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쌀’ 석유화학산업···자동차·전자·건설·섬유산업 등과 연관성 높아
지난해 불어온 저유가 여파가 전세계 산업 전반을 뒤흔들었다. 이달 바닥을 찍은 원유가격이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미국 원유재고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 정책에 따라 당분간 저유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원유를 기초로 하는 산업군에 다양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사람들은 ‘원유’라는 말을 접하면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휘발유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원유는 방대한 영역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국내 정유사는 수출과 내수에 각각 60%와 40%의 비중을 둔다. 이중 내수의 절반은 주유소로 공급되며 나머지 반은 석유화학부문에 판매된다. 결국 국내 정유사가 주유소를 통해 얻는 매출 비중은 전체의 20%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원유를 정제하면 끓는점에 따라 LPG·가솔린·등유·경유·나프타·윤활유·중유 등이 추출되며 이들은 각종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특히 나프타는 각종 생활용품에서 전기전자·컴퓨터·자동차·건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석유화학산업을 ‘산업의 쌀’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석유’와 ‘원유’의 차이는?=석유(Petroleum)는 천연적으로 산출되는 불에 타기 쉬운 액체로 이를 정제해 만들어진 제품을 말한다. 화학적 구조로 보면 탄소와 수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로 조합된 화합물의 혼합체다.
원유는 석유에 포함되는 개념으로 석유를 천연적으로 산출된 것과 이를 정제한 것으로 구별할 경우 전자를 원유(Crude Oil)라 하며 후자를 석유제품(Petroleum Products)이라고 한다.
또한 석유제품은 용도에 따라 LPG(액화석유가스), 납사, 휘발유, 등유, 경유, 중유(벙커A유·벙커B유·벙커C유), 윤활유, 아스팔트 등으로 나뉜다.
◇‘산업의 쌀’ 석유화학산업=석유화학산업에 ‘산업의 쌀’이란 별명이 붙은 이유는 다른 산업과의 높은 연결성에 있다.
석유화학산업은 납사 등 석유제품이나 천연가스를 원료로 에틸렌·프로필렌·벤젠·톨루엔 등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기초유분은 플라스틱 등 합성수지와 폴리에스터·나일론 등 합성섬유, 합성고무 그리고 정밀 화학 중간재와 화성품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이렇게 제작된 석유화학제품은 자동차·전자·건설·섬유산업 등의 기초소재로 활용된다. 때문에 석유화학산업은 플라스틱 가공업이나 섬유·고무·페인트접착제·세제·화장품산업은 물론 식품과 비료농약·의약품 등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예를 들어 파이프나 브라운관, 창틀, 바닥재, 포장재 등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할 경우 활용성을 높이는 한편 천연자원도 절약할 수 있어 1석2조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소지하고 있는 의류와 안경·휴대폰·가방·신발 등 각종 물건의 약 70%는 석유화학제품이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유화학산업은 ‘납사’ 분해로부터 출발=석유화학산업은 석유제품과 천연가스를 원료로 한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주로 납사(나프타)를 분해설비(Naphtha Cracking Center, NCC)에 투입해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을 생산한다.
이때 NCC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에틸렌 31%, 프로필렌 16%, 부타디엔 원료인 C4유분 10%, RPG(벤젠·톨루엔·크실렌의 원료) 14%와 메탄·수소·LPG 등 기타제품 29%로 구성된다.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바로 유도품 생산공정으로 가며 C4유분과 RPG는 추가적인 추출·정제 공정을 거쳐 부타디엔과 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 유용한 석유화학 기초유분을 생산하게 된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후 기초유분으로 석유화학 최종제품을 만든다. 폴레에틸렌과 폴리프로필렌과 같이 기초유분 하나만을 갖고 종합반응을 일으키기도 하며 스티렌모노머와 같이 기초유분 두개(에틸렌과 벤젠)를 반응시켜 만들기도 한다. 또 AN이나 PVC 처럼 다른 화학제품과의 반응을 통해 만들기도 한다.
◇국제유가변동이 업계에 주는 영향은?=최근 이어지는 국제유가 하락세는 정유와 석유화학업계 모두에게 부정적이다.
정유업계의 경우 원유를 들여온 가격과 정제 후 출고 가격에 차이가 나면서 손실이 발생한다. 게다가 국제 시장의 변화를 반영해야하기 때문에 업체 차원에서 마진을 더 붙일 수 없는 구조다.
석유화학업계도 유가변동으로 인해 실적에 대한 부담이 크다. 생산비용은 줄어들지만 판매가격이 함께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된다. 주문 감소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달 국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수출은 크게 줄었다. 저유가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이 주된 원인이다. 석유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억달러 떨어진 29억2000만달러를, 석유화확은 8억달러 줄어든 32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가 제품을 싼 가격에 이용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업계엔 어려움이 많다”면서 “제품가격이 완만히 오르면서 높은 환율이 유지되는 게 석유화학과 같은 수출주도형 산업에서는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업계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가 열리는 올해 중순을 기다리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가 감산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해야만 원유 가격에 직접적인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차재서 기자 sia0413@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