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측 "문제 있으면 진행 말라" 조 회장 지시 공개"상당하고 합리적 채권 회수 조치"···대여 정당성 강조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는 지난 8일 오후 2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조 회장의 항소심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조 회장 측 변호인은 "계열사 한국프리시전웍스(HPW)를 통한 50억원 대여는 내부 법무 검토·절차를 거친 합법적 경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박지훈 리한 대표와의 개인적 친분 때문이 아니라 절차적 합법성과 담보 확보를 전제로 진행됐다는 취지다.
실제 한국타이어 실무진은 자금 대여 건에 대해 전반적 검토를 마친 후 '상당하고 합리적 채권 회수 조치'라고 판단해 조 회장에게 보고했다.
당시 조 회장은 "영 아니다 싶으면 드롭(drop)하라"며 '문제가 있으면 진행하지 말라'는 취지의 지시를 실무진에 전했다. 최종 승인 단계에서는 "기한 내 상환, 공장 매각 통한 회수"라는 조건을 명확히 달기도 했다는 것이 조 회장 변호인 측 설명이다.
대여 계약에는 리한 화성공장에 대한 최우선매수권 및 상계 특약이 포함됐다. 변제 불이행 시 HPW가 공장을 200억원에 매수하고 원리금도 상계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감정평가 자료에 따르면 이 담보의 2022년 11월 가치는 205억원이었고, 올해 7월 기준 239억원이다. 1순위 채권(새마을금고 대출 약 100억원)을 제외해도 100억원 이상의 잔여 가치가 남았던 셈이다.
변호인은 "원금 50억원의 두 배 이상 담보가 확보돼 있었기 때문에 (담보의) 실질적 가치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대여에 따른 법인의 수익성 조건도 강조됐다. 당시 대여 금리는 연 4.6%로 시중은행 평균 대출금리(약 3%)보다 1.5배 이상 높았다. 만기 연장 시 금리는 7%로 상향 제시됐다. 리한은 결국 이자 1억1000만원을 모두 지급했고, 2023년 2월까지 원금·이자 등 70억원 이상을 전액 상환했다.
변호인은 "회사의 실질적 손해는 전혀 없었고, 담보와 수익 조건이 충족된 거래였다"며 "배임 성립 요건인 '재산상 손해' 자체가 전무하다"고 반박했다. 리한은 현대차그룹 1차 협력사로, 안정적인 거래 기반을 바탕으로 회생 능력이 충분했다고 변호인은 주장했다.
실제 리한은 2019~2020년 적자를 기록했지만 2021년 영업이익 흑자(약 20억원)를 회복했고, 2022년에는 매출 317억원,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했다. 감사보고서 역시 '적정'으로 개선됐다.
대주주 일가도 2022년경 총 100억원을 회사에 투입했다. 자본변동표에 따르면 이 기간 자본총계는 81억원에서 164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변호인은 "대주주 일가의 직접 지원과 흑자 전환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행 역시 근거로 제시됐다. 변호인이 제출한 사례집에는 현대차 1차 협력사 다수가 과거 경영난 시기에 주거래사·관계사로부터 ▲자금 지원 ▲기한 연장 ▲선수금 조달 등의 지원을 받은 사실이 명시돼 있다.
변호인은 "리한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계 표준적 관행"이라며 "사전 RISK 차단 및 공급망 안정성을 지키기 위해, 실제 현대차 1차 벤더들은 상호 지원을 해왔으며 이 건 역시 정당하고 합리적인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완성차 협력사는 대체가 쉽지 않고, 신규 벤더 선정에는 통상 2년 이상 걸린다는 분석도 증거로 제시됐다. 변호인은 "리한은 현대차의 고정 협력사로서 지위가 탄탄했고, 자동차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볼 때도 자금 지원은 정당한 경영 판단이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재판부는 오는 22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제외한 나머지 쟁점에 대해 조 회장 측의 변론을 이어 듣기로 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5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함께 기소된 한국타이어 부장 박 모 씨는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과 사회봉사 80시간을, 상무 정 모 씨와 한국타이어 법인은 각각 무죄를 선고받았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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