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일가 상속회복청구 소송 두 번째 변론기일세모녀 녹취 공개···"아빠 의지 상관없이 리셋해야"여동생 구연경, 경영 참여 원한다는 내용 담겨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모친인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 씨 사이에서 벌어진 상속회복청구 소송 관련 두 번째 변론기일이 16일 열렸다. 구 회장과 세 모녀는 이날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재판에선 세 모녀가 경영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긴 녹취록이 공개, 결국 이번 소송이 단순히 상속 재산을 더 물려받기 위한 차원이 아니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박태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구광모 회장의 상속회복청구 소송 관련 변론기일을 열었다. 첫 변론기일이 열린 지난달 5일 이후 43일 만이다. 이날 재판에는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이 증인으로 재출석했다. 하범종 사장은 고(故) 구본무 회장이 사망하기 전까지 가장 먼저 구 전 회장을 만나 업무를 보고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날 재판에선 LG그룹의 회사 재산으로 알려진 곤지암 별장 금고에 대한 공방이 이어졌다. 원고(세 모녀) 측 변호인은 해당 금고에 피상속인(고 구본무 전 LG 회장)의 유지가 담긴 유언장이 있었다고 의심했으나 하 사장은 이를 전면 부인했다. 금고에 무엇이 있었냐는 질문에 하 사장은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가 있어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원고 측은 "곤지암은 사실상 피상속인의 별장처럼 이용하는 곳인데 유족들에 알리지 않고 금고를 연 이유가 무엇이냐" 묻자 하 사장은 "곤지암 별장은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며 영빈관 개념"이라고 답했다. 이어 "해외에서 회장들이 오거나 중요한 대화를 위해 필요한 공간이며 그 공간 자체가 회사 재산"이라고 덧붙였다. 원고 측은 세 모녀와 구광모 회장 사이의 갈등 원인이 금고 안에 있는 유언장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 회장의 조부인 구자경 전 명예회장 지분에 대한 질문도 오갔다. 하 사장은 원고 측이 '구자경 명예회장이 자기 재산 전부를 피고(구광모 회장)한테 이전하라고 언제 지시했냐'고 묻자 "내 지분을 구광모한테 이전하라는 말씀보다 (구광모가) 장차 회장이 돼야 하며 내 지분은 장자한테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구자경 명예회장이) 늘 그런 취지로 말씀을 하셨기에 다른 자녀들은 아무런 반발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구광모 회장은 2020년 6월 구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1182억원 규모의 ㈜LG 주식을 상속받았다. 원고 측이 이날 구 명예회장을 언급한 건 LG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 사장은 상속 당시 오너 일가 중 LG 주주들을 찾아 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구광모 회장에게 승계한다는 서명을 받았다고 전했다.
지난 10월 첫 변론기일 당시 언급됐던 구본무 전 회장의 유지도 재차 언급됐다. 당시 재판에서 하 사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LG 지분을 포함한 경영재산이 구광모 회장에게 넘겨야 한다는 구 전 회장의 메모가 담긴 유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유지는 폐기했다는 게 하 사장의 설명이다.
원고 측은 "메모를 폐기한 당사자가 누구냐" 묻자 하 사장은 "폐기한 걸 직접 보지는 못했고 재량권이 있는 실무자가 (폐기) 했다"고 답했다. 하 사장은 재무관리팀 업무 관행상 망인이 서명한 문서는 전부 폐기하고 있었고 구본무 회장의 유지만 특별히 폐기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이 같은 관행은 구본무 전 회장과 구광모 회장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게 하 사장의 설명이다.
또 하 사장은 구본무 전 회장의 유지를 A4용지로 출력해 구 전 회장에게 서명까지 받았고 이를 2018년 6~8월 사이에 세 모녀 측에 직접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세 모녀는 해당 문서를 확인한 적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재판에선 세 모녀 측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피고 측 변호인은 해당 녹취록에서 "원고는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속았다고 주장했으나 2022년 6월 30일 구연경이 아빠(구본무 전 회장) 유지와 상관없이 리셋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맞냐"고 묻자 하 사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또 "그 자리에서 김영식도 연경이가 아빠 닮아 연경이가 경영을 전문적으로, 자신 있게 할 수 있어 경영권 참여 때문에 주식 받고 싶다 말했다"고 전했다. 현재 세 모녀는 구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기망을 당하고 속아서 협의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녹취록을 통해 세 모녀는 LG그룹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세 모녀는 지난 2월 28일 구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 하자"며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구 전 회장 지분 상속이 잘못됐다는 이유에서다. 구 회장은 구 전 회장 지분 11.28% 중 8.76%를 물려받았고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각각 2.01%, 0.51%를 상속받았다. 세 모녀는 이와 함께 구 전 회장 개인 재산인 5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미술품 등도 함께 유산으로 받았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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