기수요 차단 '투트랙'
금융 정책 방향도 보다 구체화됐다. 정부는 가계대출과 부동산 대출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실수요자의 불편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손질할 계획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대출을 조금이라도 풀면 다시 주택시장을 자극하고 가격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며 "가계대출이나 부동산 대출은 일관되고 엄격하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청년·신혼부부 등 실수요자 지원은 유지하되 갭투자로 이어질 수 있는 전세대출은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할 예정이다.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관리와 투기성 대출 규제도 재검토 대상에 올린다.
이와 함께 대출 제한으로 어려움을 겪는 수분양자의 부담을 완화할 현실적인 보완 방안을 은행권과 협의하기로 했다. 또 생애최초 주택 구입 요건을 비롯해 상속으로 주택 지분을 보유한 사례와 '결혼 페널티' 등 제도 사각지대도 함께 점검하기로 했다.
공급자 금융도 강화한다. 금융당국은 비아파트 PF 활성화 등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며 신규 주택 공급을 뒷받침할 금융체계 구축을 추진한다. 이 위원장은 "신규 주택이 시장에 나오는 것을 도와 공급을 늘리고 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제도 '거주 중심'으로···시장 정상화 방점
세제 개편 역시 시장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실거주 여부와 보유 목적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과세체계를 손질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으며,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수보다 보유 주택의 합산가액과 실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토론회에서는 종합부동산세를 주택 수보다 보유주택 합산가액 중심으로 개편하고, 거주용 1주택은 부담을 유지하거나 완화하는 대신 비거주 주택과 초고가 주택의 공제 혜택을 조정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보유기간보다 거주기간 중심으로 손질하는 방안과 초고가 주택의 공제 한도를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제를 징벌적으로 운영하거나 국민의 부담을 넓히려는 것은 아니다"며 "주택 가격과 보유 목적에 따른 정당하고 합리적인 세 부담 체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주하지 않는 집을 오래 들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세 부담 차등화를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관건은 발표 아닌 실행력···속도가 정책 성패 좌우
정부가 제시한 정책 방향에 대해 시장에서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다. 공급 확대와 실수요자 보호, 가계부채 관리라는 세 가지 축은 현재 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모두 겨냥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정책의 성패는 발표보다 실행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역대 정부도 공급 확대를 약속했지만 인허가 지연과 사업성 악화, 공사비 상승 등으로 실제 공급까지 이어지지 못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부동산 종합대책의 핵심은 새로운 대책을 얼마나 많이 내놓느냐가 아니라 이미 발표한 공급 계획을 얼마나 빠르게 현실화하느냐에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공급 병목을 해소해 시장이 체감할 수 있는 물량을 확보하고, 금융과 세제를 실수요자 중심으로 정비할 수 있을지가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의 시험대인 동시에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그동안 부동산 정책이 규제 중심의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추진됐다면, 이번 국민 대토론회는 정책 결정 과정에 시장과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토론회가 단순한 의견 수렴에 그치지 않고 공급 절차 단축, 정비사업 금융 규제 개선, 세제 보완 등 현장에서 제기된 과제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져야 정책의 실효성과 국민의 체감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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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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