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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후도시정비, 층간소음 해결할 절호의 찬스

오피니언 기자수첩

노후도시정비, 층간소음 해결할 절호의 찬스

등록 2023.03.22 15:46

수정 2023.03.22 15:50

장귀용

  기자

reporter
정부가 1기 신도시와 노원‧도봉, 양천구 목동 등 노후도시를 정비하는 기반이 될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을 마련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자족기능을 갖추고 주거여건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지만 주민들 입장에선 용적률 혜택을 받아 사업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가 가장 크다.

정부가 다양한 방식의 공공기여를 통해 용적률 혜택을 주겠단 입장이다. 아직 그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기존 재개발‧재건축에서 일반적으로 적용하던 임대주택 공급이나 공공시설 기부채납 외에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도시 정비사업을 우리나라 아파트의 고질적인 문제인 '층간소음'을 해결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축 선진국인 유럽이나 영미, 일본에서는 구닥다리로 취급받는 '벽식구조'를 탈피하자는 소리다.

층간소음을 줄이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기본적으로 바닥을 두껍게 만들거나 바닥사이에 소리를 흡수‧차단하는 흡읍재와 차음재를 시공하는 방법이 있다. 아니면 건물의 구조를 소음에 강하게 바꾸면 된다.

사무실 등 빌딩에선 층간소음이 거의 없다. 심지어 소리가 크게 나는 구두를 신고 돌아다는데도 말이다. 반면 아파트에선 맨발이나 양말을 신고 다니는데도 층간소음에 시달린다. 아파트와 빌딩의 건물 구조가 달라서다.

건물 구조는 크게 기둥이 있느냐, 없느냐로 나뉜다. 기둥 없이 벽이 위층 수평구조(슬래브) 무게를 지탱하는 구조가 벽식이다. 무게를 지탱하는 수평 기둥인 '보'가 있으면 라멘 구조, '보'가 없이 슬래브와 기둥으로 이뤄져 있으면 무량판 구조라고 한다.

이 중 벽식 구조가 소음에 가장 취약하다. 무량판 구조도 벽식보다는 낫지만 소음이 제법 발생한다. 라멘 구조는 소음이 가장 적은 편이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대부분 벽식이나 무량판 구조다. 라멘 구조보다 공사비가 적게 들기 때문이다.

라멘 구조가 외면 받은 결정적인 이유는 일반분양 수익이 적다는 데 있다. 층과 층 사이에 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층고가 높아져 같은 용적률이라도 가구 수가 더 적기 때문이다. 통상 벽식 구조와 무량판 구조로 20층을 지을 때 라멘구조는 18층 정도밖에 지을 수 없다. 공사비도 라멘구조가 더 드는 편이다.

앞으로 30~50년 뒤를 생각하면 라멘 구조로 대세를 옮겨가야 한다. 라멘 구조는 층간소음에 강할 뿐 아니라 건물을 완전히 허물고 다시 지을 필요가 없다. 골조를 유지한 상태에서 벽체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 평면을 바꾸는 것도 훨씬 자유롭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장수명주택'의 조건 중 하나로 라멘 구조를 꼽고 있다.

특히 지금 정비할 노후계획도시가 다시 재건축해야할 때가 됐을 때 비용을 생각하면 라멘 구조의 필요성이 더 커진다. 지금 용적률을 400~500%로 올려 재건축을 하고 나면 30~50년 뒤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일반분양을 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건물을 허물고 동 사이 정원도 없고 일조권도 기대할 수 없는 초고밀 빌딩을 지어야 한다.

용적률 제한이 풀리면 라멘 구조로도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으로 용적률을 풀어주는 조건 중 하나로 장수명 주택 건설을 포함하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다. 벽식이나 무량판구조로 짓는 것보다 일반분양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수익을 더 낼 수 있다면 라멘 구조를 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최근 시멘트와 콘크리트 값이 급등한 상황도 라멘 구조에 더 유리하다. 벽식과 무량판구조에선 층간소음을 줄이려면 바닥두께를 더 두껍게 만들어야 하는데 그만큼 콘크리트가 더 많이 들어가게 된다. 라멘구조에선 바닥 사이에 철골로 된 보가 들어가기 때문에 그만큼 콘크리트가 적게 든다.

지난 1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대형 건설사 7곳이 공동주택 층간소음 저감 구조 개발을 위해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좋은 시도로 보이지만 먼 길을 돌아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층간소음 관련 사회적 문제가 더 많아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근본 원인을 찾아서 고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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