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스터 키'로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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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마스터 키'로 부상

등록 2026.02.03 06:20

신지훈

  기자

'아틀라스' 계기로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기업으로 진화 평가보스턴다이내믹스 잠재적 기업 가치 급상승···"100조 웃돌 것"정의선 약 20조 대 재원 마련 가능···'정공법' 따라 승계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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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주가 상승세가 가파르다. 오랜 기간 따라붙었던 '박스권 주가'라는 꼬리표를 사실상 떼어냈다. 15년 가까이 40조~60조원대에 머물렀던 시가총액은 최근 100조원을 넘어섰다. 시장이 현대차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는 '로봇'이다. 현대차그룹이 CES 2026에서 사람처럼 움직이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공개하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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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읽기

보스턴다이내믹스 통한 '피지컬 AI 기업' 이미지 강화

전기차·자율주행 넘어 로봇 사업 본격화

시장, 현대차를 단순 완성차 기업 아닌 혁신 기업으로 인식

숫자 읽기

2015년 매출 92조원→2025년 186조원

주가 한 달 새 67.6% 상승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 최소 100조~146조원 평가

주목해야 할 것

보스턴다이내믹스 IPO 기대감 급증

상장 시 정 회장, 경영권 승계 재원 확보 가능

지배구조 개편·순환출자 해소 시나리오 부상

향후 전망

현 정부 규제·지주사 전환 난관 존재

정 회장, 상장 재원으로 직접 지분 매입 가능성

시장, 무리한 구조 개편보다 점진적 변화 예상

중심에는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있다. 전기차·수소차 중심의 제조업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피지컬 인공지능(AI) 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다.

여기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공개(IPO)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그룹 전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IPO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가 구체화될 경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보다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어서다.

보스턴다이내믹스, 현대차 가치 재정의하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주가 재평가 흐름은 단기 이벤트라기보다 산업 인식 변화의 결과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기차·자율주행을 넘어 로봇이라는 새로운 축을 더하며 현대차가 더 이상 완성차 기업에 머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는 해석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선보인 아틀라스가 실제 생산 현장과 일상에 스며들 경우 현대차의 기업가치는 지금보다 높은 기준에서 다시 산정될 수 있다. 최근 15년간 이어진 박스권을 깬 주가 흐름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평가다.

(왼쪽부터)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과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사진=현대차그룹 제공(왼쪽부터)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과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실제 현대차 매출액은 2015년 92조원에서 지난해 186조원으로 10년 새 두 배로 증가했다. 반면 시가총액은 오랫동안 40조~60조원대에 머물렀다. 시장의 시선이 급변한 계기는 지난달 5일 CES 2026에서 아틀라스를 공개한 순간이었다.

1월 2일 종가 기준 29만8500원이던 주가는 30일 종가 기준 50만원으로 한 달 새 67.6% 급등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1974년 6월 상장 이후 약 51년 6개월 만에 시가총액 100조원을 돌파했다.

아틀라스 개발을 주도하는 핵심 주체는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다. 회사는 이미 4족 보행 로봇과 물류 로봇을 현장에 투입해 안전성 제고와 물류 효율 개선이라는 실질적 성과를 입증한 바 있다.

아틀라스를 계기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현대차를 '차만 만드는 완성차 기업'이 아닌, AI가 물리적 객체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피지컬 AI 기업'으로 재정의하는 촉매가 됐다는 평가다. 완성차 공정에 아틀라스가 본격 투입될 경우 인건비 절감과 품질 안정화를 통한 구조적 수익성 개선 기대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 IPO 가능성···지배구조 재편 신호탄?


재계와 증권가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상장 가능성을 그 어느 때보다 높게 보고 있다. CES 2026 이후 AI·로봇 관련 기업 가치가 급등했고, 상장에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장재훈 부회장 직속으로 사업기획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린 상태다. 그룹은 구체적 역할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향후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 시나리오를 포함한 중장기 전략을 설계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TFT에는 인수합병(M&A) 전문가들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재훈 부회장은 CES 2026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 IPO와 관련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26 전시관을 방문했다. 사진=김다정 기자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CES 2026 전시관을 방문했다. 사진=김다정 기자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상장이 성사될 경우 정의선 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안정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단기간에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주요 주주는 소프트뱅크(9.5%)를 제외하면 정 회장과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다. 정 회장이 22.6%,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가 출자한 HMG글로벌이 56.5%, 현대글로비스가 11.3%를 보유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최소 100조원 이상으로 평가한다. 한화투자증권은 146조원까지 산정했다. 기업가치 100조원을 인정받아 IPO에 성공할 경우 정 회장은 구주 매출을 통해 20조원 이상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승계 과정에서 필요한 계열사 지분 매입과 4조원 수준의 상속세를 감안해도 충분한 규모라는 분석이다.

정의선, 순환출자 해소 위해 '정공법' 택할까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시나리오는 다양하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2.3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지만,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0.33%에 그친다.

정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려면 정몽구 명예회장(7.38%)과 기아(17.9%) 등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 지분도 5.6%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정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주식을 상속받을 경우 2~3조원대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주가 상승을 반영하면 5조원 안팎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를 인적분할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현대모비스 모듈·AS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개편안을 내놨으나 주주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The Atlas prototype). 사진=김다정 기자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연구형 모델(The Atlas prototype). 사진=김다정 기자

현대차그룹이 현대모비스를 최상단에 둔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경우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남은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할 수 있다. 그룹 내 다른 계열사 주주총회 없이 현대모비스 단독 주주총회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2018년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기업의 중복·쪼개기 상장에 부정적인 만큼 현 정부 아래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주사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이 많다. 금산분리 규제로 금융 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현대차증권 등은 차량 판매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전략적 중요도가 크다. 현대차그룹은 과거에도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재계는 결국 정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상속세를 납부하고, 직접 지분을 매입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정공법'을 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를 위한 무리한 구조 개편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엄격하다"며 "정 회장은 미래 사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업가치를 높여온 만큼 논란이 될 방식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정 회장이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을 상장 직후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상장을 기점으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를 정리하기에 최적의 시점이 도래한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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