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대우, 5년 만에 '반포 리턴매치' 성사삼성물산, 공사비 868만·공기 43개월 제시대우건설, 필수사업비 CD+0.00%로 조달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지난 19일 마감된 개포우성7차 사업 시공사 입찰에 참여해 수주 경쟁에 나섰다. 시공사 최종 선정은 오는 8월23일 조합 총회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양사의 맞대결은 지난 2020년 이후 5년 만이다. 당시 두 건설사는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재건축을 두고 경쟁을 펼쳤다.
개포우성7차 재건축은 지하 5층∼지상 35층, 아파트 1122가구 규모의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이 제시한 예정 공사비는 약 6778억 원 규모로, 평당 공사비는 880만 원 수준이다. 개포우성7차 아파트는 현행 용적률이 157%에 그쳐 일대에서 사업성이 뛰어난 단지 중 하나로 평가되며, 높은 사업성 덕분에 조합원 기대도 큰 상황이다.
삼성물산은 프리미엄 브랜드 '래미안 루미원'을, 대우건설은 자사의 초고급 브랜드 '써밋 프라니티'를 각각 앞세워 조합원 공략에 나섰다. 제안 조건은 단순 공사비나 설계를 넘어, 금융조달 구조와 책임준공 범위까지 포함해 '전방위 경쟁'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삼성물산은 3.3㎡당 868만9000원, 총 공사비 6757억 원을 제시해 대우건설보다 낮은 수준을 제안했다. 대우건설은 평당 879만6000원, 총 6778억 원을 내세우며, 대신 인근 지하철 대청역과 연결 시 필요한 공사비 80억 원을 자체 부담하겠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공사기간도 삼성물산이 43개월로, 대우건설의 47개월보다 4개월 짧다.
두 건설사 모두 유명 전문가들을 초빙해 단지의 외관 디자인부터 설계까지 힘을 쏟았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디자인 그룹 '아르카디스'와 협업해 빛을 강조한 외관 디자인과 입체적인 스카이라인을 부각시킨 설계안을 선보였다. 개포 지구 최대 규모 커뮤니티와 조합원 전 가구에 열린 조망을 확보하기도 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10개 동을 2열로 배치해 동간 거리를 최대 43m까지 넓혀 쾌적한 단지 환경을 구현했고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777가구에 자연 조망권을 확보했다. 여기에 개포지역 최고 수준인 2.77m 천장고와 펜트하우스 3.12m의 고급 설계를 도입해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조합원 전용 프라이빗 테라스 설계도 788가구에 적용됐다.
대우건설은 써밋 리뉴얼 브랜드 단지에 걸맞은 파격적인 설계안을 선보이며 단지 고급화에 방점을 찍었다. 대우건설은 4베이 이상 평면을 갖춘 맞통풍 100%의 평면 설계를 도입하고, 8개 주동을 2열로 배치해 통경축과 바람길을 확보한다. 여기에 개포 최장 길이의 스카이브릿지(90m)로 두 동을 연결해 개포의 정상에 스카이 어메니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파트의 첫인상이라 불리는 문주에 미디어아트를 입힌 '프라니티 게이트'도 적용한다. 개포우성7차를 '3세대 판상형 타워'로 설계해 타워형임에도 맞통풍 가능한 판상형 평면을 구현했다. 이번 수주 프로젝트는 김보현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으며, 총괄 디렉터로 프랑스의 건축 거장인 장 미셸 빌모트를 선정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건 대우건설의 '금융 조건' 승부수다. 대우는 필수사업비 조달 금리를 CD금리 + 0.00%로 제안했다. 업계 통상 수준인 CD+1~1.5%에 비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조합원 분담금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여기에 HUG 보증수수료도 조합이 아닌 시공사가 전액 부담하며, 분담금은 입주 후 100% 납부 또는 최대 6년 유예도 가능하다.
삼성물산도 이에 맞불을 놨다. 사업비 전체에 대해 '한도 없는 최저금리 조달'을 제안했고, 입주 전 분담금 납부 유예 기간도 최대 4년으로 설정했다. 또 임차보증금 반환 지원, 공사기간 단축에 따른 조기 입주 가능성까지 조합원 측에 어필하며 실리를 강조하고 있다. 삼성은 특히 래미안 브랜드의 신뢰성과 함께 최고 신용등급(AA+, HUG AAA)을 앞세워 안정성과 책임준공 능력을 부각하고 있다.
이번 수주전은 단순히 개포우성7차만의 경쟁을 넘어, 향후 정비사업 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분기점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우건설 입장에선 써밋 브랜드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기회다. 반면 삼성물산은 최근 압구정2구역에서 철수하며 실리 위주 전략으로 선회한 만큼 개포우성7차 수주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브랜드 인지도보다 실질적인 조건 비교가 우선되는 시장"이라며 "공사비, 금융, 설계 등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조합원 표심이 움직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포우성7차 수주 결과는 강남권 재건축 시장 전체에 중요한 시그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개포우성7차는 1984년 준공돼 4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로, 이번 정비사업을 통해 강남권 신축 브랜드 아파트로 재탄생하게 된다. 개포 일대에서는 상대적으로 소규모 단지였으나, 최근 개포동 전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재건축 사업 흐름과 맞물려 입지가 크게 부각됐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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