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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신약 개발 뚝심' 지킨 HLB 진양곤···美 허가 결과 남았다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신약 개발 뚝심' 지킨 HLB 진양곤···美 허가 결과 남았다

등록 2023.05.18 16:32

유수인

  기자

'리보세라닙' 간암 1차 치료제로 FDA 신청우연히 만난 후보물질에 10여 년간 지원 2019년 '6.27사태' 겪기도···'상용화' 준비 박차

HLB는 16일(미국시간) 미국 FDA에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에 대한 NDA를 제출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HLB는 16일(미국시간) 미국 FDA에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에 대한 NDA를 제출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에이치엘비(HLB) 진영곤 회장이 10여 년간 묵묵히 지원한 항암신약 '리보세라닙'이 드디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를 마쳤다. 현재 위암, 간암, 선양낭성암 등으로 개발 중이지만, 미국 시장에는 우선 간암 1차 치료제로 도전장을 내민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최종 허가를 받게 되면 리보세라닙은 한국 최초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신약으로 등극하게 된다.

미국 허가 여부는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결과가 나올 전망인데, 회사는 성공적인 시장 진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상용화 작업에도 한창이다. 내달 2일부터 6일까지(현지시각)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3)'에도 참석해 실제 의약품을 처방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리보세라닙'의 투여 가이드라인 교육 등 학술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다.

2009년, 진 회장과 인연 맺은 '리보세라닙'···FDA 신약허가신청 제출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에 대한 모든 신약 허가 준비 과정을 마치고, 16일(미국시간) FDA에 NDA를 제출했다. 리보세라닙에 대한 첫 글로벌 임상을 시작했던 2011년 이후 약 12년 만이다.

신약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실패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대표적인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 사업으로 꼽힌다. 때문에 국내 바이오기업이 자사의 항암 신약 물질에 대해 자체적으로 모든 임상 과정을 마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신약 허가 절차를 진행하는 건 HLB가 처음이다.

HLB가 10여 년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며 리보세라닙을 개발할 수 있었던 건 진 회장의 흔들림 없는 믿음과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 회장이 리보세라닙과 연이 닿았던 시기는 지난 2009년이다. 당시 구명정 기업인 현대라이프보트를 이끌던 진 회장은 바이오 분야와 거리가 멀었으나 우연히 만난 리보세라닙을 통해 신약 개발에 뛰어들게 됐다.

리보세라닙 물질 자체는 미국 어드밴첸 연구소로부터 개발됐다. 중국계 미국인 연구자인 폴 첸 박사가 지난 2004년 물질 특허를 받고 후보물질 개발을 시작했으며, 2005년 중국 항서제약이 중국지역에 대한 사업권을 사들였다. 특허권은 연구소가 유지했다. 이후 2007년 한국계 미국인이 경영진으로 있는 미국 LSKB(현 엘레바)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사업권을 확보해 자체 개발에 나섰다.

진 회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이노지디엔을 인수하면서 출자회사였던 미국 기반의 항암제 개발업체 LSKB와 연을 맺었다.

진 회장은 LSKB가 신약 개발에 필요한 지원 요청을 하기 전까지 표적항암제를 포함, 바이오 전반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전혀 없었지만, LSKB 경영진의 열정을 보고 투자를 결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본업인 조선업이 불황에다 신규사업 운영자금 때문에 재정이 빠듯한 상황이라 임원들의 반대가 있었음에도 투자를 결심했다는 전언이다.

이를 바탕으로 리보세라닙은 글로벌 임상을 시작할 수 있게 됐고, 지난 2011년 허가를 받아 이듬해 임상 1상에 진입했다.

이후 2014년 중국 사업권을 가져간 항서제약이 위암을 적응증으로 현지에서 '리보세라닙'의 품목허가를 받자 진 회장은 글로벌 상용화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에서 시도되지 않았던 M&A 기법인 '삼각합병'을 통해 미국 회사였던 LSKB를 100% 자회사로 인수했고, 사명을 엘레바 테라퓨틱스로 변경했다.

