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용 자동차는 겉모습은 물론 속의 모습도 다른 일반 자동차와는 급이 다르다. 그야말로 ‘품격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무거운 철갑옷 입은 세단, 총알도 막아 = 의전용 자동차는 용도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통령의 자동차다. 대통령 의전차에는 소총이나 폭탄 공격 속에도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방탄차가 주로 활용된다.
VIP가 타는 방탄차라고 해서 더 빨리 가지는 않는다. 다만 튼튼할 뿐이다. 다른 일반 세단과 같은 수준의 심장(엔진)을 지녔지만 철갑옷을 덧입은 셈이다.
대통령 의전차의 외부 강판은 일반 강판이 아닌 특수 합금 강판이 사용된다. 보통 강판에 비해 무거운 대신 강성이 뛰어나다. 차의 유리도 다른 차보다 훨씬 두껍고 무겁다. 최대 75㎜에 달하는 방탄차의 강화유리는 웬만한 소총의 공격에도 뚫리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다. 바로 옆에서 TNT 폭탄이 터져도 깨지는 일이 없다.
타이어는 ‘런플랫’이라고 불리는 특수 제작 타이어가 장착된다. 군용 자동차에 주로 장착되는 이 타이어는 소총 공격으로 펑크가 나도 시속 60~80㎞의 속도로 주행을 계속 할 수 있다. 타이어가 완전히 파손된 뒤에도 휠만으로 주행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여기에 차의 앞과 뒤에는 주변을 감시할 수 있는 특수 카메라가 달려 있고, VIP가 탑승하는 차의 뒷좌석에는 소형 컴퓨터와 위성 전화, 소형 TV 등이 설치돼 있다. 또한 VIP가 앉는 시트는 최고급 가죽 소재로 만들어져 있다.
그렇다면 의전용 방탄차는 어디서 만드는 것일까. 의전용 자동차의 생산 시설 위치는 극비에 부쳐진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테러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함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는 독일 내 방탄차 기술 전담 공장에서 만들고, 현대자동차는 국내 방산업체에 방탄차 개조를 맡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회사의 이름과 위치는 어느 곳에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세계의 VIP, 어떤 車 탔나 = 대부분의 대통령과 왕실의 의전차는 해당 국가의 회사 제품을 사용한다. 자국의 차를 사용해 국가의 중추 산업인 자동차 산업에 힘을 불어 넣어 주겠다는 국가 원수의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미국은 제너럴 모터스(GM) 캐딜락 브랜드의 방탄차를 대통령 의전차로 활용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타는 DTS 기반의 ‘캐딜락 원(One)’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렸던 핵안보 정상회의 때 한국으로 공수되기도 했다.
프랑스도 푸조 607을 예전부터 의전용으로 활용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현 대통령은 시트로엥 DS5를 의전용 자동차로 쓰고 있다.
영국 왕실과 내각도 재규어 브랜드의 XJ를 비롯해 롤스로이스, 벤틀리 등 영국 브랜드의 차를 의전용으로 쓰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왕실과 내각도 ‘일본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도요타 브랜드의 차를 의전용 자동차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캐딜락 플리트우드(이승만·박정희)와 링컨 컨티넨탈 리무진(전두환·노태우), 메르세데스-벤츠 S600(김대중), BMW 시큐리티 760Li(노무현) 등 오랜 기간 동안 수입 브랜드의 차를 대통령 의전차로 활용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이 수입차를 의전용으로 타야 했던 것은 이유가 있다. 당시만 해도 의전용 차의 핵심인 방탄차 개조 기술이 국내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산 브랜드의 방탄 의전차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09년이었다. 현대자동차가 에쿠스 리무진 3대를 방탄차로 개조해 청와대에 전달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 차를 의전용으로 활용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대차가 다시 개조한 새 에쿠스 리무진 방탄차를 지난 2월 취임식부터 현재까지 타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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