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열심히 일하고 왔다" 이재용의 메시지는 파운드리···흑자전환 촉각

산업 전기·전자

"열심히 일하고 왔다" 이재용의 메시지는 파운드리···흑자전환 촉각

등록 2025.12.17 15:03

정단비

  기자

테슬라·AMD 등 빅테크 CEO와 협력 논의파운드리 사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시동비메모리 반도체 적자 탈출 기대감 증폭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일정을 소화하고 온 가운데 이번 출장의 핵심 키워드는 파운드리 사업부로 읽힌다. 출장 일정 중 파운드리 사업부 고객사들을 만나고 현안을 챙겼다는 점에서다. 이 회장이 직접 발벗고 나선 만큼 수년간 연간 적자를 기록해오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흑자시계를 빠르게 돌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달 8일 출장길에 오른 이 회장은 모든 미국 일정을 끝마치고 15일 오후 9시 30분께 한국으로 귀국했다.

이 회장은 당시 출장 소감 등을 묻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열심히 일하고 왔다"고 답한 후 자리를 떠났다.

이 회장은 출장 기간 동안 미국 뉴욕에서 텍사스 오스틴,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등을 방문하며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미국 동부와 중부, 서부를 가로지르며 테슬라, AMD, 메타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CEO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미국 출장의 동선으로 파악해볼 수 있는 것은 이 회장의 우선순위가 파운드리에 있음을 알 수 있다. 테슬라는 이미 지난 7월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고 테슬라의 차세대 인공지능(AI)칩인 AI6을 생산하기로 한 바 있다. 계약금액만 23조원에 달하며 테슬라의 AI칩은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삼성전자의 테일러 공장에서 2나노(㎚, 나노미터) 공정을 활용해 생산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회장이 테슬라의 CEO인 일론 머스크를 만나고 텍사스주를 방문한 것도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재차 다지고 파운드리 관련 기술, 수율 등을 직접 챙기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AMD CEO인 리사 수와의 만남에서도 파운드리 사업과 관련한 논의들이 오갔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AMD의 반도체 칩 생산과 관련해 자사의 파운드리 2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부활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는 그간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몇년간 연간 손실을 내며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을 공개할 때 파운드리 사업부만 따로 발라내서 발표하지 않는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으로만 공개한다. 증권가 추정치를 참고하면 대략적인 규모는 파악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부 및 시스템 LSI 사업부 등 비메모리 부문의 영업손실 규모가 작년 5조원대, 올해 5조~6조원대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에는 고객사 확보 등을 통해 손실 규모를 줄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래에셋증권 등 일부 증권사의 경우 내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6000억원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이라 점치는 곳도 있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은 내년 1300만~1500만개 출하 전망 및 북미 고객사들 중심 외부 수주 활성화로 고객 물량 회복 효과가 중첩되고 있다"며 "2026년에는 분기 흑자 전환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이 회장의 이번 미 출장이 테슬라, AMD 외에도 미국 빅테크사들을 두루 만난 데다 삼성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파운드리 뿐만 아니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패키징, 전장 같은 사업 분야와의 협업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삼성은 테슬라와도 차량용 반도체를 비롯해 이미지센서, AI, 로봇 분야에서 동맹 가능성이 있고, AMD와는 AI 가속기 등에서 손잡을 여지가 충분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TSMC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삼성전자가 2나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 양산성에 문제가 없으면 앞으로 협력이 지속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AI 반도체 시장이 본격화되고 있고 메모리, 비메모리 등의 사업을 다방면으로 하고 있는 삼성전자에게 내년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삼성이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파운드리 최신 공정의 수율 문제 등 양산성 같은 준비를 갖춰야할 것"이라며 "이에 삼성전자가 HBM 같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부문까지 경쟁력을 끌어올리면 TSMC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물론 크게 성장할 기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