2020년에는 어드밴첸연구소로부터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특허권을 모두 가져왔다.

임상 차질로 주가 폭락···'휴머니즘 경영'으로 난관 넘어
리보세라닙의 개발부터 미국 NDA 제출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대로 흘러간 것은 아니다.

회사는 지난 2019년 위암 3·4차 치료제 글로벌 임상에서 차질을 빚으면서 일명 '6.27 사태'를 맞게 됐다. 6월 27일 진 회장이 발표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임상 3상 탑라인 결과, 1차 유효성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탑 라인은 임상시험에서 목표로 한 핵심 지표로 OS와 2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PFS) 등의 데이터를 말한다.

OS는 임상 종료 시점까지 사망하지 않은 환자의 비율을 의미하는데, 투약군과 위약군이 각각 5.78개월, 5.13개월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회사 측은 임상 도중 일부 국가의 위약군 환자가 다른 약물을 투여받으면서 전체 OS 데이터가 왜곡됐다고 분석했다.

또 최종 데이터가 나온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 회장은 향후 NDA 신청 여부 등 방향성을 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시장에서는 리보세라닙의 임상이 실패했다고 봤다. HLB의 주가도 폭락해 이틀 연속 하한가를 맞이하기도 했다.

HLB는 지난 2019년 리보세라닙의 위암 3·4차 치료제 글로벌 임상 실패 논란으로 주가 폭락 사태를 맞았다. 그래픽=박혜수 기자HLB는 지난 2019년 리보세라닙의 위암 3·4차 치료제 글로벌 임상 실패 논란으로 주가 폭락 사태를 맞았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HLB는 그해 8월 FDA와 NDA 사전미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FDA는 사전미팅 전 서류심사에서 OS가 목표치를 충족하지 못한 점을 문제 삼고 중국 처방 데이터(리얼월드데이터) 등 보완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판데믹 등의 영향으로 자료 확보가 지연됐고, 이에 글로벌 임상3상을 끝낸 간암 NDA를 우선 접수하게 됐다.

HLB은 진 회장의 휴머니즘 성격과 개발자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난관을 딛고 리보세라닙의 개발을 끝까지 추진했다.

진 회장은 한 번 사람을 믿으면 전적으로 믿고 맡기며,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인물로 알려진다. 실제 진 회장은 신약을 개발하는 엘레바에 지원하기 위해 끊임없이 외형을 키웠다. M&A(인수합병)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한 HLB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79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698억원 대비 157% 성장했다.

회사 관계자는 "진 회장은 휴머니즘적인 사람이다. 리보세라닙도 신약 개발에 대한 엘레바 직원들의 열정만 보고 감명을 받아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라며 "오랜 기간 지원을 계속할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베스트인 클래스'로 상용화 기대 ↑··· 직판‧기술수출 준비
HLB는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것은 물론, '계열 내 최고 신약'(베스트인클래스) 등극도 기대하고 있다. '베스트 인 클래스'는 기존에 개발된 혁신 신약과 동일한 작용기전으로 유효성, 안전성 등을 개선한 약물을 말한다.

간암 1차 치료제로 개발 중인 리보세라닙은 면역관문억제제 '캄렐리주맙'(항서제약 보유)과 병용하는 방식이다.

리보세라닙은 혈관 내피 성장인자 수용체(VEGFR-2)를 억제해 암의 성장에 필수적인 산소와 영양분의 공급을 차단, 암을 효과적으로 사멸하는 TKI 계열 경구용 약물인데, 현재까지 신생혈관억제 기전의 TKI 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병용요법으로 허가된 간암 1차 치료제가 없다는 점은 두 약물의 허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울러 13개국 54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지역, 발병 원인에 상관없이 높은 치료효능을 입증했다는 점도 허가 가능성을 높인다.

