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수주 가능성 중심 건설사 전략 전환경쟁 감소·사업장 매력 양극화보증금 인상, 조합원 추가 비용 부메랑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주요 재건축·재개발 사업지에서 입찰보증금 규모가 1000억원 안팎으로 책정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압구정과 성수동 일대 한강변 핵심지에서 대형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보증금 규모도 동반 상승하는 분위기다.
실제 압구정4구역 조합은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통해 1000억원 납부를 조건으로 내걸었고 성수1지구 역시 같은 기준을 적용했다. 압구정3구역은 현금 1000억원에 더해 입찰이행보증보험증권 1000억원 등 총 2000억원을 요구했다. 업계에서는 강남권·한강변 상징성이 큰 사업지가 줄줄이 대기 중인 만큼 고액 입찰보증금이 사실상 '새로운 기준선'으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입찰보증금은 조합 입장에서 시공사의 책임성과 사업 이행 의지를 가늠하는 안전장치 성격이 강하다. 현행 제도상 정비사업 시행자는 시공사에 입찰보증금을 요구할 수 있고 보증금 상한을 직접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조합이 높은 수준을 책정하더라도 법령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사업장마다 1000억원 안팎의 현금을 예치해야 하는 구조는 건설사 입장에서 결코 가볍지 않다. 복수의 대형 사업지에 동시 참여할 경우 수천억원이 한꺼번에 묶이면서 유동성 관리가 핵심 과제로 부상한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수익성과 수주 가능성이 높은 사업지를 선별해 참여하는 '총알 관리' 전략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쟁 구도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대형사들이 전략적 선별 수주에 나설 경우 일부 사업지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반면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곳은 단독 응찰이나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특히 중견 건설사로서는 1000억원대 보증금이 사실상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어 소수 대형사 중심의 독식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조합원 부담도 변수다. 통상 입찰보증금은 시공사 선정 이후 사업비 대여금으로 전환되며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은 전체 사업비에 반영된다. 결과적으로 조합원 분담금 증가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 셈이다. 보증금 상향이 단기적으로는 조합의 협상력을 높이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서울·수도권 도시정비 물량이 80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형 사업지에서 형성된 고액 보증금 수준이 후속 사업지로 확산될 경우 시장 전반에 인상 압력이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일정 수준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보증금이 과도하게 높아질 경우 시장 참여자가 제한되고 경쟁 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며 "적정 수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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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jhchul3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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