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물러날 곳이 없다"···삼성 파운드리, 2나노로 TSMC 맹추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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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날 곳이 없다"···삼성 파운드리, 2나노로 TSMC 맹추격

등록 2025.11.24 14:20

정단비

  기자

연이어 고객사 확보하며 반전 모색양산성 및 수율 확보가 승부처될듯TSMC와 벌어진 격차 좁힐지 주목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세계 파운드리 시장 내 2㎚(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 경쟁의 막이 올랐다. 글로벌 파운드리 독보적 1위 기업인 대만 TSMC에 밀리며 더 이상 물러날 곳도 없어진 삼성전자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2나노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추격에 성공하려면 2나노 공정에서 양산성과 수율 등이 관건일 것으로 진단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2나노 공정과 관련해 미국의 테슬라, 삼성전자의 시스템 LSI 사업부,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 마이크로BT와 카난 등 국내외 고객사들을 확보했다.

나노미터는 반도체 안에서 전기 신호들이 지나다니는 길(트랜지스터)을 뜻한다. 나노 앞에 붙어 있는 숫자가 작을수록 성능은 높아지고 전력 소비는 줄어든다.

그중에서도 2나노는 현재 최선단 공정으로 차세대 격전지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반도체 칩은 성능과 효율이 핵심이라는 점에서 2나노 공정 같은 초미세 기술은 필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더욱 절실하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3나노 공정에서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했지만 수율 부진 등으로 인해 TSMC와의 수주 경쟁에서 완패했다. 이는 고스란히 점유율 격차로도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의하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점유율(매출 기준) 1위는 점유율 70.2%를 기록한 TSMC였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7.3%였다. 올해 1분기 TSMC의 점유율이 67.6%,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7.7%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격차는 1분기 59.9%p에서 62.9%p로 확대됐다.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 승부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고무적인 점은 삼성전자가 2나노 공정에서 연이어 고객사 확보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이를 기반으로 파운드리 2나노 생산능력이 내년말까지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또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삼성전자가 가속화된 연구개발(R&D) 투입, 강화된 공정 제어 체계, 핵심 고객사들과의 초기 협업 등을 바탕으로 2나노 생산능력이 2026년 말 약 2만1000장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회사는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2나노 공정에서 테슬라, 삼성전자 시스템 LSI, 마이크론 BT 및 카난, 퀄컴 등 총 5개 주요 고객사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의 초기 수요는 테슬라 AI 칩을 비롯해 삼성전자 시스템 LSI의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 마이크론BT와 카난의 채굴 주문형 반도체(ASIC), 퀄컴의 모바일 AP 스냅드래곤 8s 엘리트 5세대 등으로 내다봤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모바일, 고성능컴퓨터(HPC), AI 인접 워크로드 등에서 삼성전자가 더 많은 고객사를 확보해 나감에 따라 2나노 공정의 진전은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수율 안정화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미국 테일러 팹의 양산이 원활히 진행될 경우 삼성은 여러 세대 만에 처음으로 선단 공정에서 TSMC와의 경쟁 격차를 의미 있게 좁힐 수 있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적자를 이어오던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및 시스템 LSI 등 비메모리 부문이 차츰 적자 폭을 개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에서 메모리와 비메모리 부문의 영업이익을 구분해서 공개하지 않지만 증권가 추정치로 대략적인 흐름은 알 수 있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5000억~1억원 수준으로 전년도 같은기간에 비해 적자 폭이 줄어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도 올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파운드리 사업부의 라인 가동률 개선 및 원가 절감 효과 등으로 이익이 큰 폭 개선됐다고 밝혔던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비메모리 부문이 올해 6~7조원대 연간 적자에서 내년 1000억~2조원대 적자 수준으로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내년 2조원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내다보는 곳도 있다.

삼성전자가 TSMC와의 격차를 유의미하게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2나노 공정에서 양산성과 수율을 모두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나노 공정 수율 관련 시장 추정치로는 TSMC가 60~70%, 삼성전자가 50~60%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TSMC의 2나노 공정 수율이 90%를 넘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수율 측면에서는 TSMC가 삼성전자를 앞서 있는 것으로 관측되지만 삼성전자에 승산이 있다고 일컬어지는 부분은 GAA에 대한 경험치다. 삼성전자는 초기 수율 부진이라는 아픔을 겪었으나 3나노부터 GAA 기술을 도입했고 TSMC는 2나노부터 GAA를 적용한다.

TSMC에 대형 고객사들이 몰려 포화 상태라는 점도 삼성전자에게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파운드리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최신 기술인 2나노 공정은 너무나도 중요하다"며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3나노 때처럼 부진한 수율 및 양산성을 되풀이하지 않고 2나노 공정에서 성과를 보여줘야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TSMC가 모든 물량을 다 소화할 수 없다"며 "이에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2나노 공정에서 수율과 양산성을 확보한다면 더욱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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