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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위기감 덜어낸'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 2000억원 실탄 장전 배경

증권 증권일반

'위기감 덜어낸'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 2000억원 실탄 장전 배경

등록 2024.11.27 16:02

김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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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2000억원 대규모 유상증자 발행차세대 IT 시스템 구축해 미래 수익성 확보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현대차증권이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취임 11개월차를 맞은 배형근 대표의 수익 다변화 전략을 가속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 대표는 취임 즉시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편중된 구조를 탈피하고자 리테일(소매금융), 투자은행(IB) 부문 강화에 나서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데 힘써왔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PF 충당금 부담으로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고, 성과는 3분기 들어서야 빛을 발했다.

위기감을 덜어낸 현대차증권은 이번 실적을 계기로 신사업을 빠르게 구축하고 미래 수익성을 확보 및 확대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지난 26일 현대차증권은 장 마감 이후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했다. 보통주 3012만482주를 발행, 2000억원 규모다. 발행 예정 가액은 주당 6640원으로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며, 신주 배정 기준일은 내년 1월3일, 신주 상장은 내년 3월5일로 예정된다. 현대차증권이 거액의 유증을 단행한 건 2019년 11월 1036억원을 조달한 이후 5년 만이다.

5년 만에 대규모 유증을 단행한 배경에는 배형근 현대차증권 대표의 올해 사업 목표를 가속화하고 변동성 높은 시장에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빨리 마련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고금리 등에 따른 PF 손실 여파로 악화된 성적표를 받았다. 그간 부동산금융 중심의 IB 영업기반 확대로 수익성을 확보해왔기 때문에 PF 부실사태 등이 터지자 직격타를 맞은 것이다. 지난해 별도기준 순이익은 54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6% 떨어졌다. 당시 전체 사업부문별 영업순수익 중 IB 비중은 5%로 2년 만에 35% 포인트(p)나 줄었다.

이에 올해 구원투수로 선임된 '재무통' 배형근 대표는 신년 목표로 ▲디지털 대전환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 ▲리스크관리 및 준법 강화를 내걸면서 조직 개편으로 IB부문 체질 개선에 나섰다.

IB1본부 내 대체사업실과 함께 대체금융팀과 부동산구조화팀을 폐지, 부동산투자실은 신사업투자실로 명칭을 바꾸고 부동산투자1~4팀은 3팀으로 축소한 뒤 각각 복합사업금융팀, 임대운용사업팀, 자산재구조화(AR)팀으로 탈바꿈했다. 2022년 신설한 복합금융(CF)실도 사라졌다. CF실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발굴과 금융·주선 등 실물 부동산 투자에 주력하는 업무를 한다. 대신 금융구조화(SF) 담당을 신설, 산하 SF 1~2팀을 통해 부실자산 관리에 집중하고, 주식자본시장(ECM)과 부채자본시장(DCM) 등 전통 IB부문을 강화했다.

비교적 약했던 리테일(소매금융)에도 힘썼다. 지난 3월 '전자금융사기 예방 전담 콜센터'를 신설해 소비자 보호는 물론, 4월에는 현대차증권 앱을 통해 장외채권을 손쉽게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며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높아진 야구 인기를 이용해 기아타이거즈를 후원하면서 영업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양호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고객사 다각화, 서비스 개선을 통해 계열사 의존도를 줄이고, 경쟁력을 더 높이고자 했다. 특히 퇴직연금 실물이전 시행에 대비해 퇴직연금 실물이전 추진 작업반(TF)을 구성하고, 확정기여형(DC) 영업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기존 퇴직연금 상품(예금,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그대로 다른 금융사 계좌에 옮길 수 있는 제도다. 이와 관련한 전산 인프라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수익 다각화 노력으로 올 3분기부터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부동산 PF 영향으로 충당금을 대거 쌓으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지만, 9월말 시장이 소폭 안정화 되면서 연결 순이익 107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2.2% 증가한 146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차증권은 앞선 지난 1분기 1123억원 규모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이는 2022년(429억원) 대비 161.7% 증가한 수치다. 2분기에도 869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외 경기 변동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배사장은 유증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가속화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 및 강화할 계획이다. 이번에 조달된 자금은 ▲시설자금 1000억원 ▲채무상환금 225억원 ▲기타자금 774억원으로 쓰인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자금은 대부분 정보통신(IT) 차세대 원장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쓰인다"며 "올해 신년 목표로 세운 미래 성장 동력 확보, 디지털 전환 기조 아래 IT 관련 시스템 개발, 전산 시스템 구축 등으로 수익성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세대 원장 시스템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퇴직연금시스템, 고객정보관리시스템 등 모든 플랫폼의 근간으로 플랫폼 속도와 정확성, 고객 정보활용성이 높아져 리테일, 운용 등 전 부분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시스템이다.

다만 유증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현대차증권 주가는 전 영업일 대비 1170원(13.30%) 떨어진 763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신주 예정 발행가는 주당 6640원으로 종가 대비 15% 할인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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