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한 발 물러선 KT 이사회와 '좌불안석' 박윤영

ICT·바이오 통신 NW리포트

한 발 물러선 KT 이사회와 '좌불안석' 박윤영

등록 2026.02.12 07:23

강준혁

  기자

KT 사외이사 후보에 '김영한·권명숙·윤종수' 윤종수 연임 시 다섯 번째 기존 이사진 연임국민연금 행보 이목···'내부 출신' 잔혹사 조명

KT 이사회가 사외이사 '일부 교체'를 택하면서 한 걸음 물러섰다. 업계에서는 2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최근 동향을 의식한 행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이 투자목적을 변경하며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내겠다고 시사한 것이 최근 사외이사를 둘러싼 잡음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KT 이사회가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면서, 국민연금의 칼끝 향방에 이목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박윤영 대표이사 최종 후보에 대한 '현미경 검증'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과거 조직 내부에 정통한 대표이사 후보들에게 거부권을 행사해 내쳤던 이력이 있는 터, 박 후보에 대해서도 정밀한 검증을 이어갈 것으로 점쳐진다.

'셀프연임' 포기···국민연금 의식한 '형식적 수습'?


한 발 물러선 KT 이사회와 '좌불안석' 박윤영 기사의 사진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9일 4개 분야 사외이사 후보자를 심의해 정기주주총회에 추천할 사외이사 후보 3명을 확정했다. 김영한 숭실대학교 전자정보공학부 교수, 권명숙 전 인텔코리아 대표이사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으며, 윤종수 기존 사외이사(전 환경부 차관)는 연임에 도전하게 됐다.

미래기술 분야를 맡게 될 김 후보는 서울대학교를 거쳐 카이스트에서 박사를 취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30년간 몸담은 인물이다. 김 후보를 들여 인공지능(AI) 등 미래 사업과 관련해 외부 의견에 귀 기울이겠다는 뜻으로 비친다.

경영 분야의 권 후보 또한 1988년 인텔코리아에 입사해 24년간 영업 및 마케팅 분야 주요 직무를 수행한 ICT 업계 전문가다. 이후 삼성SDI에서 소형전지마케팅 상무로 일하다가 2015년 인텔코리아로 복귀, 대표 자리에 올랐다. 권 후보 또한 회사 비전에 힘을 불어넣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은 '전문성 확보' 차원의 선정이다. 두 인물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KT 미래 전략 구상과 맞닿아 있다. 현재 KT는 기존 유·무선 통신 사업에서 나아가 AI 시대 AICT(AI+ICT)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경쟁사들과 목표와 비전이 유사한 만큼, 차별화된 전략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이사회를 둘러싼 갖은 논란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두 후보의 과거 행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이점은 발견된 바 없다.

다만, 이사회가 한 발 양보해 '셀프 연임'에는 제동을 걸었지만, 실질적 영향력은 여전히 유지하는 모양새다. 윤종수 사외이사가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임기를 연장할 경우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김용헌(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김성철(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곽우영(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 부사장)·이승훈(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 등 네 명 이사를 포함해 기존 이사진 중 다섯 번째로 연임에 성공한 인물이 된다.

KT 이사회 의결은 예외적인 경우(대표이사 해임안 등)를 제외하고 재적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 과반수 찬성 이상 찬성으로 이뤄진다.

사내이사(김영섭 대표, 서착석 부사장) 2인을 제외한 사외이사 8명(한자리 공석) 중 5명이 기존 멤버라는 점에서 이사진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영권 개입 등 앞선 논란을 반복할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KT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바꾼 규정에 논란이 빚어지고 있음에도 좀처럼 이권을 포기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사회는 당월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인사를 단행하거나 조직을 개편할 경우 이사회 의결을 받도록 규정을 바꾼 바 있다. 갑작스러운 규정 개정에 업계에서는 '월권'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국민연금 역시 이와 관련해 반대 의사를 표했다고 알려졌다.

이를 의식한 이사회 내부에서는 '의결'을 '협의'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문구를 유지하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이사 교체 시기라는 단서를 달아 기간을 한정하는 방식으로 선회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박윤영, 구현모·윤경림 전철 밟을 가능성은?


박윤영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대한 국민연금 검증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래픽=뉴스웨이DB박윤영 차기 대표이사 후보에 대한 국민연금 검증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래픽=뉴스웨이DB

그럼에도 이사회가 한 걸음 물러나면서, 시선은 박윤영 차기 대표 후보로 옮겨가는 추세다. KT는 오는 3월 말 정기주주총회를 열어 박윤영 대표 선임 안건과 함께 사외이사 선임을 처리할 예정이다.

아직 한달여 시간이 남은 상황, 업계 안팎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이 지속적인 회사 거버넌스 이슈에 태도를 달리하면서 과거 국민연금의 이력도 조명받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대차그룹(8.07%)에 이은 KT 2대주주(7.05%)지만, 사실상 KT 최대주주로 군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공공성 훼손 등 이유로 경영권 개입에 일체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분을 줄여 최대주주 지위를 포기하기 전 국민연금은 KT의 캐스팅보트를 넘어 '비토권(거부)'을 행사해 온 터다. 대표이사 교체기마다 거부권을 내세워 수장 인사에 손을 뻗기도 했다. 이 때문에 주총을 앞두고 후보 자리에서 물러난 이들도 여럿이다.

예컨대, 국민연금은 2022년 12월 연임에 도전한 구현모 전 대표에 대해 "경선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해 사퇴를 이끌어 낸 바 있다. 이어서 2023년 후보로 떠오른 윤경림 전 사장도 같은 이유로 압박해 낙마시켰다. 당시 윤 전 사장은 통신, 미디어, 모빌리티 등 분야 다양한 경력을 갖춰, 적합한 인물로 평가받았음에도 국민연금 입김에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두 인물과 박윤영 후보는 조직 내부에 정통한 인사라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많다.

구 전 대표는 KT 경제경영연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해 KT에서만 34년가량 근무한 'KT맨'이다. KT 출범 이후 최초의 내부 공채 출신 대표이사다.

윤 전 사장의 경우 1986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나로통신(현 SK브로드밴드) 등을 거쳐 2006년 KT에 처음 합류했다. KT에서 신사업추진본부장, 미래융합전략실장,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등을 역임하는 등 대부분의 경력을 회사에서 보냈다.

박윤영 후보 역시 30년 넘게 KT에 몸담은 정통파다.

이런 이유에서 박윤영 후보가 또 다시 고배를 마실 것이란 주장도 심심찮게 들린다. 비단 KT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은 대주주로 머물고 있는 기업에서 유독 '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져왔다. 특히 내부 출신 인물에 박한 태도를 보여왔다. 내부 출신을 넘어 기업 총수도 여러 가지 이유에서 국민연금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이사회와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당분간 중점 사안은 여전히 '이사회 쇄신'일 것"이라며 "다만, 그간 국민연금의 행보를 보았을 때, 이사회와 대표이사 후보 물갈이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