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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SK온, 협력사 신용평가 착수···'엄격한 기준'에 업계 긴장

산업 에너지·화학

[단독]SK온, 협력사 신용평가 착수···'엄격한 기준'에 업계 긴장

등록 2025.05.29 12:30

수정 2025.05.29 14:41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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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반복되는 절차지만 올해 예년보다 '기준 엄격' 반응"등급 낮아도 예외 인정 받는 분위기 전혀 느껴지지 않아"SK온 "공급업체 정기 신용평가 요청은 보편화된 절차"

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그래픽=박혜수 기자SK온의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전경. 그래픽=박혜수 기자

SK온이 '2025년 상반기 공급업체 신용평가'에 돌입한 가운데, 일부 협력사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협력사 신용평가는 매년 반복되는 연례 절차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는 반응이 나오면서다. 일각에서는 적자 행진을 보이고 있는 SK온이 공급망 관리를 보다 타이트하게 조정하려는 기조가 반영된 것 아니냐고 해석하는 분위기다.

상반기 신용평가 착수···거래 유지 여부 검토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최근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상반기 신용평가에 착수했다. 이번 평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실시되는 정기적인 절차다. 협력사들의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거래 유지 여부를 검토한다.

대상은 SK온과 거래 중인 한국 국적의 공급업체다. SK온은 민간 신용평가기관을 통해 등급을 산출하고, 일정 기준 이하의 업체에 대해서는 거래 축소 또는 중단을 검토할 수 있다.

현재 SK온은 ▲한국평가데이터 ▲이크레더블 ▲나이스디엔비의 기업 신용등급 정보를 활용하며, 그 결과에 따라 협력사를 A~C 등급으로 구분한다. 등급에 따라 거래 유지 또는 축소·종료 여부가 결정되는데, 협력사엔 A·B·C 등 등급을 안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등급의 기업엔 신규 거래가 제한되거나 기존 거래가 축소되는 등 패널티가 따라붙는다. 물론 배터리 생산에 없어선 안 될 핵심 품목을 책임지는 기업은 낮은 등급을 받더라도 '최악의 경우'를 면할 수 있다.

평가 자체는 배터리 업계를 비롯한 제조업계 전반에서 통상적으로 시행되는 절차다. 다만 올해는 기존보다 예외 적용이 줄고, 평가 기준이 더 엄격해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협력사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갱신이 이뤄지지 않거나 유효한 신용평가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구가 부각되면서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작년에는 등급이 조금 낮아도 예외적으로 인정받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올해는 그런 여유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며 "결과에 따라 거래가 끊길 수도 있겠다는 압박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적자 행진 SK온, 협력사로 부담 전가됐나


이 같은 분위기는 SK온의 경영상황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SK온은 지난 2021년 10월 출범 후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고서는 단 한 번도 흑자 전환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마저도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에 1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면서 SK온은 지난해 연간 실적도 아쉽게 마무리했다.

지난해 가동률도 배터리 3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온의 지난해 평균 공장 가동률은 43.8%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86.6%)과 2023년(87.7%)와 비교하면 각각 42.8%포인트(p), 43.9%p 줄어든 수준이다.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의 지난해 평균 공장 가동률은 각각 57.8%, 58%로 집계됐다.

공급망 압박은 협력사 생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배터리 3사에 모두 부품을 납품 중인 중소기업 A사는 캐즘 국면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설비 투자를 전면 중단했다. 수주 물량도 반 토막 났고, 전체 인력도 기존 직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A사 관계자는 "캐즘 이후 최소 인력으로 현상 유지만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런 환경에서 신용등급이 좋게 나오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로 토로했다.

올해 이차전지 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10개 주요 산업에 대한 산업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이차전지를 둘러싼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황전망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등급전망은 부정적으로 진단됐다.

이 가운데 SK온 역시 지속된 적자에 올해 투자 기조를 보수적으로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투자 계획을 지난해(7조5000억원)보다 4조원 축소한 3조5000억원으로 낮춰 잡은 상태다.

이렇다보니 협력사가 보기에 SK온의 이번 평가는 연례 행사를 넘어 재무적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고 공급망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비친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신용등급이 낮은 협력사와의 거래는 납품 지연이나 품질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재무 상태가 양호한 협력사를 중심으로 거래 구조를 정비하려는 것이란 얘기다.

다만 SK온 측은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일반적인 업무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일 뿐 다른 목적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SK온 측은 "공급업체 정기 신용평가정보 요청은 제조업계에서 보편화돼 있는 통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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