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분리과세 최고세율 35%에 시장 실망감 표출 '주가↓'금융지주, 고배당기업 요건 충족 노력 전망···"배당성향 ↑"'자사주 소각' 정책 변화 의견 나와···"당장 큰 변화는 없어"
금융권에서는 지주들이 내년 고배당기업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기존의 주주환원책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간 지주들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부양책에 집중해 왔는데 배당을 늘리기 위해 주주환원책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의견이다. 다만 지주들은 그간 주주환원을 위한 현금 배당을 늘려온 만큼 기존 정책에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4일 기획재정부는 내년부터 고배당기업 배당소득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해 분리과세하는 내용의 '2025년 세제개편안'을 공개했다. 개편안에는 배당·이자 등 금융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투자자는 기존대로 14% 저율 과세하고 2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투자자는 20%, 3억원 초과 투자자는 35%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간 배당소득은 2000만원을 초과할 시 종합과세 대상으로 적용돼 규모에 따라 최대 49.5% 세율이 적용됐다.
개편안에서 고배당기업이란 배당성향이 40% 이상이거나, 배당성향이 25% 이상이면서 직전 3년 평균보다 5% 이상 현금배당이 늘어난 기업을 의미한다.
시장은 기대했던 최고세율 25%안이 아닌 35%안이 채택되자 실망감을 보였다. 지방세를 포함한 실효세율은 최고 38.5%에 달해 감세 효과가 반감된다고 본 것이다. 세제개편안 이야기가 흘러나온 지난주 은행주는 9.3% 하락하면서 코스피 하락률 2.4%를 크게 초과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지주는 7.68%, KB금융은 6.65%, 신한지주는 4.49%, 우리금융지주는 3.33%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이 시장에서 기대했던 내용과 달라 투자자들이 실망감을 표한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 시장으로 자금을 유도하려면 세제 측면에서 더 확실하게 의지를 보였어야 하는데 이에 미치지 못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가 당장 내년에 고배당기업의 요건인 '배당성향 40% 이상'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현재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초점을 맞춰 주주환원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들은 고배당기업의 두 번째 조건인 '배당성향 25% 이상이며 직전 3년 평균보다 5% 이상 현금배당이 늘어난 기업'을 겨냥해 주주환원책에 변화를 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우리금융의 배당성향 전망치를 30% 초반, 신한지주 22.4%, 하나금융 25.9%, KB금융 23% 정도로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2026년에는 5%p 이상 상향시켜야 배당소득 분리과세 조건을 충족하게 되므로 2026년 배당성향을 크게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맞춰 지속적인 주주환원 기조를 바탕으로 시장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점진적인 비율 조정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향후 시장 변화와 주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주주환원 규모 및 방식을 적극적으로 재조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하반기 금융지주 주주환원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가 배당 촉진이라는 정책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는 이에 발맞추기 위해 자사주 소각 여력을 줄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경우 주주환원율이 대부분 40%대를 넘어서는데 PBR이 아직 저평가되고 있어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가 부양책을 쓰고 있다. 최근 KB·신한·하나금융은 상반기 실적 발표와 함께 각각 8500억원, 8000억원,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 연구원은 "KB금융과 신한지주, 하나금융은 분기 총액균등배당 및 DPS 균등 배당을 실시하고 있는데 따라서 3분기에 발표할 밸류업 이행 공시 등을 통해 기존 밸류업 방안을 상당폭 변경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주주환원율을 계획보다 더 크게 높이지 않는 한 배당성향 상향분 만큼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요건에 따라 주주환원책에 어느 정도 조정이 있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간 꾸준히 현금 배당을 늘리기 위해 노력해왔기 때문에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바뀌거나 하는 큰 변화는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서는 정부의 이번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제도 개편으로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과 함께 아직 배당성향이 낮더라도 실적이 양호해 향후 배당을 늘릴 수 있는 기업에 관심이 쏠릴 예정"이라며 "하나금융지주 등은 1일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이 높거나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신현용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4년 이후 자사주 매입 상위, 배당 상위 등 주주환원 개선 노력은 장기 성과로 연결되는 모습이 확인돼 자사주 매입 상위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기준 충족 기업에 대한 관심도 증가가 예상된다"며 자사주 매입 상위·배당 분리과세 기준 충족 기업으로 우리금융지주, BNK금융지주 등을 꼽았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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