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미사일이 없다"는 美···한국 방산, '부품'으로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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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이 없다"는 美···한국 방산, '부품'으로 뚫는다

등록 2026.08.14 14:16

수정 2026.08.14 14:29

이건우

  기자

PAC-3 MSE 획득 목표 4배 확대···사드까지 증산완제품보다 추진체·핵심 부품 공급망 진입 노려중동 다층방공망 확산···천궁-Ⅱ 수출 확대 기대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 천궁-II 시스템 실사격 모습. 사진=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 천궁-II 시스템 실사격 모습. 사진=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

우크라이나와 중동 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요격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미국은 패트리어트와 사드(THAAD) 생산 확대에 나섰다. 하지만 완성탄만 늘려서는 부족하다. 고체로켓모터 등 핵심 부품까지 생산능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미국의 '미사일 공급망 재편'이 본격화하면서 한국 방산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한국산 요격미사일이 미국산을 대체하는 방식이 아니다. 미국 방산업체와 손잡고 핵심 부품을 공급하거나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14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미 육군은 패트리어트(PAC-3 MSE)의 누적 획득 목표를 기존 3376발에서 1만3773발로 4배 이상 늘렸다. 소모된 전력을 보충하는 동시에 비축 물량까지 확보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생산라인 증설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 국방부는 최근 록히드마틴에 최대 538억6000만달러 규모의 PAC-3 MSE 계약 변경분을 추가 발주했다. 지난 4월 체결한 47억달러 규모의 1차 계약까지 합치면 7년간 계약 규모는 최대 586억2000만달러에 달한다.

록히드마틴은 PAC-3 MSE 생산량을 2025년 연간 620발에서 2030년 말까지 약 2000발로 늘릴 계획이다. 사드 역시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96발에서 400발까지 확대한다.

그러나 미사일은 생산라인만 늘린다고 곧바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유도·탐색장비와 탄체, 추진기관 등 수많은 부품이 동시에 확보돼야 한다.

미국이 핵심 부품 공급망까지 손보는 이유다. PAC-3 MSE용 고체로켓모터 제2 공급원을 확보하고 사드 구조 부품의 생산능력도 확대하고 있다. 완성탄 증산을 넘어 미사일 공급망 전체를 다시 짜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방산업체가 파고들 공간이 생긴다. 미국이 자국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동맹국의 기술과 생산능력까지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다만 한국산 요격미사일이 미국 시장에 곧바로 들어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미국은 무기체계별 시험과 인증, 복잡한 획득 절차를 거쳐야 한다. 패트리어트나 사드를 천궁-Ⅱ가 단기간에 대체할 수 있다는 식의 접근은 무리다.

현실적인 길은 '공급망 편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미국 노스롭그루먼과 장거리 타격체계(AReS)의 1단 고체연료 추진체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2027년 체계 시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AReS는 PAC-3나 사드와는 다른 장거리 타격체계다. 하지만 미국의 주요 방산업체와 미사일 추진체를 공동개발한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 향후 미국 미사일 사업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기술력과 생산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제품 수출 시장에서도 한국 방산업계에 기회가 커지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단일 방공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요격체계를 겹겹이 배치하는 '다층방공망' 구축에 나서고 있어서다.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가 주도하는 천궁-Ⅱ가 대표적이다. 천궁-Ⅱ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등에 수출됐다.

UAE에서는 천궁-Ⅱ가 패트리어트 PAC-3와 사드 등 미국산 체계와 함께 운용되고 있다. 서로 다른 고도와 위협에 대응하며 방공망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사우디도 천궁-Ⅱ와 미국산 PAC-3 MSE를 함께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산과 한국산 방공체계가 경쟁하는 동시에 한 국가의 방공망 안에서 함께 운용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방산업계가 노릴 시장은 결국 두 갈래다. 하나는 천궁-Ⅱ 등 검증된 방공체계의 추가 수출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 방산업체와의 공동개발과 핵심 부품 공급을 통한 미국 공급망 편입이다.

미국의 미사일 증산은 단순히 생산라인 몇 개를 더 만드는 문제가 아니다. 추진기관과 구조물, 유도장치 등 수많은 부품의 생산능력을 함께 키워야 한다. 미국이 동맹국의 생산기반을 활용할수록 한국 방산업체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도 넓어질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미사일 증산은 핵심 부품 공급망 전체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라며 "한국 업체들이 부품 공급과 공동개발을 통해 미국 방산업체와 레퍼런스를 쌓는다면 글로벌 미사일 공급망에서 역할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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