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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한진칼, 4년만에 분쟁 '완진'···조원태 회장 '지배력' 더 강력해졌다

산업 항공·해운

한진칼, 4년만에 분쟁 '완진'···조원태 회장 '지배력' 더 강력해졌다

등록 2022.09.08 07:00

수정 2023.09.06 10:25

이세정

  기자

3자연합, 작년 와해 후 주식 대부분 털어내오너3세 조현아, 꾸준히 매도 지분율 1.5% 미만KCGI, 호반건설로 넘겨···반도, 가장 늦게 엑시트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난 2018년 시작된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4년 만에 완전히 꺼졌다. 이 기간 동안 오너3세 장남인 조원태 회장은 그룹 총수에 올랐고, 확실한 우군을 확보하며 오히려 경영권을 공고히 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재계 등에 따르면 조 회장을 공격하기 위해 한진칼 주식을 대거 보유하던 외부세력(3자 주주연합)이 모두 빠져나갔다. 2020년 1월 결성된 3자 동맹은 조 회장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됐다.

조 전 부사장은 2020년 말 산업은행 등판으로 분쟁 동력이 사그라들자 한진칼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다. 고(故) 조양호 선대회장 상속으로 한때 6.49%까지 치솟은 지분율은 현재 1.48%로 축소됐다. KCGI는 올해 4월 호반건설에 보유주식 등 전량(16.44%)을 약 7000억원에 넘기며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반도건설은 최근에서야 지분 대부분을 털어냈다. 반도건설 3사는 지난달 26일 한진칼 주식 총 17.91%(1220만7235주) 가운데 1075만1000주를 장내매도했다. 대호개발과 반도개발은 한진칼 주식 각각 550만3594주, 20만주를 처분했다. 한영개발은 535만7406주 중 474만7406주를 매도하며 61만주(2.16%)만 남겨뒀다. 3사의 처분단가는 6만2500원으로, 총 6719억원 규모에 달한다.

반도건설 물량은 델타항공이 1.68%, LX판토스가 3.83%씩 받았다. 나머지 13.19%는 소수의 기관만 모아 장외 또는 시간외 거래로 지분을 매각하는 '클럽딜' 형태로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반도건설의 한진칼 지분율은 16,88%에서 0.90%로 축소됐다.

조 회장을 향한 경영권 공격이 본격화된 것은 2018년 11월 KCGI가 '한진칼 지분 5% 이상 보고'를 공시하면서부터다. KCGI는 주식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라고 선언했고, 이듬해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첫 표대결에 나섰다. KCGI는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변경으로 오너가를 경영 일선에서 끌어내리는 동시에 이사회에 진입하겠다는 전략을 짰지만 실패했다.

이때만 하더라도, KCGI는 조 회장 일가를 흔들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9년 4월 조 선대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부친 뒤를 이어 총수가 된 조 회장을 향해 장녀가 반기를 들면서 남매간 다툼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이다. 조 회장이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를 거절한 점도 갈등골이 깊어진 요인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결국 KCGI, 반도건설과 힘을 합쳐 한진그룹 경영권을 차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3자는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맺으며 조 회장을 압박했다. 조 회장도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로 묶인 델타항공을 백기사로 영입하며 반격에 나섰다. 그해 정기 주총에서는 반도건설 지분율이 변수로 작용했다. 경영 참여 의사가 있음에도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로 허위공시했다는 법원 판단에 따라 지분 8.2% 중 단 5%만 의결권이 인정된 것이다. 2차전에서도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3자연합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분율을 빠르게 확대했다. 특히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이용해 지분 우위를 점했다. 대한항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영환경이 악화되자, 유동성 마련을 위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모기업인 한진칼은 자금 조달용 BW를 발행했는데, 3자연합은 웃돈을 주고 전체 물량의 33%를 사들였다. 그 결과 조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5%포인트대로 늘리게 됐다.

하지만 조 회장 측 백기사로 깜짝 등장한 산업은행이 판도를 뒤집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결정했고, 산은은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식으로 인수 자금 지원에 나섰다. 산은의 한진칼 지분 10.66% 확보로 조 회장 측 지분율은 47%대로 훌쩍 늘었다. 반면 3자연합 지분율은 41%대로 축소됐고,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3자연합이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단 한 건의 주주제안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은 동력 상실 주장에 힘을 보탰다. 주총 종료 직후 3자는 한진칼 주식 공동보유계약을 해지하며 각자도생에 돌입했고, 결별 1년 6개월여 만에 지분 정리가 끝났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의 경영권 분쟁 이후 조 회장의 영향력이 강화됐다고 분석한다. 현재 한진칼 지분율을 살펴보면, 조 전 부사장을 제외한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은 18.86%다. 델타항공은 14.78%, 산은은 10.58% 등이다. 모두 더하면 35.22%다. 이번에 주식을 사들인 LX판토스는 대한항공의 오랜 고객사라는 점에서 조 회장 우호세력으로 분류된다.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하더라도 조 회장에게 협력할 것이란 주장이다. LX판토스를 포함한 조 회장 측 지분율은 39.05%가 된다.

KCGI 지분을 매입한 호반건설의 진의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 하지만 호반건설의 지분 보유 목적은 '단순 투자'다. 또 한진그룹 측에 경영 개입 의사가 없다고 전달한 만큼, 잠재적 우군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않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우호 지분율은 55%가 넘게 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이 한진칼 주식을 유지하는 동안에는 조 회장의 경영권을 공격하려는 세력이 없을 것"이라며 "실질적인 유통주식수도 많지 않은 만큼, 조 회장의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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