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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투자의 우상과 이성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

동학개미들은 괴롭다. 3300포인트까지 갔던 코스피가 2200포인트대까지 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래도 곧 다시 오른다는 희망이 있으면 견딜 수 있지만, 세간의 전망들은 그렇지도 않다. 모골을 송연케 하고 등줄기도 서늘하게 하는 추가 폭락 시나리오도 돌아다닌다.

작년 초 시장이 줄곧 상승할 때 장밋빛 전망으로 그들을 부추겼던 낙관론자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삼성전자 '십만전자'를 외치며 기어이 그것을 국민주(國民株) 반열에 올려놓았던 그 많던 전문가들은 다 어디에 숨었나. 더욱이 그들이 사라진 그 자리에 비관론자들만 우뚝 서서 목소리를 높이니 동학개미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어디 백마 탄 초인이라도 나타나 그들에게 향후 장세를 명쾌하게 안내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단언컨대 그런 일은 일어나지도 않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시장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으로 인해 한없이 나약해진 투자자들에게 다가가 혹세무민하는 자들이 늘 있다. 그들은 여러 투자 관련 TV, 유튜브 등을 통해 시장의 내일을 예측하는 말들을 쏟아 낸다. 이것은 투자의 세계에서 흡사 신기루와 같은 우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상의 시대에서 이성을 말하면 때로 큰 희생을 치러야 했다. 독재의 우상이 숭배될 때 민주적 이성은 축출과 제거의 대상이었다. 종교적 우상이 사회를 지배할 때도 그 어떤 과학과 합리주의도 바로 서기 힘들었다. 물질의 우상, 민족주의의 우상 등이 만연하면 정신의 가치와 열린 민족주의는 배척당했다. 우상이 갖는 주술적 설득력은 강력한 확대 재생산력을 갖기에 그렇다. 이러한 주장이 가설이 아님은 역사를 복기해 보면 알 수 있다.

​우상은 제1자적 관점이 아닌 제3자적 관점에 설 때 더욱 선연히 보인다. 내재적 입장이 되면 우상의 망상과 최면 상태를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과거의 우상, 타자의 우상이 아니라 현재 우리를 둘러싼 우상을 최대한 3자적 앵글로 조망해 보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투자에도 늘 우상이 존재한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크면 클수록 그곳은 우상의 소굴이 된다. 단판 승부로 일확천금을 거머쥔 사례가 무슨 무용담처럼 회자되는 사회도 우상의 온상지가 된다.

술수와 술책이 당연한 것처럼 만연한 사회, 반칙과 편법이 다반사로 통하는 사회에서도 우상은 터를 잡는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혹세무민의 양법에 일희일비하고 마법의 신묘함을 추종한다. 현실 가능한 목표보다는 유토피아적 망상에 압도당하기도 한다. 규칙성보다는 불규칙적 일탈을 추구한다.

이러한 지점에서 투자의 이성과 합리성은 설 자리를 잃기 십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투기는 투자를 구축(驅逐)한다. 슬그머니 투기와 투자가 동일시되기도 한다. 그러나 투기와 투자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투자는 배우자를 선택하듯 하라. 시장의 가격 변동성에 일희일비하는 것은 투자가 아닌 투기다. 향수를 사듯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투기고, 식료품을 사듯 사는 것은 투자다. 현명한 투자자는 비관주의자로부터 주식을 사서 낙관주의자에게 파는 사람들이다. 철저한 조사 분석을 통하여 원금의 안정성이 최대한 보장되는 대상에 긴 호흡으로 자금을 배분하고 기다려라."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의 말이다.

​증권시장에는 시장 분석가들이 곤혹을 치르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들이 예측한 지수와 실제 지수가 정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 분석가가 유명할수록 결정적인 순간에 그들 예측의 정확도는 반비례한다. 그때마다 시장 참여자들은 그들을 혹독하게 힐난한다. 그들은 불면의 날을 보내다 마침내 자신의 견해를 수정한다.

그러나 그들이 견해를 바꾸는 순간 시장은 또다시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마치 분석가들을 조롱하기라도 하듯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시장의 조롱이 아니라 애시당초 분석과 예측이 불가능한 영역을 업으로 택한 그들이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장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만물의 이치를 꿰뚫는 초인이 등장한다면 모를까. 더군다나 분석기간이 짧을수록 예측 불가능의 정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주가를 움직이는 변수가 복잡다기할 뿐더러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돌출적이고 복잡계적인 까닭이다.

​흔히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러한 지수 예측을 위해 모델링이란 기법을 이용한다. 즉 주가지수에 영향을 미칠 법한 가능한 변수들을 모으고 더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들의 가중치를 부여하여 모델을 설계한다. 이 모델은 간단하면서도 포괄적이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실제 현상을 잘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불가능한 이유는 경제변수들의 예측 불가능한 자기 운동성 때문이다. 예컨대, 신장 수술을 하는 외과의사를 상상해 보자. 엑스레이 촬영 결과 신장의 위치가 결장으로부터 3cm 아래쯤에 위치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러나 의사가 막 절개한 순간 신장이 슬그머니 위치를 바꿨다고 생각해 보라! 이코노미스트나 시장 전략가들의 고충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모두에서 말했듯 요즘 투자자들의 속앓이가 심하다. 흉흉하기도 하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꼭 한 가지 짚을 것이 있다. 이젠 우리도 우상적 투기에서 이성적 투자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기변동성에 일희일비하고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투기에서, 길게 보고 뚜벅뚜벅 제 길을 가는 투자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우상의 시대와 단절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무엇보다 증권회사나 각종 기관이 양산하고 여러 유튜브나 언론들이 유포하는 시황 전망, 매매전략, 단기지수 예측 등의 주술적 선동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그보다는 무미건조한 기업의 펀더멘털, 거버넌스나 ESG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 해당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 분석, 미래 시대정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천착이 요구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에서 증권사 트레이딩 앱을 삭제해 버리고 장기투자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이것이 투자의 우상을 이성으로 탈바꿈해 줄 전환시대의 투자 패러다임이다. 이 대전환으로 시장 변동성의 두려움을 극복해 내고 결국은 돈을 버는 투자의 왕도로 접어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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