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대기업 총수와 곧 회동 상법·노란봉투법 이슈에 뒤숭숭한 재계불확실성에 대규모 투자·고용 약속 실종?
다만 각 기업이 새 정부 앞에선 늘 투자 보따리를 풀어 '정책 파트너'를 자처하던 과거의 모습과 대조적이라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음을 체감하겠다는 등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재계 첫 회동···핵심 안건은 '상법 개정안'?
12일 정치권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조만간 주요 그룹 총수와 경제단체장을 만나 경영 현안을 논의한다. 이 대통령이 15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할 예정이라 늦어도 13일엔 자리가 마련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행사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경제계 주요 인사가 참석할 전망이다.
취임 일주일여 만에 이뤄지는 이 대통령의 기업인 회동은 역대 민주당계 대통령과 비교해 빠르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민생 경제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을 당부하는 메시지도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회동을 앞둔 재계의 분위기는 어수선하다.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국회가 다시 꺼내든 상법 개정안과 노조법 개정안에 우려가 앞선 탓이다.
먼저 상법 개정안은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 일정 비율 이상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집중투표제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려면 반드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또 노란봉투법엔 합법적 쟁의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기업이 노조에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그간 재계는 이들 법안 처리에 반발해왔다. 장기적 투자가 어려워지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에 취약해지는 등 경영활동이 위축될 것이란 논리였다. 따라서 그에 대한 기업의 '걱정'이 이번 회동의 핵심 안건이 되지 않겠냐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前정부엔 1000조 약속한 재계···경영환경 악화에 전전긍긍
일각에선 아쉽다는 반응도 감지된다. 이들 법안과 관련한 사안이 다른 이슈를 뒤덮으면서 기업의 투자 얘기는 쏙 들어갔기 때문이다. 재계가 제시할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과거 대기업은 정부가 새롭게 꾸려질 때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으며 힘을 실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만 해도 삼성과 SK를 비롯한 주요 그룹은 약 100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번엔 전향적 제안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현장에선 입을 모은다.
물론 재계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경기 불황과 미국 트럼프 행정부발(發) '관세 전쟁'으로 글로벌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탓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뤄진 공격적인 투자로 체력이 고갈된 영향이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엔 형식적인 투자 약속이라도 하는 게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무리한 약속을 했다가 지키지 못하면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까 우려스럽다"고 귀띔했다.
그럼에도 한편에서는 기업 역시 건설적 협상의 틀을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이 대통령이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표방하며 손을 내민 만큼 반대급부로 제시할 청사진을 꺼내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다.
지역 균형 발전 투자, 청년 일자리 창출 방안, 탄소중립 전환 관련 협력 등이 대표적이다. 이 정부의 국정과제와 연결되는 지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기업도 앞으로 원하는 바를 건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회동은 이재명 정부와 기업 간 첫 공식 소통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면서 "불확실성 속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되는 가운데 건설적인 제안으로 접점을 찾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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