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경영진, 전략회의 중 '선경실록' 함께 시청 故 최종현 회장 철학 아래 '경영 재정비' 다짐"'한마음 한 뜻'으로 위기 극복에 앞장 설 것"
SK그룹 경영진이 고(故) 최종현 회장의 메시지를 다시 꺼내들었다. 글로벌 불확실성 등 대내외 이슈로 흔들리는 지금 '도전'과 '사회적 책임'의 상징인 선대 회장의 철학을 조직에 재이식해 미래로 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15일 SK그룹은 지난 13~14일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멤버사 CEO 20여 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SK 경영진은 '경영의 기본기'에 집중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동시에 그룹 차원에서 심혈을 기울여온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개선도 차질 없이 이어갈 것임을 다짐했다.
이날 회의 중엔 특별한 장면도 연출됐다. 최종현 선대 회장이 영상을 통해 회의장에 깜짝 등장했다는 점이다. 최태원 회장 등 SK 경영진은 선대 회장의 육성과 어록이 담긴 이른바 '선경실록'을 함께 시청하며 초심을 되새기고 결의를 다졌다.
SK는 그룹 수장고 등에 장기간 보관해온 최종현 선대 회장의 경영활동 기록을 모아 '디지털 아카이브'로 정리한 바 있다. 그룹 고유 경영관리체계 SKMS(SK 매니지먼트 시스템)를 정립한 그의 철학을 전파함으로써 그룹 경영 기법을 고도화하고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수준을 높이겠다는 포부에서다.
최종현 회장은 ▲사업 실적·계획 보고 ▲구성원과 간담회 ▲각종 회의와 행사 등을 녹음해 남겼는데, 그 분량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원한 자료만 ▲오디오·비디오 약 5300건 ▲문서 3500여 건 ▲사진 4800여 건 등 총 1만7620건, 13만1647점에 이른다는 전언이다. 무엇보다 최종현 회장은 명실상부 한국 경제 성장기를 이끈 주역이어서 방대한 사실의 기록이 우리 근현대 경제사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SK가 의미 있는 기록을 이 시기에 경영진과 공유한 것은 최종현 회장이 왕성하게 활동하던 1970~1990년과 현재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유사성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미·소 냉전체제, 중동전쟁으로 긴박하게 돌아가던 그 때의 환경이 미국 보호무역 기조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위축된 지금과 무척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시기 최종현 회장은 과감한 행보로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1970년대 1·2차 석유파동 당시 정부 요청에 따라 중동 고위 관계자를 만나 석유 공급을 담판 지은 것은 아직까지도 재계에 회자되는 일화다.
특히 최종현 회장은 기업이 외부 요인에 일희일비해선 안 된다며 조직원에게 평상심을 유지하도록 독려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례로 최종현 회장은 1980년대 중반 선경 임원·부장 신년간담회 중 "상당수가 '최근 정치 불안이 커서 경제 큰일 나는 것 아니냐'고 한다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별안간 예측도 못했던 중대한 정치 사안이 생겨도 우리나라는 수습이 빠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가장 리얼리티를 걷는 기업가이기 때문에 불안 요소에 괜히 들뜰 필요는 없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SK가 적절한 시점에 '사업보국' 의지로 크고 작은 위기를 돌파한 선대 경영인의 혜안을 돌아보며 재도약의 계기를 만들지 주목하고 있다.
SK 경영진은 회의 중 리더들이 먼저 나서서 구성원들이 패기를 발휘할 수 있는 '수펙스 추구 환경'을 조성해 '한마음 한 뜻'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수펙스(SUPEX)는 지속적인 노력·혁신을 통해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려는 자세를 뜻하는 SK의 경영철학이다.
SK 관계자는 "경영진이 그룹의 실질적인 변화를 시장과 이해관계자가 체감하도록 실행력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SK가 신뢰를 회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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