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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제약사 해외법인 '악전고투'···계열사 청산 등 경영 효율화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제약사 해외법인 '악전고투'···계열사 청산 등 경영 효율화

등록 2025.05.27 07:15

수정 2025.05.27 16:00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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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클럽 6개사 중 4개사 해외법인 적자한미·종근당만 해외 사업 흑자 기록대웅제약, 인도네시아 사업 투자 지속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국내 '1조 클럽'(연매출 1조원 이상 기업) 제약사 6곳 중 4곳이 해외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은 지난해와 올해 관련 계열사를 청산하는 등 경영효율화에 나서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조 클럽 제약사 중 한미약품과 종근당을 제외한 4개 기업의 해외법인이 영업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한미·종근당, 해외사업 개선 조짐


우선 한미약품은 지난해 중국 현지 자회사인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북경한미)가 매출 3856억2986만원, 당기순이익 741억8103만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3%, 5.8% 감소했다.

북경한미는 1996년 베이징 자죽약업과 합작해 설립된 기업으로 한미약품이 73.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제품은 어린이 정장제 '마미아이', 감기약 '이탄징', 성인용 정장제 '매창안' 등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한미약품 매출(1조4955억원)의 25.7%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계열사다.

중국 진출 초기부터 현지 시장에 맞춘 전략으로 주목받으며 국내 제약사의 성공적인 해외 진출 사례로 꼽혔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실적이 악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1분기 매출은 965억원, 영업이익은 1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5%, 70.5% 감소했다.

한미약품 측은 지난해 북경한미의 실적 부진에 대해 '전년도 중국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 감염병 유행에 따른 기저 효과'라는 입장이다.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은 중국 내 독감과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등 호흡기 질환 유행 둔화에 따른 일시적인 판매 저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북경한미의 실적 부진 원인은 지난해 본격화된 경영권 분쟁 여파라는 게 중론이다.

북경한미는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장남 임종윤 코리그룹 회장이 동사장을 지낸 기업이다. 지난 2020년 고(故) 임성기 회장 사망 후 송영숙 회장에게 넘어갔던 동사장직이 경영권 분쟁 이후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로 교체된 바 있다. 당시 한미약품은 전문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내세웠지만, 임 회장은 이에 반발하며 소송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임종윤 회장은 부당 내부거래 의혹을 받기도 했다. 북경한미가 매년 룬메이캉(RMK)에 2000억원 상당의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데, 임 회장이 이를 통해 개인 회사인 코리홍콩 등의 수익을 창출했다는 의혹이다. 당시 한미약품 측은 관련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결과를 알리겠다고 밝혔으나, 분쟁 종식 이후 임 회장이 북경한미 동사장으로 다시 임명된 현재까지도 감사 결과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경영권 분쟁으로 인한 부당 내부거래 의혹으로 한미약품이 유통 대행사인 RMK와 불안정한 관계를 맺으며 현지 영업에도 불똥이 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 12월 한미약품은 임시 주주총회 설명자료에서 2024년 하반기 북경한미약품의 실적 부진은 RMK의 판매 부진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RMK는 북경한미약품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해 판매했는데 RMK가 북경한미약품에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중국 법인도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한미사이언스는 올해 1분기 지난 2016년 중국 산둥성에 의약품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했던 한미(중국)유한공사를 청산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종식에 따른 하반기 실적 반등을 예상하고 있다.

정희령 교보증권 연구원은 "분쟁 안정화에 따라 1분기 실적 내 북경한미의 개선세가 확인됐다"며 "북경한미 영업망 안정화에 따라 실적은 상저하고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북경한미 재고 소진에 따른 하반기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면서 "로수젯 등 기존 제품과 당뇨 신제품 판매 확대, 자회사 북경한미 및 한미정밀화학 매출 회복이 한미약품의 실적 개선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종근당은 해외 사업에서 2년 연속 흑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 272억6204만원, 당기순이익 78억9627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3.6%, 119.13% 증가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적 성장을 이끈 것은 인도네시아 법인인 'PT CKD OTTO PHARMACEUTICALS'(CKD OTTO)다. CKD OTTO는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의 '오토 제약(Otto Pharmaceutical Industries')과 합작해 설립한 법인이다. 종근당이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2019년 현지에 항암제 생산 공장을 준공해 각종 의약품을 생산 중이다.

