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9일 금요일

  • 서울 6℃

  • 인천 8℃

  • 백령 5℃

  • 춘천 8℃

  • 강릉 10℃

  • 청주 8℃

  • 수원 6℃

  • 안동 9℃

  • 울릉도 13℃

  • 독도 13℃

  • 대전 8℃

  • 전주 8℃

  • 광주 8℃

  • 목포 9℃

  • 여수 13℃

  • 대구 14℃

  • 울산 14℃

  • 창원 14℃

  • 부산 14℃

  • 제주 13℃

88만원세대 VS 88억원세대

[기자수첩]88만원세대 VS 88억원세대

등록 2013.08.20 16:38

수정 2013.09.08 19:29

강길홍

  기자

88만원세대 VS 88억원세대 기사의 사진

‘88만원 세대’는 우석훈·박권일이 2007년 출간한 책 제목이다. 저자들은 20대의 대부분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당시 비정규직 평균임금인 119만원에서 20대 급여의 평균비율 74%를 곱해 ‘88만원 세대’라는 말을 만들었다.

또한 저자들은 88만원 세대의 특성으로 ‘승자독식’ ‘무한경쟁’ ‘세대 간 경쟁과 세대 내 경쟁’을 꼽았다. 이 같은 상황이 바뀌지 않으면 20대 대부분이 88만원의 월급을 받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경고다.

책이 출간된 지 5년이 넘었지만 상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88만원 세대는 여전히 한국 사회를 관통하고 있다. 이달 초 결정·고시된 내년 초 최저임금은 시간당 5210원이다. 주 40시간제의 경우(유급 주휴 포함 월 209시간) 한달에 108만8890원을 받는다.

결국 88만원 세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경쟁을 뚫고 높은 연봉을 주는 직장 취업에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대기업 취업을 위해 ‘스펙쌓기’에 몰두하고 공무원 시험에 수년간 매달려도 원하는 결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희망고문에 더 괴로울 뿐이다. 현재의 20대뿐만 아니다. 청소년들도 20대가 되면서 88만원 세대의 길로 진입한다.

그런데 태어나면서부터 88만원 세대와는 거리가 먼 이들도 있다. ‘88억원 세대’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한달에 88만원을 벌기 위해 내몰린 다른 20대들과 달리 이들은 20대가 되기도 전에 손에 수십억원의 돈이 쥐어져 있다.

최근 재벌닷컴 조사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가 268명으로 나타났다.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미성년 주식부자는 105명이다. 특히 이 중 7명은 주식가치가 100억원이 넘었다. GS·KCC그룹 등 대기업 자녀들로 당연히 상속·증여 받은 주식들이다.

1년 전과 비교해 코스피 지수는 하락했음에도 미성년 주식부자는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 관심을 끈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주가가 낮을 때 증여가 이뤄진 탓이다.

미성년 주식부자들은 성년이 되면서 더욱 많은 부를 물려받으면 88만원 세대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국내 30대그룹 가운데 1세대 창업기업은 동부그룹이 유일하다. 나머지 29개 기업은 모두 상속을 통해 물려받은 경우다.

또한 국내 50대 부자 가운데 창업자는 11명에 불과하다. 78%인 39명은 재벌 2·3세로 상속을 통해 부자가 된 경우다. 일본 50대 부자 가운데 재벌가 출신이 14명에 그쳤다는 사실과 비교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재계 단체 등은 매년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부의 대물림’ 방지를 위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순환출지 금지’ 등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에 앓는 소리를 한다. 공허하다. 경제민주화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