회사에 따르면, 간암의 발병 원인은 크게 HBV(B형간염바이러스), HCV(C형간염바이러스), 비바이러스성으로 구분되는데, 면역항암제를 포함하는 치료제 조합은 비바이러스성 간암환자에 대해서 약효가 잘 발휘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모든 환자군에서 높은 효능이 확인됐다. 대조군인 소라페닙과 대비해서 완전관해(CR)는 3명 vs. 1명, 전체 생존기간(mOS)은 22.1개월 vs. 15.2개월, 무진행 생존기간(mPFS) 5.6개월 vs. 3.7개월, 객관적반응률(ORR) 25.4% vs. 5.9%로 도출됐다.

위험비(Harzard Ratio)가 전체 생존기간에서 0.62, 무진행생존기간에서 0.52로 환자 사망 위험을 40~50%가량 낮춘 것도 고무적이다.

또 현재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아바스틴+티쎈트릭'은 주사제인 데다 연간 32만불 수준의 치료비용이 들고, 특히 아바스틴의 경우 출혈 위험이 커 처방에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경구제로 복용 편의성을 높였고 새로운 치료옵션으로서도 의미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자들에게 중요한 건 치료옵션을 갖는 거다. 기존 약이 안 맞거나 부작용 또는 내성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치료제를 써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옵션이 많지 않다. 간암 치료제로 시장에 나온 것은 4개 정도 뿐"이라며 "최근 FDA 경향을 보면, 치료 옵션 측면을 허가결정에 반영하는 것 같다. 가장 최근 간암 1차 치료제로 승인받은 '더발루맙+트레멜리무맙' 조합의 경우에도 OS가 대조군 대비 드라마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FDA는 신약 허가 신청 전 미팅을 통해 리보세라닙 병용요법에 대한 NDA 제출에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먼저 허가 신청서를 제출한 중국에서는 이미 지난 2월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FDA는 NDA 접수 이후 60일 동안 필요한 자료를 제출했는지 여부 등을 점검하고 NDA 등록 승인 여부를 통보한다. 이후 신약후보 물질에 대한 정식 심사, 생산시설 심사 등을 거치며 통상 10개월 정도 소요된다.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된다면 심사 기간은 6개월로 단축된다. 이 경우 내년 1월 신약승인 여부가 결정되고, 일반심사로 진행되면 내년 5월쯤 결과가 난다.

다만 회사 측은 "이 기간은 일종의 데드라인으로, 그 안에 결정이 날 수도 있다"며 "허가 후 상용화까지는 1년에서 1년 반 정도 더 걸린다. 허가를 받는 내년에 바로 판매할 수 있도록 일찌감치 미국 내 상업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는 미국 내 직접 판매와 함께 유럽, 아시아 국가별 기술수출 전략 수립도 병행할 방침이다. 조기에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매출 규모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엘레바는 내달 열리는 'ASCO 2023'에 참가해 파트러닝 미팅 부스 및 의료진 교육 세션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미국시장이 가장 크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직접 판매를 하고, 유럽이나 일본은 기술수출을 통해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그러려면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부스에 큰 회의 공간을 만들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부스 한쪽에는 의약품을 실제 처방하는 의료진들 대상으로 리보세라닙의 장점을 알리고 투여 가이드라인 등을 교육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리보세라닙이 FDA 품목허가를 받게 되면 한국 기업이 개발한 최초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항암제가 된다. 이는 국내 바이오업계 전반에도 긍정적 영향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측은 "기술수출 없이 한국 기업이 직접 개발해 NDA 단계까지 간 것은 리보세라닙이 첫 사례이다. 허가까지 이뤄진다면 침체된 바이오산업 전체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동건 HLB 대표는 "당사는 IR 행사 때마다 주주들에게 '끝내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여러 차례 자신감을 밝혀왔는데, 마침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새로운 치료옵션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간암 환자와 가족들, 그리고 오랜 신약 개발 여정을 함께해 온 임직원과 주주들이 큰 위안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남은 절차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세호 엘레바 대표는 "이번 NDA 제출로 전 세계 간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옵션을 제공하고자 노력해 온 당사가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다. 많은 임상의사들로부터 임상 결과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아온 만큼 무난히 신약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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