당시 종근당은 자본금 21억원을 설립 자본금으로 투자했다. 이어 2016년과 2018년에도 31억원과 32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며 총 84억원을 인도네시아 법인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후 총 64억원의 자금대여를 제외하면 지원을 이어가지 않으며 매년 인도네시아 법인에 대한 대여금을 전액 손상처리 했다.

이는 CKD OTTO가 2023년 매출 204억원, 순이익 36억원을 거둬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 전까지 매년 적자를 봤기 때문으로 보인다. 종근당 측에서도 인도네시아 법인에 투입한 자본을 회수 불가능한 금액으로 여겼던 셈이다.

예상과 달리 인도네시아 법인이 자체적으로 경영 개선세를 보이며 2023년 -2억원이었던 자본이 2024년 약 80억원으로 회복되는 등 자본잠식에서 벗어난 상태다. 향후 손상 처리된 종근당의 대여금 회수나 법인세비용차감전순이익 상승이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지난해 5월 회사가 8290만원을 출자해 설립한 미국 보스턴 소재 법인 'CKD-USA Inc'는 지난해 당기순손실 4억1265만원을 기록했다. CKD USA는 글로벌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설립된 기업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세포유전자 치료제와 항체·약물접합체(ADC) 항암제 신약 개발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해외사업 적자에도 투자 계속


녹십자홀딩스의 해외사업은 지난해 매출 82억5600만원, 당기순손실 491억1200만원으로 부진했다. 해외 법인 중 가장 큰 손실을 본 곳은 바이오센트릭(BioCentriq)으로, 지난해 순손실 356억7200만을 기록했다.

바이오센트릭은 GC녹십자그룹 계열사 지씨셀이 인수한 미국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이다. 지난 2022년 7300만달러(약 105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했다. 미국 세포치료제 CDMO 사업에 진출한다는 목표였지만, 2022년 71억원이던 매출액은 이듬해 98억원으로 늘어난 후 지난해 31억원으로 급감했다. 세포치료제 CDMO 업황 불황에 따라 수주가 줄어든 영향이다.

바이오센트릭은 올해 메이드 사이언티픽(Made Scientific)으로 사명을 바꾸며 실적 반등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경영진 교체와 함께 신공장 장기 임대 계약을 체결하는 등 변화를 단행했다.

GC그룹이 지난해 허일섭 GC그룹 회장의 장남 허진성 상무를 경영관리본부장으로 승진하고 지주사인 GC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업무를 맡긴 것도 주목할 점이다. 허 상무가 그간 세포유전자치료제 사업에 주력하며 바이오센트릭 인수 등을 진두지휘한 인물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녹십자홀딩스는 지난해 홍콩법인 녹십자HK홀딩스를 CR(화륜)제약그룹 자회사인 CR 보야 바이오에 매각했다. 매각금액은 약 3500억원으로, 홍콩법인이 지분 전량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내 자회사인 녹십자 생물제품유한공사 등 6개 회사도 함께 매각했다.

