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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연초부터 한진칼 펀드 만기 ‘폭탄’···엑시트 시점 왔다

KCGI, 연초부터 한진칼 펀드 만기 ‘폭탄’···엑시트 시점 왔다

등록 2021.12.23 14:50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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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하 펀드 대부분 3년 만기, 1월부터 도래사원 전원 동의땐 연장 가능, 가능성 희박짧은 존속기간, 단기수익 개인 투자자 추정 경영권 분쟁 종식에 추가 시세차익 어려워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한진칼 경영권 분쟁을 촉발한 행동주의 사모펀드(PEF) ‘KCGI’가 지분 정리를 준비한다. 한진칼 주식 매입을 위해 설립한 펀드들의 운용 기간이 당장 내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만료되는 만큼, 불가피한 수순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23일 KCGI는 공식 입장을 통해 “한진칼 지분을 특별히 시장가격에 영향을 주는 방향으로는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진그룹 지배구조와 경영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으로의 매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KCGI가 공식적으로 주식 처분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분 매각 이유로는 재무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선, 신성장 동력 발굴 등 한진그룹에 요구한 사항들이 반영,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입장 변화가 KCGI 산하 투자목적회사(SPC)들의 존속기간과 연관이 깊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대법원 인터넷등기소 등에 따르면 한진칼 지분을 보유한 KCGI 산하 SPC들의 만기가 다음달부터 도래한다. 현재 그레이스홀딩스를 포함해 타코마앤코홀딩스, 엠마홀딩스, 디니즈홀딩스, 캐롤라인홀딩스, 캐트홀딩스, 베티홀딩스, 헬레나홀딩스 총 8곳의 SPC가 한진칼 주식을 나눠들고 있다.

KCGI는 지난 2018년 11월 그레이스홀딩스로 한진칼 지분 9% 취득 공시를 내며 수면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취득 목적은 주주행동을 위한 ‘일반 투자’로 보고했다.

경영권 분쟁 의지를 드러낸 KCGI는 빠르게 지분율을 늘려갔다. 같은해 말 지분율은 10.71%가 됐고, 2019년 말에는 17.14%로 증가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과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하며 19.54%까지 세력을 확대했다. 한진칼 유상증자 이후 현 지분율은 17.41%(워런트 제외)이고, 주식담보대출 비율은 10.22%다.

문제는 SPC 최대주주인 PEF들의 존속기간이다. 그레이스홀딩스 최대주주(100%)인 KCGI제1호 펀드와 베티홀딩스 최대주주인 제1호의5 펀드는 10년간 운용 가능하다. 두 펀드의 만기일은 각각 오는 2028년 8월22일, 8월21일까지다. 연장할 경우 최장 14년까지 운용할 수 있다.

반면 제1호의2(엠마홀딩스)와 제1호의3(디니즈홀딩스), 제1호의4(캐롤라인, 캐트홀딩스), 제1호의6(헬레나홀딩스) 총 5개 SPC의 존립기간은 회사 설립일로부터 3년이 되는 날까지다.

각각 설립일을 살펴보면 ▲1호의2 펀드는 2019년 1월30일 ▲1호의3 펀드는 2019년 3월13일 ▲1호의4 펀드는 2019년 3월26일 ▲1호의6 펀드는 2020년 1월10일이다. 한달 뒤부터 펀드 만기일이 시작되는 것이다.

KCGI는 3년 만기 펀드에 한해 ‘존속기간이 만료되는 경우 사원 ‘전원’의 동의를 얻어 1년씩 총 2회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달았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펀드 청산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산업은행 등판과 3자연합 동맹 종료 등 경영권 분쟁이 종식됐고 코로나19 장기화가 이어지는 만큼, 추가 시세차익이 힘들다는 이유다. KCGI가 한진칼 주식 일부를 매각하기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는 이야기가 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KCGI가 3년간 사들인 한진칼 주식의 평균 단가는 4만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날 한진칼 종가는 6만2700원으로, 56%가 넘는 평가차익을 거둔 셈이다. 하지만 주식담보대출 이자 지출이 지속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만족할 만큼의 수익을 주기 위해서는 되도록 빠른 엑시트(회수)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부가적인 수익으로 한진칼 배당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발한 지난해 무배당을 결정했고, 올해 역시 결산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분기 별도기준 한진칼의 이익잉여금은 647억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투자자 실체를 놓고 대형 PB센터를 거쳐 모집한 개인 투자자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만기 기간이 짧게 설정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만기를 연장하려면 투자자 전원이 동의하거나, 자금을 댈 새로운 투자자를 끌어와야 한다. 분쟁 동력을 상실한 만큼, 새 ‘물주’의 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분 정리 과정이 길어질 경우 투자자 합의 아래 만기 직전의 SPC 존속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2018년 12월18일 설립된 1호의1 펀드(타코마앤코홀딩스)의 경우 존속기간 3년을 채워 이달 18일 만기가 도래했다. 하지만 KCGI는 하루 전날인 17일 만기일을 1년 연장했다.

이는 타코마앤코홀딩스의 결이 다른 펀드와는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초 타코마앤코홀딩스는 한진칼이 아닌 ㈜한진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세워졌다. 자금 출자는 조선내화가 맡았다. 조선내화는 강성부 KCGI 대표의 우호세력으로 분류되는 만큼, 투자금 회수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KCGI의 한진칼 경영권 분쟁 명분은 후진적인 지배구조 탈피와 재무구조 개선”이라며 “지난 3년간 한진칼의 지배구조 등급은 A로 상향됐고, 부채비율도 대폭 낮아졌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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