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위기에도 바이오 시장 개척렉라자로 한국형 오픈 이노베이션 모델 제시글로벌 기술수출과 국내 산업 위상 제고
오스코텍은 지난 5일 김정근 고문의 사망 소식을 알리며 "현 경영진 및 이사회 체제 하에서 사업 운영과 연구개발 등 주요 업무를 계획대로 안정적으로 수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안정된 치대 교수직을 뒤로하고 IMF 외환위기 한복판에서 벤처 창업을 택했던 김 고문의 삶은 국내 1세대 바이오텍 개척사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평을 받는다.
1960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연구·교환교수 경력을 쌓고, 단국대 치과대학 생화학교실 주임교수로 재직하는 등 생체재료·생명과학 분야에서 연구자 커리어를 이어왔다.
고인은 1998년 단국대 교내 벤처로 동료 교수 8명과 5000만원씩 모아 회사를 세웠다. 초기에는 뼈 이식재와 기능성 식품 소재를 팔아 연구비를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한 뼈 연구용 진단 키트는 화이자, 암젠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와 하버드 대학 등에 공급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고, 2007년 코스닥 상장이라는 첫 번째 결실을 맺었다. 회사가 궤도에 오르자 그는 단순한 소재 기업을 넘어 신약 개발 기업을 향한 도약을 선언했다. 특히 지난 2008년 신약 개발의 본고장인 미국 보스턴에 자회사 '제노스코'를 설립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은 결정적 순간으로 꼽힌다.
이후 보스턴 연구소는 후보물질 발굴과 개발을 병행하는 체계를 갖춰 혁신적인 후보물질 발굴에 나섰다. 그중 하나가 바로 '레이저티닙'이었다.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이전한 이 물질은 지난 2018년 글로벌 빅파마 얀센에 1조4000억 원 규모로 다시 기술수출됐고, 마침내 2024년 라즈클루즈라는 이름으로 국산 항암제 최초 미국 FDA 승인을 획득했다. 이는 연구 중심의 바이오 벤처가 원천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국내 제약사가 받아 가치를 키운 뒤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 '한국형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로 기록됐다.
다만 성장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자회사 제노스코의 별도 상장 추진 문제를 두고 소액주주와 갈등이 불거졌다. 주주들은 모회사 가치 희석을 우려하며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김 고문은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 재선임에 실패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고문직을 맡았다. 퇴진 이후에도 지분 12.45%를 보유한 최대주주로서 회사와 연결고리를 유지했다. 최근 알츠하이머 신약 후보물질 'ADEL-Y01'이 사노피에 기술이전 되자 윤태영 대표는 설명회 자리에서 "김정근 전 대표의 과감한 결단" 덕분에 해당 물질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며 공을 돌리기도 했다.
오스코텍 관계자는 "고인은 한국 바이오텍 1세대 기업가이자 끊임없는 열정을 가진 연구자로서 30여년간 연구개발을 주도했다"면서 "국내 최초 미국 FDA 승인을 받은 항암제 개발과 글로벌 제약사와 맺은 기술이전 성과 등 한국 바이오 산업의 이정표를 세우고 국내 바이오 기업의 위상을 높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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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bottle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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