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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아들보다 딸?···김주원 차기 DB그룹 회장 '說說說'

산업 재계

아들보다 딸?···김주원 차기 DB그룹 회장 '說說說'

등록 2025.09.03 08:19

수정 2025.09.03 09:45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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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그룹 이끌던 김남호 회장, 명예회장으로재계, 갑작스러운 인사에 '부자간 갈등설' 추측김주원 부회장 경영 행보에도 시선 쏠려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DB그룹이 또다시 경영분쟁 '설(說)'에 휩싸였다.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2세인 김남호 회장이 돌연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부터다. 이를 두고 '부자의 난'은 물론 김준기 회장의 장녀인 김주원 DB그룹 부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오르는 것 아니냐는 설마저 나오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DB Inc.의 종가는 1555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 거래일 대비 13.01% 오른 것이다. 장중에는 1685원을 찍으며 52주 신고가(1691원) 수준을 맴돌기도 했다.

이처럼 DB Inc.의 주가가 요동친 배경으로는 경영권 분쟁 의혹이 불거진 탓으로 해석된다. 아버지인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명예회장의 갈등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갈등설의 씨앗은 얼마전 나온 인사였다. DB그룹은 지난 6월 말 돌연 인사를 단행했다. 해당 인사는 이수광 전 DB손해보험 사장을 DB그룹 회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지난 2020년부터 DB그룹을 이끌어왔던 오너 2세인 김남호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오너 경영 체제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교체였다.

DB그룹은 회장 선임 건과 관련해 "글로벌 무역전쟁 격화, 급격한 산업구조 변동과 AI 혁명, 경영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전문성과 경영능력이 검증된 전문경영인들을 중심으로 사업경쟁력과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서 DB는 2022년 말 그룹 사업구조를 보험, 금융, 제조서비스 3개 사업그룹으로 개편하고 해당 사업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전문경영인들이 각 사업그룹의 경영을 책임지는 경영체제를 출범시킨 바 있다"고 설명했다.

DB그룹의 인사는 여러모로 이례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통상 오너기업의 경우 위기의 순간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기기보다 오너가에서 경영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다.

김남호 명예회장의 나이가 50세이고 새롭게 그룹 회장을 맡게 된 이수광 회장의 나이가 81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음표는 짙어진다. 관록을 무시할 수 없지만 최근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보다 젊은 리더들을 중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수광 회장의 나이는 김준기 회장과 같은 나이로 사실상 김남호 명예회장에게도 아버지뻘이다. 이에 김준기 창업회장이 회장 자리에 아들 대신 자신의 최측근을 회장으로 세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던 것이다. 더구나 김남호 명예회장이 50세라는 나이로 '명예회장'에 오르기에는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평들도 나왔다.

그러다 보니 아들인 김남호 명예회장이 반격에 나서려고 한다는 등 부자간의 갈등설이 피어오르게 된 것이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남호 명예회장간의 '불편한 사이'에 대한 소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몇 년 전에도 DB하이텍 매각설과 함께 부자간의 갈등설이 불거졌다. DB하이텍을 김남호 명예회장이 매각하려고 했고, 이를 창업자인 김준기 회장이 탐탁지 않아 하면서 둘 사이가 멀어졌다는 설이었다. 당시 DB그룹은 "현재 보유한 DB하이텍 지분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으면서 일단락됐지만 부자간의 갈등설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 방향성을 두고 부자 간의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남호 명예회장이 DB하이텍을 매각하려고 했다기보다 이를 재원 삼아 다른 사업 분야까지 확장해보고자 했고, 창업주인 김준기 회장은 현재의 DB그룹을 일궈온 장본인인 만큼 기존 사업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다 보니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간의 갈등설은 한발 더 나아가 남매간의 갈등 조짐설로도 번지고 있다. 김남호 명예회장의 누나이자 김준기 창업회장의 장녀인 김주원 부회장이 차기 회장에 오를 수도 있다는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다.

김주원 부회장은 1973년생으로 김남호 명예회장보다 2살이 더 많다. 김주원 부회장은 서울예고, 연세대를 졸업했고 결혼 후 미국에서 생활했다.

김주원 부회장이 경영 활동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한 것은 2021년 무렵이다. 김주원 부회장은 지난 2021년 DB하이텍 미주법인 사장으로 해외 업무를 지원했다. 이같은 배경에는 김 부회장이 미주법인장에 오르기 전 미국에서 지내며 DB하이텍 사업과 관련해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등 일정 부분 공을 세웠던 점을 인정받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주원 회장은 곧이어 지난 2022년 그룹 부회장 겸 그룹 해외담당 부회장에 선임됐다. 이밖에도 지난 2023년 DB그룹이 출범한 광고대행사 DB커뮤니케이션즈에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김주원 부회장만 지분에 참여했다.

시장에서 김주원 부회장의 차기 회장설이 제기되는 이유도 그간 그룹 경영 일선에 뛰어들지 않았던 김주원 부회장이 점차 영역을 넓혀가는 데다 아버지인 김준기 창업회장이 아들과 사이가 벌어지면서 아들이 아닌 딸의 손을 들어주는 것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김준기 창업회장의 부인인 김정희 여사 별세 때도 유산 중 DB Inc 지분은 김준기 창업회장과 딸인 김주원 부회장에게 돌아갔다. 김남호 명예회장도 계열사 주식 등을 물려받긴 했지만,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 주식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의구심을 키웠다.

지분상으로 보면 김남호 명예회장이 최대주주이지만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을 합치면 이를 넘어설 수 있다. DB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DB Inc.의 지분을 들여다보면 최대주주는 지분율 16.83%를 보유한 김남호 명예회장이다. 김남호 명예회장은 지난 2004년 진작에 아버지로부터 증여를 받아 최대주주 자리를 이어오고 있다.

뒤이어 김준기 창업회장이 15.91% 지분율을 갖고 있고 김주원 부회장은 지분율 9.87%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김준기 창업회장의 지분율과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율을 합산하면 25.78%로 김남호 명예회장의 지분보다 많다.

DB그룹의 금융계열사 최상단에 있는 DB손배보험의 지분율도 비슷한 양상이다. DB손해보험의 최대주주는 김남호 명예회장(지분율 9.01%)이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율은 각각 5.94%, 3.15%다. 김준기 창업회장과 김주원 부회장의 지분율 합산인 9.09%에 DB김준기문화재단 지분인 5%까지 합산하면 14.09%로 김남호 명예회장 지분율을 넘어설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김주원 부회장이 김남호 명예회장을 대신해 경영승계를 받게 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선이 나온다. 만약 김주원 부회장이 아버지인 김준기 창업회장의 지분을 다 물려받는다 하더라도 상속세 재원 마련, 유류분 청구소송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지분 문제만이 아니더라도 김준기 창업회장이 2016~2017년 가사도우미와 비서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러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으며 경영 전면에서 빠진 듯하지만 여전히 DB그룹 내 경영권을 꽉 잡고 있다"며 "이에 김남호 명예회장도 아버지인 김준기 창업회장을 거스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DB그룹 역시 경영권 분쟁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다.

DB그룹 관계자는 "김준기 창업회장은 창업 이래 지금까지 그룹 총수이자 동일인"이라며 "경영권 분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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