현지 법인 매각과 동시에 CR 보야 바이오와 중국 내 제품 판매를 위한 유통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번 지분매각을 통해 GC의 재무 건전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유입된 자금을 미래 사업을 위한 전략적 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매각 전까지 녹십자그룹의 중국 현지법인은 2022·2023년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2023년 기준 부채비율이 100%를 넘은 것으로 확인된다. GC 관계자는 "그동안 지속돼 온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일거에 제거하고, 재무적인 내실을 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해외 사업에서 매출 751억4910만원, 순손실 26억582만원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미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인도 등에 해외 현지법인을 설립해 국내 제약사 중 가장 많은 해외 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2008년 설립한 태국 현지법인 'Daewoong Pharmaceutical (Thailand) Company Limited'가 매출 170억1273만원으로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했다. 대웅바이오 생산공장인 '사천대웅생물기술유한공사'가 156억5874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낸 곳은 지난 2012년 현지 제약사 인피온(PT Infion Pharma)과 합작으로 설립된 대웅 인피온(PT Daewoong Infion)으로 지난해 당기순이익 18억9424만원을 기록했다. 이외에 'Daewoong Pharma Philippines Incorporated', 'PT Daewoong Pharmaceutical Company Indonesia', 'Daewoong Pharmaceutical (Thailand) Company Limited' 등의 동남아 지역 법인이 순이익을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특히 인도네시아 현지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순 의약품 판매·유통이 아닌 연구개발과 생산 등 전 과정을 현지화해 제2의 대웅제약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3년에는 나보타 생산 기지인 인니 현지 법인 셀라톡스바이오파마(PT Selatox Bio Pharma)에 약 170억원을 출자했고, 지난해 91억원의 대여금을 제공했다. 최근 3년간 총 600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며 나보타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는 등 현지 톡신 사업 확장에 열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대웅바이오로직스인도네시아(Daewoong Biologics Indonesia)의 치카랑 자바베카 산업단지 내 줄기세포 공장이 인도네시아 식약처(BPOM)에 GMP 인증을 취득하고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앞서 같은 해 6월에는 BPOM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해 대웅제약의 연구시설과 공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한 국가의 규제당국 주무부처 수장이 특정 기업의 공장을 방문하는 사례는 드문데, 대웅제약의 인도네시아 현지화 전략이 호응을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웅 관계자는 "대웅은 지난 2005년 자카르타 지사 설립을 통해 인도네시아 국민과 첫 인연을 맺은 뒤, 인도네시아의 '이노베이션 파트너'로서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과 인재 성장을 위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면서 "파이프라인을 확대해 인도네시아 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령은 올해 해외사업이 매출 17억1498만원, 당기순손실 121억9059만원으로 전년 순이익 3억원에서 손실 전환했다.

최근 우주 분야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보령은 2년 전부터 추진하던 홍콩법인(BORYUNG HONGKONG) 청산을 올해 2월 중 완전히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보령은 2023년 홍콩법인을 해산한 뒤 2024년 홍콩법인의 종속회사였던 북경보령의약과기유한공사를 100% 인수했다. 중국과 홍콩 사이 경제연계성이 확대되며 중국법인에서 중화권 지역을 총괄하도록 개편한 것이다.

북경보령 인수로 '겔포스'의 직접 판매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현지 파트너사인 시노팜과 다시 겔포스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하며 중국 지사의 역할은 흐릿해진 상태다. 앞서 보령은 지난 2023년 8월 중국 현지 파트너사인 시노팜과 겔포스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시노팜이 수입약품허가증(IDL)을 갱신하면 보령에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는데, 갱신만 하고 수수료는 지급하지 않아 이를 계약불이행으로 보고 해지를 결정하면서다.

파트너 계약 해지에 따라 겔포스의 수출 실적은 뚝 떨어졌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80억원, 91억원을 기록했으나 2023년 수출액은 21억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 다시 시노팜과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하며 수출액은 72억원까지 회복됐다.

보령 관계자는 "현재 겔포스 판매는 시노팜에서 하고 있다"라며 "북경법인은 중국 사업을 위한 법인으로, 허가 갱신이나 유지, 변경사항 등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은 2023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모든 해외 법인이 매출 없이 순손실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이 설립한 미국, 우즈베키스탄, 홍콩, 호주·뉴질랜드 등 해외 법인은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한 법인으로, 관련 실적이 전부 본사 실적으로 집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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