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3일부터 이틀간 이천서 경영전략회의"기본으로 돌아가 신뢰 회복하자" 한목소리 AI 등 신사업 집중 투자···사업 리밸런싱 지속
15일 SK그룹은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이천 SKMS 연구소에 최태원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요 멤버사 CEO 20여 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경영전략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회의 중 SK 경영진은 '경영의 기본기'에 집중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자며 한목소리를 냈다. 또 이해관계자의 질문·우려에 대한 해법을 찾아 답하고 책임 있는 실행을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과 운영개선의 성과·한계를 점검했다.
차분함 속 '경영의 본질' 되새긴 SK 경영진
눈여겨 볼 대목은 SK 경영전략회의가 '차분함' 속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의 경우 2026년 40조원 세전이익 달성과 'AI(인공지능) 트렌드'에 발맞춘 투자 목표를 공유하면서도 한편으로 그간의 성과를 자축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올해는 '경영의 본질' 그리고 '본원 경쟁력'이란 키워드가 회의장을 가득 채웠다.
재계 일각에선 그룹 안팎의 뒤숭숭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경기 불황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리스크, 이스라엘·이란 무력 충돌 등 악재가 겹쳐 올해도 낙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고개를 든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경제계 인사 대면식 당시 최태원 회장의 발언에서도 이러한 위기의식을 확인할 수 있다.
최 회장은 그룹 경영전략회의 직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간담회 중 "내수 부진과 투자심리 위축, 저출생·고령화의 구조적 문제로 국내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면서 "밖으로는 미국 패권전쟁과 지정학적 갈등이 부담을 키워 기업이 사업을 결정하거나 투자를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SK도 전례 없는 사건으로 어려운 상반기를 보냈다. 핵심 계열사 SK텔레콤에서 지난 4월 확인된 해킹 사고다. 민관합동조사단은 지금까지 약 2700만건의 IMSI(가입자 국제식별번호), 9.83GB 규모 유심 인증 키 등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최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그룹 내 정보보호 혁신위원회를 꾸려 보안 체계 점검에 착수했다. 다만 통신 1위, AI 선도 기업으로서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는 데 그룹 내에선 아쉬움이 감지된다.
따라서 최 회장과 SK도 구성원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경영 태세를 재정립하고자 회의 중 이 같은 화제를 공유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신년사에서 '본원적 경쟁력'을 외부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근본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영의 모든 영역에 운영개선을 접목해 경영 내실을 빠르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SK 측은 "신뢰받는 SK를 위한 재도약의 출발점은 철저한 반성을 통해 '경영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의 신뢰를 얻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1년 새 순차입금 8조↓"···리밸런싱·사업투자 이상無
이와 함께 SK는 앞서 설정한 계획대로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과 운영개선 등을 차질없이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SK는 경영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자 작년부터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진행해왔다. 단기 이익보다 중장기적 관점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중복사업 재편, 우량자산 내재화, 미래성장사업 간 시너지 극대화를 추진해 재무 안정성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실제 SK는 이를 바탕으로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프로세스를 효율화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실제 이들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작년말 그룹 순차입금은 75조원으로 전년 대비 8조원가량 떨어졌고, 계열사도 198개로 21개 줄었다. SK스페셜티와 렌터카 등 알짜 계열사를 넘겨 4조원을 챙긴 결과다. 다른 계열사의 매각도 추진 중인데, 모든 작업이 끝나면 SK는 5조원 이상의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SK는 이 같은 자구책으로 반도체 밸류체인과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 에너지 솔루션 등 성장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이다. AI·첨단 반도체 등 국가 핵심산업 육성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다.
SK 경영진은 AI를 중심으로 한 성장전략과 그룹 차원의 시너지 방안도 함께 모색했다.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AI를 그룹 미래 성장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고 사업 포트폴리오와 경영 방식을 변화시키겠다고 다짐했다.
이밖에 SK 경영진은 "리더들이 먼저 나서서 구성원들이 패기를 발휘할 수 있는 '수펙스 추구 환경'을 조성해 '한마음 한 뜻'으로 위기 극복에 나서겠다"고 결의했다. 수펙스(SUPEX)는 지속적인 노력과 혁신을 통해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하려는 자세를 뜻하는 SK의 경영철학이다.
SK 측은 "경영진은 그룹의 실질적인 변화를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전사적 실행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통해 SK가 신뢰를 회복하고 이해관계자들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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