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금흐름 자산'이 필요했다···SK실트론을 선택한 두산의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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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흐름 자산'이 필요했다···SK실트론을 선택한 두산의 진짜 이유

등록 2025.12.18 16:40

김제영

  기자

두산,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자금 여력 충분···안정적 차입 구조 마련 '과제'안정적 현금 창출원, 사업 전략적 시너지 기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두산이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1조원대 자금을 조달하고, 지주회사 자격 상실까지 감내하며 얻어낸 결과다.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고 반도체 사업 내 전략적 시너지를 만들겠다는 두산의 의지가 전면에 드러난 행보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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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ick Point!

두산이 SK실트론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1조원대 자금 조달, 지주회사 자격 상실 감수

반도체 사업 강화와 안정적 현금흐름 확보가 목표

숫자 읽기

SK실트론 지분 70.6% 인수 예상

기업가치 약 5조원, 인수가는 3조원대

실질 인수 부담 1조원대 후반~2조원대 초반 추산

자세히 읽기

두산, 계열사 지분 담보로 대규모 차입

현금성 자산 1조2743억원으로 급증

지주회사 자격 상실, 재무 부담과 마진콜 리스크 존재

어떤 의미

SK실트론 인수로 반도체 사업 삼각편대 완성

반도체 소재 사업의 안정적 수익으로 그룹 리스크 분산

고객 접점 확대, R&D 효율 등 시너지 기대

향후 전망

잔여 자금 조달, 실사, 규제 승인 등 절차 남음

거래 지연 또는 무산 가능성 존재

AI·로봇·에너지 등 미래 산업 주도권 확보 전략 가속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은 SK가 보유한 SK실트론 경영권 인수와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공시했다. 두산은 해당 인수 건에 대해 검토 및 당사자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두산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보유한 지분 29.4%를 제외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인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실트론의 기업 가치는 약 5조원으로 평가되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 인수가는 3조원대, 순차입금을 고려하면 실질 인수 부담은 1조원대 후반~2조원대 초반 수준으로 추산된다.

두산은 SK실트론을 품어 반도체 사업을 중공업·건설기계와 함께 그룹의 핵심 축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두산 내 전자BG사업부, 반도체 테스트 전문 자회사 두산테스나와 함께 반도체 '삼각편대'를 완성하게 된다.

지주사 자격 내려놓고 실탄 마련···두산의 배수진


두산 IR 자료에 따르면 두산의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올해 2분기 1조2743억원으로 급증했다. 1분기 1395억원에서 단기간에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는 두산로보틱스, 두산에너빌리티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담보로 대규모 차입을 일으킨 결과로 분석된다.

이 과정에서 자산총액이 급증하며 자회사 주식가액 비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주회사 자격도 상실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감수하면서까지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신사업 투자를 준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두산의 별도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2490억원, 순차입금은 1조700억원, 순차입금비율은 32.6%다. 단기 재무 여력은 충분하지만, SK실트론 인수대금에 따라 재무 지표 변동성은 불가피하다.

특히 SK실트론을 연결 자회사로 편입할 경우 SK실트론의 기존 순차입금 약 2조원대가 두산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인수 이후 재무 부담 관리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는 이유다.

더욱이 이번에 마련한 현금 상당 부분이 계열사 지분 담보 대출인 만큼, 주가 변동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과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 가능성도 리스크로 꼽힌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주가 방어가 전제 조건이 되는 셈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잔여 자금은 재무적 투자자(FI) 유치나 추가 차입 등 대체 조달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며 "실사와 거래 조건 협의, 자금 조달, 규제 승인 등 여러 절차가 남아 있어 거래 지연이나 무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두산 반도체 전략의 마지막 퍼즐, SK실트론


그럼에도 두산이 위험을 감수하며 SK실트론 인수에 나선 배경에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다. 중공업과 건설기계 사업은 정책·경기 변동에 민감하지만, 반도체 소재 사업은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판단이다.

현재 두산의 반도체 사업은 두산테스나와 전자BG사업부가 이끌고 있다. 두산테스나는 국내 1위 반도체 테스트 기업이지만 삼성전자 매출 비중이 95% 이상으로 높아 수요 변동에 취약하다. 전자BG사업부는 엔비디아와의 공급 계약으로 성과를 내고 있으나, 동박적층판(CCL) 중심의 사업 구조상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SK실트론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 줄 핵심 자산이다. 글로벌 3대 웨이퍼 업체로 삼성전자, TSMC 등 주요 반도체 제조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웨이퍼는 반도체 전공정의 핵심 기초 소재로,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업황 변동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한다.

SK실트론이 두산에 편입되면 직접적인 사업 연계뿐 아니라 반도체 생태계 내 협상력 강화, 고객 접점 확대, R&D 효율 제고 등 간접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웨이퍼 수요라는 선행 지표를 확보함으로써 후공정 투자와 개발 전략 수립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단순 합산 기준으로 두산 반도체 사업 매출은 3조5000억원을 웃돌게 된다. 지난해 기준 SK실트론 매출 2조1268억원, 전자BG사업부 1조63억원, 두산테스나 3731억원을 더한 수치다. 그룹 내에서 반도체 비중이 단숨에 10%대 후반으로 확대된다.

장기적으로는 AI 시대를 겨냥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큰 그림이 담겼다는 평가다. 에너지 사업을 통한 전력 공급, 반도체 소재·후공정 사업, 로봇을 통한 자동화 솔루션을 하나의 축으로 엮어 미래 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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