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포드 손절에 9조 잃은 LG엔솔···'EU 전초기지' 폴란드 공장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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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손절에 9조 잃은 LG엔솔···'EU 전초기지' 폴란드 공장 '비상'

등록 2025.12.19 14:03

고지혜

  기자

포드·LG엔솔 9.6조 75GWh 계약 해지'가동률 50%' 폴란드 공장 생산 공백 심화포드 전략 수정·EU 정책 철회에 '대위기'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의 일방적 계약 해지에 9조6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잃었다. 이로 인해 유럽 전초기지인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가동률 문제가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이미 밑도는 가동률이 고민이던 LG에너지솔루션은 ESS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폴란드 공장 살리기'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2027년부터 6년간 총 75GWh를 공급하기로 한 계약이 취소됐다고 지난 17일 공시했다. 거래 상대방의 해지 통보가 그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10월 포드와 ▲2026년부터 5년간 34GWh ▲2027년부터 6년간 75GWh 등 총 109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이 중 규모가 큰 75GWh 계약이 체결 1년만에 없던 일이 됐다. 계약 규모는 9조6030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최근 연 매출의 약 28.5%에 달한다. 이에 따라 매년 약 1조6000억원의 매출 공백이 발생할 전망이다.

계약 취소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다름 아닌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이다. 해당 공장은 유럽 내에서 가장 큰 이차전지 생산시설로, 이차전지의 가장 작은 단위인 전극부터 셀·모듈·팩 등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완결형 체제를 처음 구축한 공장이다. 회사의 유럽 매출 대부분이 이곳에서 발생하면서, 평소 현장경영을 거의 공개하지 않는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지난 2022년 직접 방문하는 등 특별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80GWh 생산능력을 갖춘 폴란드 공장은 현재 약 50%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에 주도권을 내준 탓이다. 한때 구 회장이 해당 공장에 대해 "LG 글로벌 배터리 생산의 절반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한 거점"이라고 소개했던 것과는 반대되는 현실이다. 가동률 회복을 위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부터 약 2년간 6건의 신규 계약(르노, 포드, 체리자동차, 벤츠)을 수주했으나, 가장 큰 규모인 포드 계약이 취소되면서 계획 균열이 불가피해졌다. 업계에서는 계약 파기를 계기로 큰 폭의 가동률 하락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타격은 포드가 앞서 수정한 여러 전략 가운데서도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포드는 지난해 8월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할 머스탱 마크-E 모델 일부 배터리를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으로 옮겨 생산하는 전략을 시행했다. 당시 폴란드 공장의 잔여 물량은 다른 완성차 업체 공급으로 메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입장에서는 미국 생산 시 AMPC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양측의 손익이 맞아 협상 진행이 상대적으로 원활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달 11일 포드는 SK온과도 합작사 블루오벌SK의 생산 시설을 분리해 각각 독립적으로 소유·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계약 취소는 앞선 전략 수정과는 결이 다른 상황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2035년 신차 배출 탄소량 100% 감축 방침'을 철회하면서 북미에 이어 EU 고객사들도 EV 생산 속도를 조절하는 기조로 바뀌었다. 이번 계약 해지도 포드 측에서 수익성이 낮은 순수 전기차 비중을 줄이고,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로 회귀하는 전략과 맞물려 있다. 결국 해당 생산 공백을 채울 다른 공급 계약 체결에도 진전이 더딜 전망이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지된 계약이 2027년 1월부터 시작될 예정이었음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해당 물량을 대체할 신규 수주를 즉각적으로 확보하기 쉽지 않다. 2027년 유럽 공장 가동률 개선은 예상보다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위약금 등을 포함한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며, 이번 건은 일방적·전면적·대규모 계약 취소라는 점에서 금액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일반적으로 최소 구매량(MOQ)을 설정하며 체결되는 계약 특성상 이 부분에 대한 협의도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역시나 공장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ESS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폴란드 공장 일부 라인을 ESS용 LFP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며 유럽 내 ESS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에는 폴란드 국영전력공사가 추진하는 대규모 전력망 프로젝트도 수주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고객사의 전동화 전략 변경으로 특정 차량모델의 개발이 중단됨에 따라 일부 물량의 공급 계약이 해지된 것"이라며 "고객사와 중장기적 협력 관계는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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