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이어 첫 유럽 지점 개설···글로벌 금융벨트 구축농업·소매금융에서 IB·투자까지···권역별 전략 구체화4대은행 대비 경쟁력 열세···차별화·리스크 관리 과제
9일 은행권에 따르면 강 행장은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홍콩을 방문해 아시아권 국외점포장들과 워크샵을 가졌다. 강 행장은 이번 워크숍에서 현지 고객 공략 지속 및 업무시스템 개선을 주문하고 현지 글로벌 선도금융기관과의 협력 확대 및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당부했다.
특히 농협은행은 지난 5일 영국 런던에 첫 번째 유럽권역 점포를 개설했다. 지난 2021년 런던사무소를 연 농협은행은 올해 7월 설립 인가를 획득하며 본격적인 지점 영업을 시작했다.
농협은행은 유럽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과 아시아와의 금융 연결을 모색하는 현지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런던지점을 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의 글로벌 IB 사업 확대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삼겠다는 게 강 행장의 생각이다.
런던 지점이 영업을 시작하면서 농협은행은 홍콩(아시아)-뉴욕(미주)-런던(유럽)을 잇는 금융벨트를 구축하게 됐다. 현재 농협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는 지점 7곳(런던·뉴욕·시드니·홍콩·베이징·하노이·노이다)에 현지법인 2곳(캄보디아·미얀마), 사무소 2곳(양곤·호치민) 등으로 구성돼 있다.
농협은행의 글로벌 전략은 권역별로 구체화되고 있다. 아시아 신흥시장에서는 현지 로컬 기업 대상 영업 강화와 함께 소매금융을 통한 기반 확대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모기업이 농업인 협동조합이라는 특성을 살려 해외 진출 초기에 농업금융 역량을 접목했다. 농업 비중이 큰 동남아 국가들에서 소액대출 등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농협은행의 첫 해외법인인 미얀마 법인은 지난해 19억원의 순이익을 내며 글로벌 고금리·자산건전성 악화 속에서도 선전했고, 캄보디아 법인도 꾸준히 영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런던을 비롯한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IB 비즈니스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런던지점의 사업영역을 기업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스(PF), 채권·외환 등 투자금융 중심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유럽권에서는 국내 증권 자회사(NH투자증권)의 해외 법인과 협업해 IB 딜 주선, 자금조달 및 운용 등 투자금융 분야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실제 NH투자증권은 런던 현지법인을 운영 중이라 농협은행과 범농협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 정체와 규제 압박에 해외로
강 행장이 해외로 눈을 돌린 가장 큰 이유는 성장세가 둔화된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인구 고령화와 핀테크 등 경쟁 심화로 국내 영업여건은 정체되고, 정부의 각종 금융규제와 이자장사 논란 등으로 수익성 압박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특히 농협은행은 지난 2012년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 부문 분리로 설립된 후발 은행으로, 국내 입지 확보에 상당 기간이 소요됐다. 그동안 해외 사업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4대 은행(신한·KB·하나·우리은행)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4대 은행이 동남아와 주요 금융허브에 일찌감치 자리 잡으며 네트워크와 브랜드를 쌓은 반면 농협은행은 이제야 런던에 첫 유럽 지점을 열 게 됐다.
농협금융그룹은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총자산 22조원과 당기순이익 324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그룹의 글로벌이익 비중을 1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해외 네트워크와 브랜드 인지도, 자본력에서 4대 은행에 비해 열위에 있다는 점에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점포 수와 영업 범위 모두 4대 은행에 비해 뒤처져 있는 농협은행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도 열위에 있다. 국내에서는 농업·지역금융의 상징성이 있지만 해외에서는 상업은행으로서의 신뢰도를 확보하지 못했다. 글로벌 투자자와 현지 기업들 입장에서는 'NH농협'이라는 이름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농협은행의 BIS 자본비율은 4대 은행보다 높게 나타났다. 6월 말 기준 농협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5.64%, 총자본비율은 18.56%로 집계됐다. 이는 우리은행(CET1 14.21%), KB국민은행(15.35%)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자본비율만으로는 자본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 산하에서 탄생한 특수성 탓에 이익이 발생해도 상당 부분을 중앙회로 이전해야 해 이익잉여금 적립을 통한 자본 확충이 쉽지 않아서다.
농협은행은 글로벌 IB 딜과 대형 투자에서 요구되는 절대적 자본 총량도 4대 은행에 비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IS 비율은 높게 측정됐지만, 실제 글로벌 확장에 투입할 수 있는 자본 파워는 4대 은행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다.
농업·친환경 금융 특화 기대감···"틈새 시장 공략해야"
강 행장은 글로벌 무대에서 농협다운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후발 은행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다. ▲기업금융, 송금 등 수익모델 조기 정착 ▲각국 금융당국의 규제 대응체계 마련 ▲위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부통제·리스크 관리 역량 구축 등이 핵심 과제로 꼽힌다.
농협은행의 색깔을 살린 차별화 전략도 요구된다. 식량 안보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농산물 유통, 무역금융, 농업 관련 인프라 투자금융 등 특화된 영역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녹색금융도 농협은행이 특화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농협은 국내에서 이미 친환경·농업 관련 금융 지원 경험을 쌓아온 만큼, 해외에서도 현지 협동조합이나 농업기업과 연계한 PF를 추진할 여지가 크다. 재생에너지와 친환경 인프라 분야는 이미 국제 금융시장에서 수요가 커지고 있는 영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는 외형 확장만으로는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결국 농협다운 차별화를 글로벌 전략에 얼마나 녹여내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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