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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더 이상 옛날 'K제약바이오' 아니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더 이상 옛날 'K제약바이오' 아니다

등록 2023.07.03 15:56

유수인

  기자

reporter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은 오랜 기간 부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통 제약사들은 100년 동안 복제약 사업에 의존했고, 차세대 먹거리로 큰 기대를 모았던 바이오산업은 2004년 황우석 사태로 급격히 침체했다.

이후 한미약품이 개량·복합신약, 혁신 신약 개발로 이어지는 '한국형 R&D 모델'을 정립하고 최초로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 수출하며 산업 전반에 활기가 도는 듯했다. 이때 많은 국내 기업이 신약 개발에 뛰어들면서 체질 개선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코오롱티슈진의 인보사 사태, 신라젠 사태 등이 터지자 전체 제약‧바이오업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가뜩이나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과 비용이 들고 그마저도 실패 가능성이 높아 투자자들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제약‧바이오산업이 각광 받았음에도 의심의 눈초리는 거둬지지 않았다. 너도나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겠다고 나섰으나 주가조작 의혹, 정부 지원금 먹튀 논란 등이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업계 전반에 찍힌 '부도덕' 낙인에도 뚝심을 지킨 신약 개발 기업들은 최근 빛을 발휘하고 있는 모습이다. 자체 제품이 없어 매출을 내기 어려운 바이오벤처들은 꾸준한 R&D 투자로 확보한 후보물질이나 플랫폼들을 글로벌 기업에 이전하며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만 지씨셀, 이수앱지스, 진코어, HK이노엔, 대웅제약, 차바이오텍, 온코닉테라퓨틱스, 바이오오케스트라, 이뮤노포지 등이 총 10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이 상반기에만 2건의 기술을 수출한데 따른 것이다.

전체 계약 규모는 한화로 2조8000억원에 달했다. 다만 계약 규모를 공개하지 않은 업체도 있어 실제 계약규모는 이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기업들이 인정받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끝까지 신약 개발을 지속하지 못하는 환경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많은 기업이 생존을 위해 기술수출로 수익을 내고 이를 통해 다음 임상을 준비하곤 하는데, 이 상황이 반복될수록 한국에서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탄생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미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아 시판되고 있는 국산 의약품은 6개뿐이다. LG화학(팩티브), 동아에스티(시벡스트로), SK케미칼(앱스틸라), SK바이오팜(수노시·엑스코프리), 한미약품(롤베돈) 등 대규모 자본 투입이 가능한 기업들이 성과를 냈지만 연 1조원의 매출을 내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없는 상태다.

최근 미국 신약 허가 신청을 마무리한 HLB의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은 10여년간의 꾸준한 지원이 뒷받침됐다. 리보세라닙은 한국 최초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신약으로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유한양행이 자체개발한 국산 31호 신약 비소세포 폐암치료제 '렉라자'는 국내에서 1차 치료제로 승인받으며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동일선상에 서게 됐다.

유한양행이 지난 2015년 오스코텍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로부터 '렉라자'를 도입했을 땐 비임상 직전 단계 약물이었으나, 유한양행에서 물질 최적화, 공정개발, 비임상과 임상 연구를 통해 가치를 높였다.

블록버스터급 신약 개발엔 기술력과 경험, 그리고 거대한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규모가 작은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정부지원이 절실한 이유다.

현 정부의 제약‧바이오산업 육성 기조는 산업계의 기대감을 높인다. 아직은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산업에 대한 위상이 높아졌다는 데엔 공감하는 분위기다.

신약 개발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정부의 꾸준한 관심과 지원으로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성과들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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